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 KBS

 
남극의 봄과 북극의 겨울(1부-봄날의 전투_극과 극)로 시작해 건기와 우기가 남수단 딩카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2부-기다림의 조건_건기)을, 그리고 '바다의 집시' 바자우족의 삶을 통해 바다의 비밀(3부-보이지 않는 손_해류)을 톺아본 KBS 다큐멘터리 < 23.5 >가 마지막으로 시청자에게 선보일 곳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 가장 높은 곳이 된 땅, 히말라야'(4부-호흡은 깊게_고산)다. 

총 제작비만 16억원, 제작기간 3년에 촬영 국가만 15개인 공사창립특집 KBS 대기획 < 23.5 >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절묘한 기울기인 23.5도가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리듬이 만들어내는 신비에 주목한 다큐멘터리다.

< 23.5 > 연출을 맡은 최필곤 PD는 4부 방송을 앞두고 지난 20일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년간의 제작기와 더불어 다양한 현장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최 PD는 "23.5도를 다룬다는 큰 주제는 나왔지만 세부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라며 "4부의 히말라야의 경우 처음부터 정해진 아이템이었지만 중간에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서 추가된 아이템들도 있다"라고 밝혔다.
 
2부에서 다루었던 인도의 향수 만드는 마을과 남수단 부족의 삶도 그것 중 하나다. 특히 남수단의 경우,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명성 높은 BBC도 접근하기 어려워 한 장소지만, 우여곡절 끝에 안전하게 촬영을 마무리했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만큼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도 많이 경험했다는 그는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있듯 다큐멘터리 역시 시시각각 판단하고 대비해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방송을 앞두고 있는  4부 '호흡은 깊게 : 고산'에 대해 최 PD는 "고산지대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핵심이다. 3부가 기울기가 만들어낸 부분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지구 자체가 생명체라는 콘셉트다"라고 말했다. 이어 "히말라야는 5천만 년 전에 지각이 충돌하면서 생겨난 지대고 매년 4cm씩 커가고 있다. 히말라야에서 제일 높은 마을인 알티플라노 고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히말라야가 성장하는 산맥이라면 안데스는 나이 든 산맥이다. 가장 오래된 산맥인 안데스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 동물들을 비교하는 내용을 담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움직이며 호흡하고 있다는 내용이다"라고 귀띔했다. 

다음은 최필곤 PD와 나눈 일문일답.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 KBS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알티플라노 고원. 치파야 족 마을을 찾았다가 차가 물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 KBS


- 기획의도와 더불어 < 23.5 > 프로젝트 소개 부탁드린다.
"< 23.5 >는 다큐 <도자기>와 <차마고도>, <순례>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제작기간은 3년 정도 된다. 제작비는 16억 원 규모인데 외국과 비교했을 때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 치고는 최대치다. 그랬기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만들었다. 지구의 자전축이라는 다소 부담스럽고 큰 주제를 끌어냈다. 여기서 나의 업무는 작품 기획부터 스태프들을 모으고 아이템을 선정하고 편집까지 하는 연출자 역할을 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낯선 작업이기도 했다.
 
올바르고 똑바른 것들이 존재하고 또 그렇지 않은 것들이 존재한다. 못나고 볼품없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들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우리나라가 그게 강한 편인데 이를 깨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양한 문화가 있고 같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어떤 화두를 던지면 좋을까라 생각했다. 모토는 '기울어져서 아름답다'였다. 그동안 기울고 비뚤어진 것은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들로 인해 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지구가 똑바로 서 있었다면 지금의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은 존재할 수 없었을 거다.

23.5도라서 물이 탄생하고 생명이 살아가는 리듬이 생긴 거다. 무분별하게 나열된 것이 아니라 나름의 비트와 리듬을 갖고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크게 보면 자전축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보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현상들이 악기들이며 그 하모니를 통해 지구가 돌아간다는 콘셉트의 프로젝트다."
 
- 각 아이템의 사전 정보는 어떻게 얻었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 아이템 선정에만 수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약 1년 정도가 걸렸다. 중간에 선정된 아이템들도 있는데 남수단과 인도 향수 만드는 마을이 바로 그것들이다. 제작 중간에 아이템을 만나 교체한 케이스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시각각 상황에 맞춰 판단하고 변화해야 했다."
 
- 연출하면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영화는 할리우드라는 큰 시장이 있고 최근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다큐멘터리 시장에서는 BBC가 그 위치에 있다. 스케일도 워낙 압도적이고 제작비 면에서도 세계 다큐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BBC를 따라잡아 보겠다'라기 보단 그들의 영역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그들만큼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더 많은 땀을 흘린다면 거기에 근접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국내 다큐멘터리 방송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이럴때 일수록 내가 더 힘내서 좀 더 잘하자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위해 사실 무리를 좀 많이 하기도 했다."
 
1부에서 3부까지의 제작기... "4부도 기대해 달라"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 KBS

 
- 1부 '봄날의 전투 : 극과 극'을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1부는 기울기가 주는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를 그렸다. 여러 가지 효과가 있는데 학회에서 말하는 극적인 지점이 남극과 북극이다. 남극에 사는 펭귄과 북극에 사는 네네츠족을 통해 그들이 겪는 극단적인 계절의 변화를 취재했다. 펭귄은 짝짓기부터 부화, 자식을 키우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을 5개월 내에 다 해결해야한다. 아주 서둘러서 모든 것들을 끝내는 과정에서 펭귄과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신속함과 협동이다. 북극에 있는 네네츠족은 싸움을 하지 않는다더라. 싸우면 다 죽기 때문이다. 무조건 협동해야 하는 거다. 혹독한 자연을 헤쳐 나가기 위한 그들만의 노하우를 강조하려고 했다."
 
