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대로 말하라

본대로 말하라 ⓒ OCN

 
22일 종영한 OCN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마지막회는 4.388%(닐슨 코리아 케이블 기준)라는, 장르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서일까. 16회 엔딩에서 심정지로 죽을 뻔했던 황하영(진서연 분)도 다시 살아났다.

사라졌던 오현재(장혁 분)가 차수영 형사(최수영 분)의 책상에 두 사람이 공유하던 이어폰을 놔두는 장면은 시즌2를 암시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시청률만 보면 시즌2도 기대해 볼 만하지만, 이후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많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대로 말하라>의 장르물로서의 설정은 '본 대로 말할 수 있는' 피처링 능력을 가진 차수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어린 시절 청각장애인인 엄마가 자신의 눈앞에서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뺑소니차에 죽어가는 장면을 고스란히 기억했고 거기서부터 <본 대로 말하라>는 비롯된다.

말 그대로 사진을 찍듯이 자신의 눈 앞에서 펼쳐진 장면을 그대로 기억해 내는 '능력'을 가진 차수영은 이 작품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김홍선 피디의 전작 <보이스>의 강권주 팀장처럼 '이상 신체 능력'을 가진 여주인공이다. <보이스>가 남들이 듣지 못하는 사건 현장의 소리를 '캐치'하는 강권주 팀장의 능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듯이, <본 대로 말하라>는 자신의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현장을 본 대로 기억하는 바람에 광역 수사대의 일원이 된 차수영의 능력에 기반해 펼쳐진다.

그리고 아직 풋내기 경찰에 불과한 차수영을 '박하사탕 연쇄 살인마' 사건으로 이끌어 가는 건 '그놈' 때문에 휠체어 신세가 되어버린, 그래서 차수영의 '본 대로 말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프로파일러 오현재다. <보이스1> 듣는 능력을 가진 강권주 팀장과 '그놈' 때문에 아내를 잃은 뒤 복수에 불타올라 미친개처럼 돌진하는 무진혁(장혁)이 팀워크를 맞추듯 말이다. 

벌떡 일어나 일당백으로 나쁜놈들 상대한 장혁
 <본대로 말하라>

<본대로 말하라> ⓒ OCN


하지만 그동안 종횡무진 날것의 액션을 앞세웠던 장혁이 거친 눈빛마저 검은 선글라스로 숨긴 채 휠체어에 앉아 있자 좀처럼 드라마는 활기를 띠지 못한 채 시청률마저 답보했다. 그래서였을까. 드라마는 '요건 몰랐지?'하는 반전 설정으로 '장혁'을 휠체어에서 일으킨다. 이후 장혁은 사건 현장을 종횡무진하며 일당백으로 '나쁜 놈들'을 상대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프로파일러'로서의 능력도 출중하다. 

이렇다보니 장혁이 일어선 중반 이후에는 장혁의 <본 대로 말하라>가 되었다. 분명 애초에 드라마가 설정한 것은 '픽처링' 능력의 차수영과 장혁의 더블 플레이였을 터인데, 어느새 드라마에서는 장혁이 동분서주하는 모습만 강조될 뿐이다. 여주인공인 차수영은 가뭄에 콩 나듯 그 능력을 선보인다. 그것도 대부분 장혁의 지시에 따라서. 

그렇게 여주인공의 존재감은 시나브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차수영만이 아니다. 그녀와 더불어 '걸크러시'를 선보이며 등장부터 장혁만큼 분위기를 압도했던 황하영 팀장은 회를 거듭할 수록 존재감을 상실했다. 도대체 황하영이 선배인 양만수(류승수 분) 형사를 제치고 팀장이 되어야 할 타당한 이유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황하영 캐릭터를 떠올리면 기억나는 대사가 '오현재!'라는 외마디 외침밖에 없을까.
 
 본대로 말하라

본대로 말하라 ⓒ ocn

 
심지어 후반부에 알고보니 그녀가 '납치 피해자'였다는 설정이 드러난 이후 황하영은 그동안 자신이 경원시해 온 비리 경찰과 손을 잡는 행동까지 벌인다. 이 장면은 황하영의 리더십은 물론, 그간 그녀가 보여온 강직한 경찰로서의 정체성마저 흔들며 캐릭터를 무너뜨린다. 납치 피해자로서 살고 싶었던 인간적인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본 대로 말하라>의 차수영, 황하영의 경우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도 드라마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매력이 반감됐다. 

그런데 <본대로 말하라>에서 아쉬운 건 두 여성 캐릭터만이 아니다. <보이스>는 비록 강권주의 이상 신체 능력에 기대었지만 기본적으로 112 신고센터 골든 타임팀이라는 경찰 조직을 기반으로 두었다. 하지만 광수대라는 경찰 조직에 기반을 둔 <본 대로 말하라>는 그 조직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16회 내내 수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경찰을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까 봐 사람까지 죽이려는 범죄 집단이나 범인에게 당하기만 하는 어리석은 조직으로 그렸다. 

이와 함께 <본 대로 말하라>를 비롯한 최근 장르물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허약한 스토리 라인을 자극적인 범죄로 무마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장르물들은 보다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대신 그럴듯한 설정과 그 설정을 부각하기 위한 범인의 잔인한 범죄 현장을 부각할 뿐이다. 
 
 본대로 말하라

본대로 말하라 ⓒ ocn

 
특히 오현재의 경쟁 프로파일러 나준석을 생방송 현장에서 죽이는 장면의 경우, 죽는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 불편함이 밀려왔다. 더구나 현장에 무수한 형사들이 있었음에도 다들 손을 놓고 범죄를 쥐어 짜듯 해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또한 후반부에 이르러 비리의 축이었던 최형필(장현성 분)의 죽음이나 양만수 형사의 죽음은 서사의 개연성과 상관 없는, 범죄의 잔혹성을 부각하기 위한 희생적 장치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드라마는 매 회 잔인하고 섬뜩했지만 정작 16회를 완주하고 난 뒤에 온 여운은 얕았다. 시즌1에서 캐릭터 붕괴와 서사의 부실함을 드러낸 <본 대로 말하라>가 '장혁에게 본 대로 말하라'가 아니라 진정한 시즌2로 돌아오려면, 보다 치밀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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