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1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엔 '차이나 게이트'란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은 중국인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각종 커뮤니티에서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게시물과 댓글을 달거나 공감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국내의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것이 차이나게이트의 핵심이다.

지난 16일 방송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실체 없는 유령 차이나 게이트' 편은 이 의혹이 어떻게 나왔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추적했다.

지난달 26일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 필명 '추추후한'이 작성한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알리고 싶다>란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자신을 조선족이라 밝힌 '추추후한'은 조선족,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의 모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과 지방 선거 모두 우리 같은 조선족들이 이 일(여론조작)을 담당했다. 네이버의 베스트 댓글과 여성들 위주의 카페에 올라오는 댓글 모두 우리 손을 거친다."

다음 날 올라온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더 말해도 될까>는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의 일부이며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반대 청원'에 중국인 댓글 조작 부대가 투입됐다는 주장을 다루었다. 이후 '추추후한'의 게시물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이 찾았다는 증거가 덧붙여지며 음모론은 커뮤니티, SNS, 유튜브로 퍼졌다. 그리고 불과 며칠 만에 '차이나 게이트'란 명칭까지 붙여졌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는 차이나 게이트의 근거를 하나하나 따져보았다. 첫째, 조선족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라온 청와대 청원주소. 일부 네티즌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원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에 하루 만에 5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사실을 조작투표라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조선족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링크된 청원 링크를 언급한다.

그런데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라온 링크를 따라가니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6만 명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반대 청원 및 게시물 삭제 청원'이란 다른 청원을 엉뚱하게 증거로 내놓은 것이다.

둘째,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의 중국 내 접속량 폭증. 차이나 게이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의 중국 유입 접속량이 엄청나게 상승했다며 국제 웹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의 분석 자료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런데 제시된 시밀러웹의 자료는 1월 기준이다. 백만을 넘긴 문재인 대통령 응원 청원은 1월이 아닌 2월 26일에 시작했다. 시기적으로 맞질 않는다.

중국의 여론 조작 시도 의혹이 커지자 청와대는 지난 2일 '지역별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 기록'을 공개했다. 2월 한 달 동안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 기록을 살펴보면 국내(96.9%), 미국(0.9%), 베트남(0.6%), 일본(0.3%), 중국(0.06%)로 나타난다. 2019년 전체 방문 기록에서 중국에서의 접속 비중은 월평균 0.1% 선에 그쳤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셋째, 국내 언론 기사에 중국어 댓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달린 사례. 2018년 2월 13일 네이버에 실린 스타뉴스의 <[평창] 男쇼트트랙 임효준·서이라·황대헌, 1000m 예선 전원 통과> 기사엔 댓글이 무려 십만 개가 넘었는데 대부분 중국어로 쓴 댓글이었다.

이 기사가 차이나 게이트의 중국 댓글부대의 활동 증거로 회자되는 중이다. 아이디 옆에 메달 표시는 댓글을 많이 달아야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네이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계급장? 스포츠 뉴스 댓글에만 있는 거예요. 네이버 (다른 분야) 뉴스에는 그런 게 없어요. 자기들끼리 공감 눌러줘서 그때 등급이 올라간 거고 그 이후 그런 아이디로 활동한 이력이 없어요."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댓글 비중을 봐도 2월부터 3월까지 국내 댓글 비중이 95% 미만을 기록한 적이 없다. 중국발 댓글 비중은 1% 아래를 맴돈다. 게다가 드루킹 사건 이후 네이버는 기사당 댓글수 제한, 댓글 연속 쓰기 제한, 개인당 하루 댓글수 제한, 어뷰징 감시시스템 등을 도입한 바 있다. 내국인, 외국인을 막론하고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넷째, 낚시글과 '나는 개인이오'. 일부 네티즌은 낚시링크를 통해 중국인 댓글부대를 가려냈다고 주장한다. SNS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올린 다음 몰래 반중국 사이트인 '동타이왕'을 링크시키니 "나는 그냥 개인이오" 같은 한국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달렸다는 소리다.

