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아이스> 포스터

<퀸 오브 아이스>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보헤미안 랩소디> <주디> <로켓맨> 등 최근 실존 뮤지션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화려했던 순간이 아니라 그 '이면'에 더 주목했다는 것이다. 해당 작품들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시스템 속에서 스타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잘 보여줬다.

배우이자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소냐 헤니를 모델로 한 영화 <퀸 오브 아이스>는 이런 스타의 몰락을 실감나게 담아냈다. 노르웨이의 전설적인 스포츠스타 소냐 헤니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엄청난 업적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올림픽 3연패, 세계선수권대회 10연패 등의 기록뿐만 아니라 피겨스케이팅의 심사 기준마저 바꾸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소냐 헤니는 피겨 그 자체의 역사를 바꿔놓은 인물이다.

이런 소냐 헤니를 할리우드가 내버려둘 리 없었다. 소냐는 당시 할리우드의 뮤지컬 영화 붐에 맞춰 스타가 된다. 뮤지컬 영화에서 춤추는 장면에만 잠시 등장할 예정이었던 그녀는 영화 제작사에 과감하게 주연 자리를 요구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케이팅 기술을 활용한 고난도 동작과 아담하고 귀여운 외모는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스타가 된 이후 소냐는 몰락하게 된다. 그녀는 순식간에 큰 인기를 얻은 스타들이 자초하는 문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겪으며 추락한다. 

그 첫째는 가족 사업이다. 소냐의 아버지 빌헬름 헤니는 젊은 시절 사이클링 세계 선수권자였고 자식들에게 다양한 운동을 시켰다. 소냐는 오빠 레이프를 따라 피겨를 배웠고 때문에 가족 사이 유대가 강하다. 소냐는 운동 이후 배우가 되며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지만 딱히 재능이 없는 레이프는 할 일이 없다.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이에 소냐는 돈을 빌려줄 테니 사업을 하라고 오빠 레이프에게 말한다. 문제는 레이프가 사업에 재능이 없었다는 점이다. 레이프가 소냐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다 쓰면 쓸수록 소냐의 사정 또한 어려워졌다. 소냐는 정상의 자리에서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레이프와 마찰을 겪게 된다. 이 문제는 유대가 강했던 가족을 흔들기 시작한다. 

둘째는 이성이다. 첫 문단에서 언급한 세 영화의 공통점은 연예계 생활에서 겪는 외로움과 고독을 사랑으로 채우려고 했지만, 오히려 상대에 의해 무너진다는 점이다. 소냐는 곁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코니의 조언을 무시한 채 다른 남자를 만난다. 소속사에서는 파파라치들의 먹잇감이 되는 소냐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두 번의 결혼을 한 그녀는 남편을 통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오히려 더 큰 상처만 남았을 뿐이다. 소냐는 진정한 사랑을 갈구했지만, 가족도 남편도 그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는 결국 술에 의존하게 된다.  

셋째는 스스로의 현재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교만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소냐는 더 이상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갈라쇼나 뮤지컬영화 출연이 힘들어졌다. 그녀와 호흡을 맞춘 제작자는 새로운 신예를 발굴한 뒤 소냐에게 이제는 연출이나 안무지도자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하지만 소냐는 이 조언을 무시하고 엔터사업에 대해 잘 모르는 이와 손을 잡고 투어공연을 준비한다. 결과는 대실패. 그리고 그녀는 벌어둔 돈을 모두 날리게 된다. 소냐 헤니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실수는 히틀러와의 친분을 자랑했다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소냐는 미국에서 인기가 떨어져도 유럽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더 이상 무대 위에 설 수 없다는 불안은 그녀가 계속 무리수를 던져 스스로 연예계 생명을 갉아먹게 만들었다.

<주디>에서 주디 갈랜드가 할리우드에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영국에서 스타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소냐는 스스로 그 길을 잘라버린 것이다.

<퀸 오브 아이스>는 빙판 위에서는 누구보다 앞선 전설이었고 카메라 앞에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였지만 결국은 무너져버린 소냐 헤니의 안타까운 모습을 담아낸다. 가족을 사랑했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스타가 품게 되는 교만과 시련을 이겨내지 못해 공든 탑을 무너뜨린 그녀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퀸 오브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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