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디> 포스터.

영화 <주디> 포스터. ⓒ TCO(주)더콘텐츠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할리우드 최고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오즈의 마법사>에는 회오리 바람과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등 여러 상징이 있지만 주인공 도로시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도로시는 당시 17살의 배우 주디 갈란드가 맡았다. 그녀는 13살 때 이미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와 계약을 맺은 유망주 스타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지금의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영화 <주디>는 주디 갈란드의 힘들고 치열했고 지난했던 생애 6개월 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 촬영 당시의 이야기도 간간이 떠올리기에 엿볼 수 있다. 르네 젤위거가 주디를 맡아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수많은 영화제에서 당연한듯 여우주연상을 독차지했다. 영화는 어땠을까 궁금하다. 

할리우드 스타 주디 갈란드의 피폐한 삶

1969년 미국, 주디 갈란드는 아이 둘과 호텔을 전전하며 무대에 오른다. 어마어마한 옛 명성에 기대 근근히 맥을 이어가는 느낌이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아닌가. 하지만 네 번째 남편과의 이혼 후 두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온 그는 아이들과 살만한 여건이 못 된다. 방도를 못 찾고 헤매고 있던 그녀에게 영국 런던 공연 투어 제의가 들어온다. 

주디는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아이들을 전 남편에게 잠시 맡기고 런던으로 떠난다. 아이러니한 상황인 데다 런던 투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들 만큼 피폐해졌지만 그는 무대에서 누구보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버틴다. 와중에 그의 팬을 자처하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옛 기억과 그때 상처받은 마음이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30년 전 주디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촬영하고 있다. 문제는 촬영이 아닌 촬영 전후 과정이다. 그는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자유를 빼앗긴 채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그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 당했다. 엄마의 적극적인 협조와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그를 할리우드 스타로 만들어주었지만, 정작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진 못했다.

주디의, 주디를 위한, 주디에 의한 영화

주디 갈란드를 두고, "할리우드를 위해 태어났고 할리우드에 의해 죽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최고의 전성기를 든든히 뒷받침한 대표 영화의 주인공이었지만 그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 하다가 이른 나이에 죽었기 때문이다. 영화 <주디>는 이 부분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주디>는 주디의, 주디를 위한, 주디에 의한 영화다. 하여 주디로 분한 르네의, 르네를 위한, 르네에 의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르네는 곧 주디였다. 

<오즈의 마법사> 촬영 당시 제작자는 주디에게 "밖에 나가면 넌 아무것도 아니다. 여기서 연기를 잘 끝마치면 넌 스타가 될 것이다. 너보다 예쁘고 연기 잘하는 애들은 숱하니 내 말을 철저하게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어리고 순수한 심리를 이용한 어른들의 파렴치한 술수다. 주디는 외모 콤플렉스를 지녔지만 배우가 되고 싶었고, 엄마는 자신이 못다한 꿈을 딸을 통해 이루고자 했다. 제작자는 다루기가 쉽고 출중한 재능도 있는 주디를 데려다가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이다.

영화에선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촬영 당시 심각한 아동학대에 시달렸다. 마약을 하게 했고 터무니 없는 식사량만을 허락 받았으며, 엄청난 양의 담배를 피우게끔 강요당했다고 한다. 얼마나 잠을 재우지 않았으면, 극 중에서 주디는 "어린 시절을 통틀어 5시간도 못 잤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47세의 주디가 매일 담배와 술을 달고 살면서도 잠을 거의 못 자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어릴 적 그의 모습이 상상된다.

주디를 세련되게 추모하다

영화는 할리우드를 향한 메시지가 투영되어 있지만, 그보다는 2019년을 기해 사망 50주기를 맞은 주디 갈란드를 향한 헌사의 메시지에 더 가깝다. 우리는 <주디>를 통해 주디 갈란드를 추모하면서 할리우드의 비인간적 작태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다. 

주디 갈란드는 출중한 배우였지만 동시에 출중한 가수이기도 했다. 오히려 스크린에서보다 무대에서 더욱 빛났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르네 젤위거의 노래 실력으로 주디 갈란드의 황홀한 노래들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특히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참으로 오래 기다린 느낌이다. 그 노래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하고도 충만하다. 

주디는 진실에 맞닿아 있는 친구가 필요했을 테다. 영화에서도 잠깐 비추는데, 그의 진실한 팬을 자처하는 한 게이 커플이 그를 감동시키는 유일한 마음이었다. 그를 주디 갈란드로 생각하든, 스타로 생각하든 괜찮다. 거기서 더 나아가지 말고 그저 그대로 바라봐 주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이용하여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 했다. 그 괴리 사이에서 그는 괴로워했다. 

비록 한없이 늦었지만, 이 영화로 그를 제대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이 영화가 그의 힘겨운 인생을 이용해 할리우드를 비판하려 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오롯이 주디를 그 자체로 추모하려는 의도가 다분했으니 말이다. <주디>는 좋은 영화임에 분명하다. <주디>를 봐야 할 이유가 생겼고, 봐야 할 의무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와 <프리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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