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바람의 언덕>이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다소 생소한 상영방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바람의 언덕> 팀은 2020년 4월말까지, 전국 각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와 독립예술영화 극장 등에서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을 포함해 20회 정도의 상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매회 상영을 마치면, 상영을 주최한 커뮤니티 혹은 개인의 소개와 극장의 소개를 포함하는 이 '아주 특별한 여정'을 연재글로 전합니다. 그 여섯 번째는 정재빈 시민 모더레이터와 장병섭 인디하우스 사무국장, 이현임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홍보팀장이 보내온 편지입니다. [기자말]
 
 <바람의 언덕>의 대구 상영회 포스터.

<바람의 언덕>의 대구 상영회 포스터. ⓒ 영화사삼순

  
바람의 언덕에서 시작합시다
 
오로지 상영회를 망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영분과 한희, 용진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두 배우의 노래를 들으면서 제 첫 모더레이터 활동을 이 영화로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되고, 애정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강릉독립영화극장 신영의 첫 시민 모더레이터입니다.
 
강릉에서 열린 <바람의 언덕>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는 지난 2월 1일, 코로나19의 감염자가 20명 남짓일 때 진행되었습니다. 상영회 당일까지 관객들이 없을까 봐 전전긍긍했지만, 다행히도 많은 분이 마스크를 낀 채로 극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는 사람 없이 끝까지 함께 해주셨고, 덕분에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바람의 언덕> 강릉 상영회 현장.

<바람의 언덕> 강릉 상영회 현장. ⓒ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관객 대부분은 평소에도 극장을 많이 찾아주시는 분들이었지만, 다른 독립영화들과는 다르게 중년, 노년의 여성 관객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GV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한 중년 여성 관객의 말이었습니다. 정말 한 편의 시처럼 영화 속 두 모녀의 관계,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된 태백의 모습을 표현해주셨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힘은 가족이 어려운 사람들, 엄마로서의 무게가 힘든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의 언덕>은 여러모로 시작에 좋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영화가 '하나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시작을 가져온 영화기도 했고요. 가족이라는 주제와 부담스럽지 않은 이야기로, 독립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바람의 언덕>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_정재빈 시민 모더레이터


 
지역독립영화의 안식처,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
 
 인디하우스 독립영화워크숍 2기.

인디하우스 독립영화워크숍 2기. ⓒ 인디하우스

  
초석을 쌓다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는 지역 커뮤니티 시네마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강릉에서 영화를 만들고, 만들어진 영화가 지역에서 상영되고, 상영 이후 영화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이르기까지, 강릉 지역에 자생하는 영화창작자, 영화 활동가들과 협력하여 선순환 구조의 지역 영화 문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디하우스는 지역 영화 창작자들을 위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판을 일구고자 단단한 초석을 쌓고자 합니다. 많은 스태프의 이름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나열됩니다. 영화 창작 과정은 다른 장르의 창작작업보다 훨씬 더 많은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지역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많은 인원과 비용이 필요한 영화를 만드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는 개개인의 힘과 역량만으로 열악한 지역 영화 환경을 돌파하지 않기 위해 같이 뭉쳐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작하게 됐습니다.
 
기둥을 올리다
 
인디하우스가 초석을 쌓기도 전에, 강릉에는 이미 속이 차서 단단한 기둥감들이 뿌리를 뻗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강릉시네마테크, 정동진독립영화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등. 나이테를 헤아려봅니다. 열악한 환경에 고르지 못하고 힘겹게 자란. 그러한 경험과 시간이 나이테에 고스란히 쌓인 영화 관련 단체들이 인디하우스의 기둥이 되어주었습니다. 
 
 2019 인디하우스어워드 현장

2019 인디하우스어워드 현장 ⓒ 인디하우스

  
공사를 튼튼히 하다
 
인디하우스는 열악한 지역 영화 문화 생태계를 개선하고자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2018년부터 다큐멘터리, 극영화 제작 워크숍을 진행했고, 영화 제작의 워크 플로우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과 실습을 진행해 10편 내외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또한 2019년 극영화 제작 워크숍에서 완성된 시나리오 3편을 제작했습니다. 더불어 독립영화 제작을 위한 장비 대여 및 후반제작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31일 인디하우스 어워드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강릉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지역에서 제작하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지역 영화인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며 영화도시 강릉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일환이었습니다.

