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현의 '비싼 옷' 앨범 재킷.

임재현의 '비싼 옷' 앨범 재킷. ⓒ 디원미디어


 
2019년, 멜론 연간 차트에서 신인 가수 임재현은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으로 연간 2위를 차지했다. 앤 마리(Anne Marie)의 '2002'를 제외하면 1위였다. 방탄소년단과 태연, 잔나비 등을 앞서는 수치였다. 대중에게 알려진 바 없었던 임재현이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그에게 의문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가수 임재현과 프로듀서 2soo는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사재기', '차트 조작설' 등에 대해 단호히 부정했다. 지난 1월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음원차트 조작 관련 방송은 편파적이었다며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이 글에서는 일련의 논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곡을 '사재기 곡'이라고 단정하지도 않는다. 지난 3월 17일 임재현이 최근 발표한 신곡 '비싼 옷' 그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다.
 
"제가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 노래를 받칩니다."
 
나는 곡을 듣기 전에, 아티스트 측에서 공개한 '앨범 소개'를 읽으면서 아티스트의 철학을 읽곤 한다. 그런데 음원 사이트에 게시된 '비싼 옷'의 곡 소개를 읽자마자 당혹감을 느꼈다. 한 문장에 노래의 핵심 메시지를 담았는데, 맞춤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지금은 '바칩니다'로 수정되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실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앨범 커버 역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벚꽃 이미지를 올려 놓았다가, 논란이 일자 급하게 바꾸었다. 물론 바뀐 이미지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꽃 이미지였다. 만든 이의 성의를 발견할 수 없었고, 아티스트의 철학이 묻어 있을 리 만무했다.
 
처음에 노래를 듣고 느껴지는 것은 '기시감'이었다. 임재현의 지난 히트곡인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조금 취했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극히 예상 가능한 멜로디다. 믹싱 상태의 경우, 듣는 즐거움을 안겨주지 않는다. 악기와 악기가 전혀 조응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고음을 자랑하는 임재현의 보컬을 부각하고자 한 의도였을까.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이 발표되었을 당시, 곡 소개에는 '옛날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감성의 발라드 곡으로써 90년대 옛음악 감성의 편곡과 믹싱'이 두드러진다고 적혀 있었다. 동어 반복으로 가득한 이 문장을 다시 곱씹어 보아도, 이것이 2020년에 발표된 곡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어려웠다(참고로 밴드 롤러코스터가 홈 레코딩으로 만든 1집 <Roller Coaster>는 1999년 작품이다).
 
'비싼 옷' 뮤직비디오에서 임재현은 의자에 앉아있는 한 여성을 향해 이 노래를 부른다. 이 여성의 모습은 이윽고 중년 여성의 모습으로 바뀐다. 연인에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메시지가 좋다고 해도, 그것이 곧 좋은 노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곡에서 주인공은 '비싼 밥'과 '비싼 옷'을 사 주지 못 한 자신을 끊임없이 자책한다.
 
"그대여 정말 비싼 밥 정말 비싼 옷
많이 못해준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당신이 내게 준 사랑 너무나 값진것인데 왜
고작 이것밖에 해줄 수 없는 내가 미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호사를 누리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진부한 가사다.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쓴 가사라고 했지만, 연인으로 바꿔서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한국 발라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자책'의 문법을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효심을 담은 사모곡이라고 해도, 형식의 문제가 간과될 수는 없다. 양희은이 부른 '엄마가 딸에게'처럼, 어머니라는 소재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감동을 끌어낼 수 있다. 시적인 표현과 운율을 두루 살린 세정의 '꽃길' 같은 경우도 있다. 
 
한국 가요에서 발라드는 대중의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장르다. '절창'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임재현이 탄탄한 고음을 과시하는 가수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그러나, 과거의 수많은 발라드 명곡들을 두고, '비싼 옷'을 굳이 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노골적으로 과거에만 머무르고 있는 '비싼 옷'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비싼 옷'은 코인 노래방에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으로서의 의의를 묻는다면, 의문 부호만을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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