낚시글을 올린 이들은 동타이왕에 접속한 기록이 있는 중국인이 귀국하면 공안에 체포되거나 구금되니까 중국인 댓글부대원이 "나는 개인이오"란 증거 댓글을 남겨 처벌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스트레이트>가 만난 중국 교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중국에선 "나는 개인이오"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낚시글 이후에 몇몇 SNS, 커뮤니티 계정이 비공개되거나 삭제하는 일이 있긴 했다. 하지만, 중국인이 조직적으로 여론 공작을 한다는 근거로 보기엔 그 숫자가 빈약하다. 도리어 한 인터넷 카페에 차이나 게이트 반박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중국인 여론 조작범으로 몰려 욕설과 협박 문자를 받는 곤혹을 치렀다. 중국인 댓글부대 추적이라는 명분 아래 마구잡이로 몰아간 결과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일베발 의혹이 차이나 게이트로 커진 배경엔 정치권과 보수 언론이 존재한다. 의혹을 검증해야할 정치권과 언론이 오히려 무분별하게 받아쓰며 확대, 재생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음모론에 불과했던 차이나 게이트는 의혹을 감춘 게이트란 신빙성을 부여받았다.

차이나 게이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자 정치권은 곧바로 반응했다. 미래통합당은 관련법을 만들겠다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김성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일 "선관위와 방통위가 나서서 외국의 선거 개입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중 미래통합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용자의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게시글이나 댓글에 국적이나 국가명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차이나게이트 방지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언주 미래통합당 의원은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근거들은 그대로 인용됐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박성중 의원이 발의를 추진하고 있는 차이나게이트 방지법은 실효성도 의문이다. 차이나게이트의 발단은 중국의 여론 조작, 특히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이나 중국 유학생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 아닌가. 국내에 있는 중국인들의 여론 조작을 막겠다면서 접속 국가를 표기하도록 하는 건 앞뒤가 맞질 않는다.

포털 업체들이 이용자의 국적을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주민등록번호조차 수집하지 않는 최근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일부 전문가는 이용자 정보를 지나치게 수집하는 건 통신의 비밀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송에 출연한 손지원 변호사는 위헌 소지가 높다고 지적한다.

"법으로 '사기업이 이용자들의 이런 접속지 정보를 추적하게 하고 수집하고 국가기관이 원하면 제출을 해라' 이런 걸 강제하는 건 굉장히 위헌의 소지가 높은 법안이라고 볼 수가 있죠."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보수 언론도 차이나 게이트의 군불을 때는 데 앞장섰다. <문화일보>의 칼럼 <'차이나 게이트' 진위 규명 시급하다>(2020.3.3.)는 "국민은 차이나 게이트의 진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정직한 해명을 고대하고 있다"고 무책임한 선동을 일삼았다. <동아일보>의 칼럼 <청와대가 펄쩍 뛴 '차이나 게이트'>(2020.3.5.)는 "국내에 한국말을 아는 중국 교포가 34만 명, 중국인이 21만 명이다. 이 중 조선족과 유학생 일부가 댓글조작으로 활동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비약을 펼쳤다.

<조선일보>의 기사 <조선족이 국내 여론 조작? 온라인서 '차이나 게이트' 시끌>(2020.3.2.)은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을 별다른 근거 확인도 없이 고스란히 받아 썼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중국이 우리나라의 여론을 조작한다는 음모론의 역사는 깊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부터 시작해 2012년 대선까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최근엔 태블릿PC를 조작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차이나 게이트는 실체조차 없이 의혹만 잔뜩 부풀려진 모습이다. 그러나 흐릿한 가운데 명확한 사실도 보인다. 누가 의혹에 관심을 두는지, 그리고 의혹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하는 점이다.

차이나 게이트는 일부 보수 세력의 공격 수단으로 사용된다. 정치 성향이 다른 네티즌에겐 중국 댓글부대로 낙인을 찍을 수 있는 무기가 작용한다. 반중, 또는 중국 혐오 정서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를 친중 세력으로 부각하는 정치 프레임도 된다. 과거 북한을 활용하던 용공 프레임이 이젠 중국으로 바뀌어 친중 프레임으로 되살아난 모습이다. <스트레이트>는 말한다.

"국정원, 기무사, 경찰 같은 국가기관까지 동원해서 댓글 공작을 하던 정부가 있었다. 과연 차이나게이트가 그런 사건이라고 보는 건지? 문제는 댓글을 쓰는 네티즌이 아니라 댓글을 악용하는 일부 언론이나 정치가 문제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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