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현대캐피탈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천안 유관순체육관 (2020.1.3)

남자배구 현대캐피탈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천안 유관순체육관 (2020.1.3) ⓒ 박진철 기자

 
중단된 프로배구 V리그의 재개 또는 종료 여부가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남녀 프로배구 13개 구단 단장들은 23일 오후 3시 30분에 KOVO 대회의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V리그 재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KOVO와 프로구단들은 지난 19일에도 임시 이사회를 열고, 같은 의제로 논의를 했다. 그러나 3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했다.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9일 이사회 이후 '중요한  변수'들이 잇따라 발생했고, 그 여파로 KOVO와 프로구단들의 선택지도 급격히 좁혀졌기 때문이다.

KOVO 이사회가 열린 바로 다음 날인 20일, 여자 프로농구가 '올 시즌 종료'를 전격 결정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번 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등 잔여 일정을 모두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국내 4대 프로 리그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즌 도중에 종료를 선언한 건 여자 프로농구가 최초다.

또 다른 변수가 추가됐다. 정부가 '4월 5일까지 실내 체육시설 운영 중단' 권고 조치를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앞으로 보름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4월 6일로 예정된 초중고 개학을 성사시키시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정 총리는 담화문에서 "(개학을) 이미 세 번이나 연기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으려면 남은 기간 확실한 방역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변수로 인해 4월 5일 이전에 V리그를 재개하는 건 사살상 불가능하게 됐다. 개학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전에 V리그를 재개하는 건 큰 부담이다. 여자 프로농구의 시즌 종료 선언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만약 재개를 결정한다면, 경기 기간은 4월 6일부터 14일까지 9일 동안이다. 이 기간 안에 정규리그 잔여 경기 또는 포스트시즌 둘 중 하나만 실시하든지,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최대한 단축해서 치르는 수밖에 없다. 4월 15일 이후에는 체육관 대관의 어려움, FA 선수 계약,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실시 등 많은 사유 때문에 물리적으로 V리그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즌 종료 시... 현 1위 팀에 우승 부여 '난제'
 
 치열한 '1위 싸움'... 양효진(현대건설·왼쪽)-강소휘(GS칼텍스) 선수

치열한 '1위 싸움'... 양효진(현대건설·왼쪽)-강소휘(GS칼텍스) 선수 ⓒ 박진철 기자

 
결국 KOVO와 프로구단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2가지뿐이다. 하나는 시즌 종료 선언이다. 다른 하나는 4월 6일 개학과 함께 V리그를 재개하는 방안이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KOVO와 프로구단들이 풀어야 할 후속 숙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시즌 종료'를 선언할 경우 현재 순위를 올 시즌 최종 순위로 인정하고, 1위 팀에게 우승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느냐가 큰 난제다.

올 시즌인 2019-2020 V리그는 남녀 모두 지난 1일까지 경기를 치르고, 3일 경기부터 중단된 상태다. 남녀 모두 마지막 라운드인 6라운드 초반까지 경기를 마쳤다.

그런데 남아 있는 경기 수가 팀별로 제각각이다. 남자배구는 팀별로 3경기, 4경기, 5경기가 각각 남아 있다. 여자배구는 팀별로 3경기 또는 4경기가 남아 있다. 현재 순위를 최종 순위로 할 경우, 공평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각 팀마다 처한 상황도 매우 다르다. 남녀 모두 1위와 2위가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V리그가 재개된다면, 얼마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또한 '포스트시즌'(남자배구는 준플레이오프, 여자배구는 플레오프 이상)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팀들도 있다. 현재 순위는 3~4위지만, 우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시즌 종료를 선언하고 현재 1위 팀에게 우승 자격을 부여할 경우, 억울한 팀들이 많다는 건 분명 고민스런 대목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훗날 두고두고 배구계와 팬들의 입방아에 회자될 가능성도 있다.

1위 팀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우승에 따른 축하와 의미 부여는 고사하고, 내색하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실제로 여자 프로농구의 경우 시즌 종료를 선언하면서 정규리그 1위 팀인 우리은행에게 올 시즌 우승 팀 자격을 부여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우승해서 너무도 아쉽고, 당황스럽고, 무작정 기분이 좋지도 않다"며 "우리를 우승 팀이라고 부르기가 좀 그렇다. 그냥 1위일 뿐"이라고 몸을 낮춰야 했다.

반대로 우승 자격을 부여하지 않을 경우, V리그 역사에 2019-2020시즌은 우승 팀이 없게 된다. 이 또한 부담스런 부분이다.

KOVO는 가급적이면 정규리그만이라도 치르고 싶어 한다. 그래야 1위 팀에게 우승 자격을 부여하고, 정규 리그 순위를 올 시즌 최종 순위로 확정할 명분과 모양새가 갖춰지기 때문이다. 시즌 종료를 선언할 경우 선수들의 올 시즌 FA 자격 획득 기준도 수정이 필요하다. 그밖에 계약 관계 등 난처한 문제들이 적지 않다.

4월 6일 개학과 V리그 재개... 경기 일정 편성 관건

V리그 재개를 결정할 경우에도 사실상 '4월 6일 재개' 한 가지만 남아 있다.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추세가 더 안정세로 접어들고, V리그를 재개해도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 기준점은 '초중고 개학' 여부다.

개학이 예정대로 4월 6일에 이뤄져야 V리그 재개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프로배구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다른 프로 리그도 대부분 초중고 개학을 리그 재개의 주요 기준점으로 여기고 있다.

정부는 초중고 개학 여부를 결정할 때,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를 거쳐서 결정한다. 때문에 초중고 개학을 '정부 및 사회적 분위기가 프로 리그를 재개해도 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학교 개학과 프로 리그를 연관 짓는 건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프로 단체와 구단들은 정부의 초중고 개학 결정을 기댈 수 있는 '심리적 안전판'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전제 없이 독단적으로 경기를 재개했다가 소속 리그 관련자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그 즉시 리그 중단은 물론, 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6일 초중고 개학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여부는 3월 30일경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지금까지 3차례 연기도 모두 일주일 전에 확정 발표했다.

KOVO와 프로구단들이 23일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과 난제들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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