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가 코로나19 사태로 조기 종료되면서 10개 구단들은 예상보다 일찍 재정비의 시기에 돌입했다. 비록 시즌을 정상적으로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각 구단들은 올시즌이 남긴 성과와 숙제를 돌아보며 다음 시즌에 필요한 변화를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올여름 농구계를 뒤흔들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바로 감독들의 거취다. 이미 올시즌을 앞두고 프로 10개팀 중 무려 6개팀 감독의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이중에서 추일승 전 고양 오리온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이미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남은 재계약 대상자들도 거물급 감독들이 대부분이다. KBL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을 필두로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이상범 원주 DB 감독,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 현주엽 창원 LG 감독 등이 그 주인공이다.

감독은 결국 성과로서 평가받는 자리다. 공교롭게도 서울 SK와 공동 1위를 차지한 이상범 감독의 DB을 제외하면 나머지 감독들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상민의 삼성, 유재학의 모비스, 현주엽의 LG는 나란히 하위권인 7-9위에 머물렀다. 유도훈의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5위를 기록했으나 시즌 초반 선두권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여 성적이 하락한 상황이다.

그래도 유재학 감독과 유도훈 감독의 입지는 안정적으로 보인다. 유 감독은 모비스를 KBL 최다우승팀으로 이끌었고 올시즌에는 라건아와 이대성을 트레이드하며 우승보다 리빌딩을 선택한 상황이었다. 유도훈 감독은 우승은 없지만 '언더독' 전자랜드를 지난 시즌 창단 첫 챔프전 진출 및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이끈 주역이다. 두 감독은 한 팀에서만 10년 이상 지휘봉을 잡고있는 KBL의 대표 최장수 감독들이기도 하다. 모비스와 전자랜드가 굳이 검증된 감독들을 포기하고 위험 부담을 감수할 만한 명분이 없다.

문제는 이상민 감독과 현주엽 감독이다. 두 사람은 KBL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이며, 현 소속팀이 자신의 현역생활을 마무리한 친정팀이기도 하다. 두 감독은 은퇴하고 지도자로 변신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현역 선수들을 능가하는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한다. 특히 현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의 성과가 스타 출신이라는 지명도와 비례하고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상민 감독은 2016-2017 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 현주엽 감독은 2018-19시즌 4강이 지도자로서 최고 성적이다. 잘한 시즌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지 못한 시즌이 더 많았다.

이상민과 현주엽은 각각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불명예 시즌(이상민 2018-19시즌 11승 43패, 현주엽 2017-18시즌 17승 37패)의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역시절의 명성에 비하여 지도자로서는 부족한 전술적 역량, 선수육성 능력, 리더십 등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변수는 올시즌 리그가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중단되었다는 점이다. 팀당 11-12경기를 남겨놓고 시즌이 종료된 상황이라 산술적으로는 하위권팀에게도 6강 진출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이를 근거로 올시즌의 성과를 섣불리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한번 더 기회를 줘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이 감독은 결국 과정과 결과에 모두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다. 추 감독은 오리온에서 무려 9년이나 지휘봉을 잡으며 우승까지 선사한 감독이었지만 올시즌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김병철 감독대행에게 자리를 넘겼다. 하필 추 감독이 사퇴한 지 얼마 안 되어 리그가 중단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금은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현주엽과 이상민 감독도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결코 부족했다고는 할 수 없다. 결론 없이 마감된 올시즌의 6강 진출 여부와 별개로, 두 감독이 그동안 보여준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데이터는 충분할 것이다. 

또한 일부 감독들의 계약기간과 별개로, 프로농구계도 리더십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어느덧 현역 최고령이 된 유재학-전창진 감독은 40대에 감독 경력을 시작하여 이제는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 문경은-이상민-김승기-현주엽 등 한국농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농구대잔치 세대' 출신 스타 감독들도 베테랑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경력이 쌓였다.

이제는 슬슬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할 시점이다. 현재 프로농구는 감독 인재풀이 너무 협소하고, 리더십과 농구스타일의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대와 경력을 떠나 때로는 파격적인 실험도 필요하다.

국내 프로농구도 이제 외국인 감독에게도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한다든지, 꼭 스타 출신이라는 이름값으로 평가하기보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꾸준히 경력을 쌓아온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례도 더 나와야한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한 번쯤 과감하게 물갈이되어야 한국농구의 경직된 스타일이나 팀 문화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