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골목식당>)은 수요일 심야 시간대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골목식당> 최고의 히트식당이었던 포방터 돈가스집이 제주도로 이사가는 과정을 그린 지난 1월 1일 '겨울 특집' 3편은 자체 최고 시청률인 11.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20개가 넘는 골목을 돌아다녔던 <골목식당>에는 이제 시청자들이 예상 가능한 흐름이 생겼다. 새로운 골목에 들어가면 첫 두 주 동안 식당들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여 주면서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머지 2, 3주 동안에는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아 맛집으로 거듭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뻔한 패턴이긴 하지만 백종원과 식당 사장들의 극적인 화해와 변화된 태도, 맛있어진 음식을 보는 재미는 상당히 쏠쏠하다.

지금까지 <골목식당>에서는 각 골목마다 미필적 고의(?)가 의심되는 소위 '빌런'(악당)들이 등장해 프로그램의 재미와 긴장감을 책임져 왔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방송된 공릉동 기찻길 골목 편에서는 오랜만에 빌런이 없는 '힐링 골목'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함을 줬다. 그렇기 때문일까. <골목식당>은 25일부터 시작된 경기 군포 역전시장 편을 통해 다시금 빌런의 대활약(?)을 예고했다.

빌런에 지친 시청자들, 공릉동 기찻길 골목 통해 '힐링'
 
 공릉동 기찻길 골목 편은 세 집이 모두 큰 문제 없이 솔루션을 받으며 시청자들로부터 '힐링골목'으로 평가 받았다.

공릉동 기찻길 골목 편은 세 집이 모두 큰 문제 없이 솔루션을 받으며 시청자들로부터 '힐링골목'으로 평가 받았다. ⓒ SBS 화면 캡처

 
지금은 개과천선해 백종원에게 인정 받는 가게로 거듭난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과 충격의 시식회를 가졌던 청파동 하숙골목 피자집 등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골목식당>의 대표적인 빌런들이었다. 솔루션을 진행하는 백종원과 다른 성격, 다른 장사철학, 다른 이상을 가진 빌런들의 출연은 시청자들의 혈압을 상승시켰지만 이와 별개로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했다.

최근 방송분이었던 평택역 뒷골목 편에서는 25년 간 사무직에 있다가 요리교실에서 요리를 배운 후 개업을 한 수제 돈가스집이 빌런 역할을 했다. 수제 돈가스집 사장은 백종원에게 차별화된 소스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를 했고 끝내 백종원에게 솔루션을 받지도, 백종원과 타협점을 찾지도 못했다. 결국 수제 돈가스집은 맛은 물론 신메뉴까지 전수 받은 떡볶이집, 고민이던 육수 문제를 해결한 할매국숫집과 달리 <골목식당>을 통해 아무 성과도 얻지 못했다.

4주에 걸친 겨울특집이 끝난 후 <골목식당>은 새해를 맞아 홍제동 문화촌을 찾았다. 홍갈비 치킨을 전수 받은 레트로 치킨집과 나태하게 변한 자신을 반성하고 완전히 달라진 감자탕집이 나왔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은 팥 칼국숫집에 집중했다. 팥 칼국숫집 사장은 원자재 가격과 '엄마의 비법'을 핑계 삼아 맛 향상이나 단가 조절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50대 중반인 백종원에게 반말일색으로 말하는 태도 역시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 방송된 공릉동 기찻길 골목 역시 삼겹구이집이 MSG성분이 들어간 양념들을 마구 사용해 놓고 자랑스럽게 'MSG 무첨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인선 합류 후 처음으로 3명의 MC가 모두 음식을 뱉게 만들었던 돼지곱창집 역시 빌런 후보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푸짐한 상차림으로 극찬을 받았던 찌개백반집은 사장이 췌장염으로 인해 고기 섭취가 힘들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공릉동 기찻길 골목의 출연자들 중에서 빌런은 나오지 않았다. 삼겹구이집은 백종원의 지적을 곧바로 수정하는 남 다른 추진력으로 단점을 빠르게 보완해 나갔다. 돼지곱창집 역시 불맛을 내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부족한 실력을 인정하고 백종원의 조언을 적극 수용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2인분을 주문했다가 4인분을 계산하고 나온 찌개백반집은 <골목식당> 방송 후 일약 '전국구 맛집'으로 등극했다.

빌런의 등장으로 높아진 <골목식당>의 예능적 재미
 
 상황실에서 치킨바비큐집의 조리과정을 지켜 보면 김성주와 정인선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상황실에서 치킨바비큐집의 조리과정을 지켜 보면 김성주와 정인선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 SBS 화면캡처

 
오랜만에 '빌런'이 나오지 않았던 공릉동 기찻길 골목편은 시청자들에게 '힐링골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잔잔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백종원과 출연자의 갈등이 거의 없어 <골목식당> 특유의 예능적 재미 요소가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공릉동의 예능적 재미를 아쉬워 한 시청자들은 25일부터 방송된 군포 역전시장 편을 보면서 '골목의 빌런이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에 내심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사실 첫 두 팀에게서는 '빌런'의 향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부가 운영하는 시장 족발집의 경우 레스토랑 주방 경력이 풍부한 남편 사장과 주방을 책임지는 아내 사장의 합작품인 족발이 '심심하다'고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백종원은 씨육수를 끓이는 과정에서 재료가 부실했다는 원인을 금방 발견했다. 따라서 육수 재료 보강을 통해 족발맛의 풍미를 더하고 출입이 불편한 가게 구조를 변경한다면 코로나19 사태 종료 후 많은 손님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 사장 혼자 운영하는 떡맥집의 경우엔 주력 메뉴인 떡볶이를 손님들이 볼 수 있는 외부가 아닌 실내에서 따로 조리하는 방식과 쌀떡, 밀떡의 혼합, 그리고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떡맥집의 사장 역시 이 점을 인정하고 백종원의 충고를 깊이 새겨 들었다. 떡맥집은 다음주 예고에서 짜장 떡볶이 솔루션을 받는 장면이 나와 군포 역전시장의 세 가게 중에서 가장 빠른 솔루션 진행이 예상된다.

군포 역전시장의 유력한 '빌런' 후보는 2003년부터 요식업에 뛰어 들었다는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이었다. 치킨바비큐집은 초벌된 막창과 치킨에 양념을 바르고 익히는 과정에서 전혀 세척이 되지 않은 지저분한 조리기구를 사용해 김성주와 정인선, 그리고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심지어 부부 사장은 손님이 없어 양념이 주변에 묻지 않을 경우 하루 이틀 정도는 세척을 하지 않는다며 비상식적인 위생관념을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골목식당> 다음주 예고편을 보면 백종원은 정인선의 만류로 시식을 중단하며 치킨바비큐집의 심각한 위생 상태를 지적했고 전면적인 대청소를 제안했다. 물론 가게 위생상태의 심각성은 무지로 인해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심각성을 알고 신경 쓴다면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골목식당>은 앞으로 치킨바비큐 집으로 예능적인 재미를 충분히 뽑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게 역설적으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시식을 중단한 백종원은 지금 상태로는 장사를 해선 안된다며 대청소를 제안했다.

시식을 중단한 백종원은 지금 상태로는 장사를 해선 안된다며 대청소를 제안했다. ⓒ 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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