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1일 농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당시 전주 KCC가 울산 현대모비스로부터 이대성과 라건아를 데려오고 리온 윌리엄스, 박지훈, 김국찬, 김세창을 보내는 2대 4 대형 트레이드였다. 핵심 전력인 선수 이동이 그리 흔하지 않은 KBL에서는 특히 충격적인 트레이드였다.

KCC는 이로서 라건아-이정현-이대성-송교창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완성하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급상승했다. 'KBL판 슈퍼팀'이 탄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4개월이 흐른 지금, 이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달라졌다. 단숨에 KBL을 집어삼킬 듯했던 KCC는 슈퍼팀다운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드 직전까지 8승 5패를 기록했던 KCC는 트레이드 이후로는 15승 14패, 겨우 5할이 조금 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3위였던 순위는 4위로 오히려 한 계단 하락했다.

KCC가 기대한 건 슈퍼팀이었지만 현실은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슬픈 팀'이었다. 부상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트레이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대성이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자리를 비웠고, 시즌 막바지에는 팀 내에서 대체불가 선수인 라건아가 무릎 내측인대 파열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정규 시즌에는 다소 부진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 반전을 기대했던 KCC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결국 KCC가 그토록 기대했던 국가대표급 라인업이 정작 제대로 정상 가동된 것은 몇 경기 되지 않았다.

운도 지독하게 따르지 않았다. 견실한 빅맨이었던 리온 윌리엄스를 모비스로 떠나보내고,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는 조이 도시를 퇴출했다. 대신 전창진 감독에게 익숙한 찰스 로드를 데려왔지만 전성기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믿었던 라건아가 부상 당하며 귀화선수 특별규정에 따라 외국인 선수 영입에 연봉제한이 적용되는 KCC로서는 우수한 대체 선수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한 리그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 2월 KCC 선수단이 머물던 숙소에서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진 이후, KBL은 4주간 리그 일시 중단을 택했다. 이후에도 코로나 사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KBL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통해 더 이상 리그 재개 없이 올시즌 완전 종료를 선언했다. 내심 명가 중흥을 노렸던 KCC로서는 플레이오프를 통한 명예회복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하지만 리그가 정상 재개되었다고 해도 올 시즌 KCC가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비록 라건아의 부상 공백이 가장 결정타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라건아가 건재할 당시에도 KCC의 경기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볼 소유시간이 긴 이대성의 플레이 스타일이 모비스 시절과 달리 KCC 시스템에서는 잘 맞지 않았고 이정현과의 공존에도 어려움을 드러냈다. 라건아도 기록상으로는 준수했지만 모비스에서처럼 활약상이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트레이드 이전까지 국내 선수들의 끈끈한 조직력과 전창진 감독 특유의 모션 오펜스를 앞세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모습보다 퇴보한 경기력이었다. KCC는 결국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국가대표 4인방의 공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정작 트레이드 상대였던 모비스는 올 시즌이 중단된 시점에 정규리그 8위에 그쳤지만 김국찬이라는 새로운 주전급 자원을 얻어냈고, 이종현의 부상 복귀와 전준범의 군제대 등으로 최소한 다음 시즌 이후를 기약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FA를 앞둔 이대성과 라건아의 잔류가 불투명했던 모비스로서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올시즌 리그가 코로나 사태가 무산된 것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지만 결과적으로 모비스로서는 우승을 포기하고 리빌딩을 선택한 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KCC는 시즌이 종료되며 이대성이 FA로 풀린다. 떠나보내자니 아쉽고, 잡자니 활용이 까다롭다. 자신이 메인 볼핸들러로서 자유롭게 경기를 주도하는 농구를 선호하는 이대성은 전창진 감독의 전술적 성향과는 맞지 않다는 게 문제다.

라건아도 다음 시즌이 끝나면 다시 특별귀화 드래프트 대상이 된다. 에이스 이정현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송교창은 병역문제를 해결해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승에 올인했던 슈퍼팀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KCC는 올 시즌 이후 팀의 미래와 방향성에 대하여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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