- 2부 '기다림의 조건 : 건기'는 남수단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BBC도 접근하기 힘든 지역이었다고 하던데.
"남수단은 BBC에서도 안 들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치안상 위험도 있고 야생동물도 소멸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이기에 혹독한 자연을 버텨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안전상의 이유가 있기도 해서 못 들어갔던 곳이기도 하지만 현지에 있는 한국인들과 정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힘겹게 제작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비행장 활주로조차도 비포장이었다. 한 시간이면 갈 거리를 4~5시간을 걸어야만했다. 미리 예상은 했었지만 정말 고난의 행군이었다. 하지만 남수단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지역이기도 하다. 마치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던 현장이었다. 특히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남수단은 평화협정은 맺어졌지만 부족간의 통치가 이루어진 곳으로 전쟁으로 목숨을 잃어버린 시민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였는지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발사모드로 열려 있는 총이 어깨에 메고 있는 모습들을 보고 불안감이 맴돌았다. 인도에서의 에피소드도 있다. 보통 건기를 죽음의 계절로 연결시키는 분위기와는 달리 인도 사람들은 건기를 가장 행복한 계절로 생각하더라. 그들의 지혜가 놀라웠다. 그들의 생각을 통해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 찍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 '3부 보이지 않는 손 : 해류' 촬영 현장은 어땠나. 
"3부에는 주로 이동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구가 만들어내는 변화에 맞춰 사람들과 동물들이 어떻게 반응해왔느냐가 관건이었다. 훔볼트 펭귄의 경우 남극에서 적도 근처의 사막으로 해류를 타고 이동해왔다. 완전히 반대의 환경으로 뛰어든 것이다. 바자우족은 2000년 전에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에 도착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이런 점에 있어서 훔볼트 펭귄의 이동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과거 바자우족은 모든 바다를 떠돌며 살아왔지만 지금은 국경이 생기면서 이동을 못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어디서부터 이동하고 그런 것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다. 현장에서도 유독 즐겁기도 했고 신기한 사실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 4부 '호흡은 깊게 : 고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고산지대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핵심이다. 3부가 기울기가 만들어낸 부분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지구 자체가 생명체라는 콘셉트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지구는 하나의 생명체다. 히말라야는 5천만 년 전에 지각이 충돌하면서 생겨난 지대고 매년 4cm씩 커가고 있다. 히말라야에서 가 장높은 차르카보트(4300m)를 찾아갔다. 그리고 히말라야가 성장하는 산맥이라면 안데스는 나이 든 산맥이다. 가장 오래된 산맥인 안데스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 동물들을 비교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지역을 통해 지구가 어떻게 숨을 쉬고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움직이며 호흡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국내 수준 넘어선 다큐멘터리 < 23.5 >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KBS 다큐멘터리 < 23.5 >의 촬영현장. ⓒ KBS


- 다큐멘터리를 본 주변 반응은 어떤가?
"커뮤니티를 통해 적힌 메모의 경우 '이게 KBS에서 만든 게 맞나요?', 'BBC가 한 거 아냐?'라는 반응들이 있었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뿌듯한 마음이다. 한참 동안 이 내용들을 스태프들끼리 돌려보기도 했다.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이런 반응들을 보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에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영상을 본 시청자 중엔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마음이 답답했었는데 그림이 시원시원해서 정말 좋았다'라는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우리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위로를 잘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 국내 방송 시장에서 다큐멘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다시금 활성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1997년도에 KBS에 입사했다. 그때는 다큐멘터리가 꽃이었던 시기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거장 마이클 무어가 '모든 다큐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즉 다큐멘터리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민이 많다. 재미있는 다큐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다. 다큐멘터리의 본령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 더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분들이 그동안 소홀하게 여겼던 재미적 연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변해가는 트렌드에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많은 PD들이 그런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고 그걸 뛰어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빠르진 않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 PD들과 제작진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좋은 다큐멘터리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차기작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획이 있는지?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저는 머리가 나빠서 한 번에 한 가지밖에 못한다. 그래서 차기작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일단 < 23.5 > 마무리를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 다음으로 4부작에 담기지 못했지만 재미있는 장면들을 골라낼 생각이다. KBS는 공영방송국이다 보니 지킬 게 많다. 방송에서 소화 못한 장면들을 통해 뭔가 해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재미있고 좋은 내용이지만 방송에는 적절하지 못한 것들이나 편집 논리상 빠져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온라인을 통해 그동안 담아낸 좋은 재료들을 다시 한번 숨 쉴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그것부터 마무리하려고 한다. 차기작은 그 다음이다.
 
차기작을 하게 된다면 온라인에 좀 더 근접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 23.5 >하면서 유튜브나 온라인 유통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방송자체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송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지금 트렌드에선 1시간의 방송 분량은 너무나도 길다. 유튜브에선 이런 경우 잘게 쪼개서 7~8분으로 유통하기도 한다. 정제된 스타일이 아닌, 조금 더 발랄하고 유쾌한 방식의 영상들로 구성된다. 요즘은 그런 콘텐츠들이 많이 소비가 된다."
 
- 프로젝트 시작했을 때 오랫동안 해외에 있어야 했을 텐데 개인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
"고달픈 작업이었다.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한국에 있는 날짜가 많지 않았다. 집에 가는 시간도 적었고 늦게 집에 도착한 날에는 애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다큐멘터리를 만들 것도 아니기에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가족들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조금씩 갚아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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