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컷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영화 <사냥의 시간> 극장 개봉을 두고 투자배급사와 해외세일즈사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결국 이 사안이 법적 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여 영화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발단은 23일 오전 9시경 배포된 <사냥의 시간> 보도자료였다.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와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는 극장 개봉 포기와 함께 오는 4월 10일 넷플릭스에서 해당 작품을 단독 공개한다고 알렸다. <사냥의 시간>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는 본래 2월 중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이 같은 발표에 <사냥의 시간> 해외 세일즈를 맡았던 업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2019년 3월부터 이 작품의 해외 판매를 맡아 온 콘텐츠판다는 같은날 오후 "이미 30여 개 나라에 선판매를 했고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둔 상황"임을 알리며 "리틀빅픽쳐스가 넷플릭스 판매 계약을 위해 (우리와) 충분한 논의 없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다"고 주장했다. 

콘텐츠판다는 이미 해외 판매가 완료된 나라에선 개봉 준비를 하고 있고, 추가 계약까지 앞둔 상황에서 계약해지를 요청하는 건 "각 회사와 한국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전 세계 영화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지만 이미 판매가 진행된 국가와 스트리밍 국가를 구분해 진행하거나 개봉 시기를 함께 논의하는 등 대안이 있었다"며 리틀빅픽쳐스의 발표를 '이중계약' 및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사안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콘텐츠판다는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도 알렸다.

통상 해당 작품을 자국에 들여온 각국 수입 및 배급사는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한다. 한국에서 개봉 예정이던 작품이 넷플릭스에 우선 공개되면 각국 수입사와 배급사 입장에서도 곤란해질 수 있다. 잠정 관객이 그만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 요소를 상쇄할 수 있을지 여부와 계약 해지로 인한 위약금 해결 등이 관건이다.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통해 넷플릭스에 판매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리틀빅픽쳐스에서 계약해지요청 공문으로 보냈으나 우린 동의할 수 없다고 보냈고, 추가 계약이 진행 중이거나 (다른 국가에서 개봉을 위해) 이미 홍보 자료물이 넘어간 경우도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를 사들인 각국에서 우리 쪽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라며 "리틀빅픽쳐스에서 각 해외 배급사에 연락을 취했다고 하지만 아무도 안 받아들였다. 향후 국제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리틀빅픽쳐스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
 
 개봉일 연기를 결정한 <사냥의 시간>

2월 26일 개봉하려던 <사냥의 시간>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지역 확산 조짐을 보이자 개봉 연기를 발표했다. ⓒ 리틀빅픽쳐스


이와 관련 리틀빅픽쳐스 권지원 대표는 2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합의 요청을 계속했는데 그쪽에서 안 받아 준 것"이라며 합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권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콘텐츠판다를 찾아가서 회사가 존폐 위기다. 이런 방식으로 극복하려 하니 도와달라. 손해에 대한 배상도 할 테니 정리해달라 읍소했다"라며 "그럼에도 무슨 의도에서였는지 계속 받아주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행계약을 맡긴 갑의 위치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권 대표 설명이다. 그는 "읍소하며 동의를 구했는데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콘텐츠판다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우리도 바보가 아니다. 가장 먼저 감독과 콘텐츠판다와 상의했다.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개봉을 못하는 상황이기에 (해외에서 이미 개봉을 준비하고 있어서 계약 해지가 어렵다는) 그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권 대표는 "콘텐츠판다 쪽에서 넷플릭스에 직접 전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논의 과정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권 대표는 원만하게 해결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계약 해지로 회사(판다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우리가 직접 (해외 수입, 배급사를) 응대한 것"이라며 "손실 없게 최대한 보전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에 개봉을 강행하는 게 오히려 기업 신뢰도가 더 떨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얘기를 다시 잘해서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접한 업계 관계자는 우려와 당혹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한 투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별 일을 다 일으키고 있다"며 "우리 영화도 올해 수익을 보는 건 포기했다.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인 채 개봉하자는 방침인데 <사냥의 시간>도 그런 차원에서 넷플릭스를 선택한 것 같다. 하지만 충분한 협의가 없이 진행됐다면 문제가 크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부가판권 및 해외세일즈 관계자 역시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로 간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런 내막이 있었는지는 몰랐다"며 "IPTV 등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많은데 넷플릭스에 통으로 팔았다는 게 아쉽다. 부가판권사 입장에선 상당히 안 좋은 선택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리틀빅픽쳐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이해는 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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