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NCT127 정규2집 자켓 이미지

NCT127 정규2집 자켓 이미지 ⓒ SM엔터테인먼트

 
"아뵤~!" 

이 두 글자만 들어도 단번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전설의 액션배우 이소룡, Bruce Lee다. 그의 액션은 유연하면서도 절도 있고, 에너지 넘치면서도 강약조절이 뛰어나다. 이렇듯 가볍고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액션을 떠올리자니 무술 말고도 또 다른 장르가 생각난다. 바로 칼군무다. 

동양의 무술과 K팝의 칼군무는 조금 닮아있는 듯 보인다. 날렵하고 부드러운 춤선은 무술의 동작들과 무리 없이 어울린다. 지난 6일 발매한 NCT127의 정규 2집 타이틀곡 '영웅(英雄; Kick It)'의 무대를 보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무술과 군무, 두 액션의 접점을 너무도 근사하게 녹여냈기에 이 곡은 이소룡을 향한 오마주로 보였다. 단지 이소룡을 비슷하게 흉내 내어 따라 했다면 패러디에 그치겠지만, 하나의 예술을 다른 장르의 예술로써 재탄생시켰단 점에서 분명 이건 패러디 아닌 오마주였다. 

NCT127의 신곡 '영웅'의 안무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무술 퍼포먼스'다. 춤 사이사이의 동작들은 영화의 액션신을 연상케 하는데, 무술의 동작들 중에서도 특히 이소룡의 절권도를 모티브로 하여 포인트를 만들어낸 듯하다. 절권도는 이소룡이 창시한 무술로, 정해진 형식이나 커리큘럼이 없이 극실용을 추구했던 이소룡의 무술사상에 바탕하는 액션이다. 
 
 1973년에 촬영된 이소룡의 사진

1973년에 촬영된 이소룡의 사진 ⓒ 위키피디아 영문판

 
"Let me introduce you to some/ new thangs new thangs new thangs/ bass kick swingin' like/ I'm Bruce Lee Bruce Lee Bruce Lee

불이 붙네 불이 붙네/ 이 무대 위로 뜰 땐/ 난 앞으로 찔러 좌우 Bruce Lee/ 날아다녀 하루 종일 Bruce Lee"


자신을 '브루스 리'라고 소개하는 이 노래의 화자는 그야말로 무대 위를 이소룡처럼 날아다닌다. 춤추고 노래하는 무대 위가 무술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순간이다. 안무 중에서 엄지로 콧볼을 스치듯 때리는 제스처와 발차기는 특히 브루스 리를 떠올리게 하는 킬링 포인트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도 흥미롭다. 동양적 분위기의 무대 세트는 노래의 색깔을 잘 캐치하고 있다. 서양적인 음악에 동양적인 배경의 조화가 독특하다. 

"Comin' up 지금 여기로/ baby 이 느낌은 이해 못 해 머리론/ fighting for all day/ 아무 생각 말고 너의 이야기대로 걸어

어두운 어제가 오늘을 삼켜 버리기 전에/ 내 목소린 더 퍼져야 해 소리치면 돼/ 내겐 no more trauma"


'영웅'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가사에 녹여낸 힙합 댄스곡으로 소개되고 있다. 가사에도 'no more trauma'가 보이는데, 이소룡이 눈앞의 실재하는 적을 상대로 싸웠다면 이 노래 안에서 이들은 트라우마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셈이다.

이소룡이 남긴 숱한 어록 중 이런 게 있다.

"아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반드시 해내야 한다."

트라우마를 떨쳐버리고자 하는 인식과 의지는 누구나 갖는다. 하지만 반드시 실행하고 해내는 건 누구나 하지 못하는 일이다. 가사는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지닌 리스너들에게 터프한 태도로 용기를 건넨다.

"쓰러뜨려 하나씩/ (쉿) blows away/ 자비는 없지 ruthless/ droppin' the bomb on ma enemies/ and I'm gonna kick it like Bruce Lee

My world 만들어가 yeah/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주 극적인 장면 그 깊은 곳에/ 눈앞에 펼쳐질 새로운 세상들/ 손안에 잡힐 듯 내 안으로 들어와/ 어둠 끝에 다시 난 새로 태어나"


듣기만 해도 에너지가 전달되는 듯하다. 특히 '쓰러뜨려 하나씩', 'My world 만들어가', '어둠 끝에 다시 난 새로 태어나' 등의 가사는 스스로의 약점을 딛고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이소룡의 또 다른 어록이 오버랩 된다.

"유용한 것을 습득하고 쓸모없는 것을 버려라. 그리고 특별한 너만의 것을 만들어라."

트라우마라는, 나를 갉아먹는 벌레를 버리고, 'My world'를 만들자는 노랫말과 더없이 잘 어우러지는 어록이 아닌가 싶다.

NCT127은 이번 앨범으로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 '빌보드 200' 5위 및 '아티스트 100'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보다 동양적인 콘셉트의 K팝이란 점에서 '영웅'은 창의적이고 신선한 매력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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