지역 영화 환경의 안식처
 
올해 초 인디하우스가 주관하고 지역 영화 활동가들과 협력해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 <바람의 언덕> 상영회를 진행했습니다. 인디하우스는 올해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들로 공동체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실 (독립) 제작된 영화들은 영화제 출품작으로 선정되지 않으면 상영될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영화제에 미출품된 지역 영화의 상영 기회를 확보하고, 창작자의 수입 구조를 만들고,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를 관객들에게 제공하고자 공동체 상영회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작품 이외에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수료 작품이나 지역에서 창작된 영화를 발굴하고,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여 상영회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인디하우스는 지역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고, 만들어진 영화를 다양한 관객이 볼 수 있으며, 상영과 함께 같이 이야기하고 비평하고, 그것이 다시 영화를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영화 문화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자합니다.
 
글쓴이_ 장병섭 인디하우스 사무국장


재밌는 영화, 다양한 영화, 당신의 극장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극장 입구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극장 입구 ⓒ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강원 지역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관입니다. 영화 관련 비영리민간단체 '강릉씨네마떼끄'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릉씨네마떼끄'는 1996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회원들은 안정적인 상영공간이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강릉인권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그리고 다양한 공동체 상영 등을 통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2012년 5월 18일, 드디어 꿈에 그리던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강릉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신영극장'이 있던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60년대부터 운영되었던 '신영극장'은 강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였으나, 대형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며 폐관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폐관 이후로도 여전히 근처의 버스정류장은 '신영극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옛 관람 수칙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옛 관람 수칙 ⓒ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아마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영극장'의 위치를 알고 있으며 각자의 추억 하나씩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극장을 개관할 당시의 스태프들은 그런 '신영극장'의 인지도를 활용하고, 추억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지금의 이 장소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저는 2017년 재개관부터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어 2016년 2월 29일부터 약 1년 간의 휴식기를 가져야 했습니다. 저 또한 신영의 스태프로 들어오기 이전부터 신영을 사랑하는 관객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당시 휴관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슬펐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소중함을 그때서야 비로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재개관을 기다리는 관객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재개관을 축하하는 마음을 진심 가득 담은 손편지에 써주신 관객도 계셨고, 휴식기 동안 언제 재개관하는지 SNS를 통해 안부를 묻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니까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는 '관객'입니다. 신영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재개관 준비를 할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셨던 분들이 관객 분들이셨고, 또한, 처음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시작할 때 도움을 주셨던 분들 또한 관객분 들이셨기 때문입니다. 신영은 '나는 주인이다'라는 보증금 마련 프로젝트를 통해 첫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는데, 지금도 로비 한쪽 벽면을 통해 '나는 주인이다'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신 분들의 기록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신영은 관객 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 일반 개봉작 상영 이외에도 다양한 영화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다 다양한 영화적 경험을 위해 영화 상영 이외에도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진행되었던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처음 쓰는 영화비평'과 '화양영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처음 쓰는 영화비평'은 1기, 2기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정지혜, 박인호, 허남웅 영화평론가와 서울아트시네마 김보년 프로그래머의 강연을 통해 영화비평의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정지혜 영화평론가와 함께하는 워크샵을 통해 글을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감사하게도 참가자분들께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여주셔서 함께한 스태프들 모두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의 글은 1, 2기 각각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습니다. 신영을 방문하시면 누구나 읽어보실 수 있고, 원하신다면 한 권 씩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화양영화'는 영화에 관한 생각을 대화로 나누는 소모임입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2000)에서 따온 이름으로 '화요일에 영화를 즐기는 모임(火養映畵)'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주는 극장에서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그 다음 주는 그 영화와 연결되는 키워드의 영화를 DVD를 통해 관람한 후 서로 대화를 나눕니다. 아쉽게도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참가자들이 매우 만족하고 3기 모집 문의가 종종 들어오는 기획입니다.
 
올해는 지난해 진행되었던 '처음 쓰는 영화비평'과 '화양영화'의 3기 진행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더불어 '영화 그림 모임'과 '다큐 강연 시리즈' 등 다양한 기획프로그램과 '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까지 준비하고 있어, 매우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한 해 신영에서 약 150편의 영화, 1727회차의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평소 만나기 힘들지만 재미있고 다양한 영화를 함께 나누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응원해주시는 관객분들이 있기에, 또한 함께 취향을 나눈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스태프 모두가 알고 있기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앞으로도 재밌는 영화, 다양한 영화를 언제든 볼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당신의 극장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글쓴이_ 이현임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홍보팀장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영화비평 강좌 현장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영화비평 강좌 현장 ⓒ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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