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언더그라운드 > 포스터

< 6언더그라운드 > 포스터 ⓒ 넷플릭스 코리아


억만장자 발명가인 '원(라이언 레이놀즈)'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임무만을 위해 모인 6명의 팀원과 함께 이른바 '고스트' 팀을 꾸린다. 죽은 것으로 위장한 이들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악당들을 마음껏 처단해 나간다. 피렌체에서의 미션 후 전역 군인인 '세븐(코리 호킨스)'을 영입한 고스트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화생방 공격을 자행하는 투르기스탄의 독재자 '로바흐 알리모프(리오르 라즈)'를 실각시키고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선물하기 위한 작전에 나선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감독이다. 그가 제작, 연출한 영화들은 미국 중심주의적 대사와 상황들을 노골적으로 등장시켜서 비판받는 경우가 많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트랜스포머 3>만 보더라도, 오토봇이 미군을 도와 이란의 기밀 시설을 공격하거나 옵티머스 뒤에 성조기가 휘날리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관련해 숱한 비판을 받은 후에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스타일이 크게 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신작 <6 언더그라운드> 역시 그의 스타일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6 언더그라운드 >에서 팀의 리더인 원은 거듭 악을 거부하고 선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그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민주주의는 그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래서 그는 독재자의 통치를 받고 있는 투르기스탄에 침투해 독재자 로바흐 알리모프를 처단하고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선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전개가 더 이상 어떠한 현실성도, 설득력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작중 6 언더그라운드는 그저 민간 군사기업(조직)에 불과하다. 또한 그들은 민주주의를 독재국가에 선사할 뿐, 사후처리는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 정규군보다 더 많은 민간 군사기업 용병들이 투입되었고, 제대로 된 전후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 IS가 생겨나고 이라크와 중동이 혼란에 빠져 있는 현실의 복사판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영화의 초반 전개만 보면 로비와 자본의 휘둘려 선을 행하지 못하는 미국 정치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 6언더그라운드 > 스틸컷

< 6언더그라운드 > 스틸컷 ⓒ 넷플릭스 코리아

 
영화는 반복해서 강조하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표현하지도 않는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삼권분립을 가볍게 무시하면서 겉으로만 투르기스탄에 민주주의가 찾아왔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혁명이 마무리된 후 독재자인 형 로바흐에 의해서 감금되어 있었던 '무라트 알리모프(페이만 마아디)'는 형을 분노한 시민들에게 희생양으로 던져주며 직접적인 보복을 허용한다. 이렇게 영화는 시민들이 뽑은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그 법을 집행하며, 사법부가 법의 집행이 정당한 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을 모조리 무시한다. 이러한 결말은 영화 제작진이 애초에 민주주의가 영화 전개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음을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 영화는 미국 패권주의를 버린 것이 아니라 그저 새롭게 치장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 스토리텔링은 엉성한 각본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 6 언더그라운드 >의 각본은 디테일이 부족한 대목이 많은데, 대표적인 예시가 쿠데타다. 작중 투르기스탄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은 민주주의 정부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 수단으로 쿠데타를 내세운다. 쿠데타는 지배층 내의 특정한 세력이 무력에 의지하여 비합법적으로 권력을 탈취하는 행위다. 이는 합법적 수단이 전무한 시민들이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저항권을 발휘하는 민주주의 혁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권력을 탈취하는 것도 아니며, 시민들의 혁명을 전제로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원을 비롯한 팀원들이 말하는 쿠데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동시에 이 각본은 영화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 사망한 신분의 사람들이 철저히 임무를 위해 모인 팀이라는 콘셉트는 사실 팀원들이 삶과 죽음, 또한 자기 자신과 팀 중 무엇을 포기할지를 다루면서 스토리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소재다. 고아로 자란 원, 제대 군인으로서 PTSD를 겪는 세븐 등 개개인의 과거 역시 팀원들 간의 갈등을 부각하고 그들의 성장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영화는 상당한 분량을 카 체이싱을 비롯한 액션 시퀀스에 할애할 뿐, 팀원들의 과거사나 그들 간의 갈등과 대립에는 짧은 몇 개의 씬만 사용한다. 그 결과 이들이  한 팀으로서 뭉치게 되는 변화와 성장은 그저 갑작스러울 따름이다. 

심지어 그 액션 시퀀스마저도 그저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영화의 액션 시퀀스는 피렌체의 카 레이싱 시퀀스, 홍콩에서의 구출 작전, 투르기스탄에 잠입 작전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사실 이 중 홍콩에서 펼쳐지는 두 번째 액션 시퀀스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화려한 연출 속에 캐릭터들의 개성이 도드라지면서 <미션 임파서블>처럼 팀으로 움직이는 첩보작전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또한 서로 이름도 모르는 상태로 지내는 일원들이 서로를 임무를 위한 도구가 아닌 한 명의 동료 혹은 친구로 대하게 되는 최소한의 계기와 개연성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서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 6언더그라운드 > 스틸컷

< 6언더그라운드 > 스틸컷 ⓒ 넷플릭스 코리아

 
반면에 영화의 오프닝인 피렌체에서의 카 레이싱 시퀀스는 공허하다. 2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시퀀스에서 그 어떤 정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전무하고, 액션의 목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의 액션은 아무런 공감을 일으킬 수 없는 그저 시각적 자극에 불과하다.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마냥 액션의 전개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바삐 움직이는 카메라와 현란한 컷 전환,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슬로 모션으로 자극적인 시각 경험을 선사하는 데만 집중한다. 이는 마이클 베이 액션 연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두 번째 시퀀스와 세 번째 시퀀스는 약 1시간 동안 펼쳐지는데, 러닝타임의 4분의 3을 소비한 액션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피로감을 누적시키면서 작품의 재미를 반감한다. 

물론 < 6 언더그라운드 >가 킬링 타임 영화로서의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영상을 뽑을 줄 안다. 시각적인 충격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서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극을 선사할 줄도 아는 감독이다. < 6 언더그라운드 >는 이러한 장점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또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필요가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숱한 흥행작을 만들어 내고도 그가 분량 조절, 리듬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복잡한 플롯을 살려내는데 능한 감독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6 언더그라운드 >에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면, 이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흥행 결과가 즉시 수치로 보이는 일반 상업 영화들과 달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그 결과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많은 감독들이 넷플릭스와 협업하면서 실험적이고 색다른 시도를 하는 이유다. 하지만 < 6 언더그라운드 >는 마이클 베이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그저 답습하는데 그친 채, 장점과 단점이 극명히 구분되는 아쉬움만을 남기며 끝난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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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는 하루, KinoDAY의 공간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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