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고 3월의 세 번째 토요일이 왔는데 우리 축구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의 유니폼이나 머플러를 서랍에서 꺼내지 못합니다. 세계 대유행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 19가 아직 우리 일상을 붙들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TV 스포츠 채널을 틀어도 느린 화면 속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 선수만 빠르게 뛰어다닐 뿐입니다. 40일 전만 해도 새벽이나 저녁에 축구 생중계는 물론 그 여운까지 즐겼던 우리입니다.

김학범 감독의 U-23 대표팀이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서 2020 도쿄 올림픽을 기다리는 우리를 더욱 기쁘게 만들어 주었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명장면과 스토리들은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했습니다.

그리고 K리그 팬들은 2월 끝자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축구장에도 겨울이 오고 약 두 달 남짓 새 시즌 준비 기간을 각 클럽들이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서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 11월 10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 FC - 인천 유나이티드 FC 게임 89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이정빈이 오른발로 3-2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터뜨린 순간

2018년 11월 10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 FC - 인천 유나이티드 FC 게임 89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이정빈이 오른발로 3-2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터뜨린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FC 팬인 저는 2018년 11월 10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우리 모두를 울렸던 이정빈 선수(전 인천 유나이티드, 현 FC 안양)를 응원하기 위해 2020년 2월 29일(토) 오후 2시 FC 안양 vs 전남 드래곤즈의 K리그2 첫 라운드 장소인 안양종합운동장으로 달려갔을 것입니다. 

그다음 날(3월 1일)은 오후 2시에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시즌 첫 게임(vs 상주 상무)을 즐기기 위해 웬만한 사람들보다 일찍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다림과 설렘이 식어버리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3월 2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첫 홈 게임(vs 제주 유나이티드)에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관중인 1만8541명이 찾아와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의 새 역사를 찍었습니다. 이 스타디움 공식 만석 수에서 1815명이 모자란 숫자이니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그 열기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사실 축구 실력이 뛰어난 구단이 아닙니다. 홈 관중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즌 첫 게임 성적만 따져도 2012년 3월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개장 이후 1승 3무 4패(6득점 11실점)로 초라할 뿐입니다. '생존왕'이라는 조금 슬픈 꼬리표가 달려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2부리그(K리그2)로 미끄러진 적이 한 번도 없는 축구 클럽입니다. 그래서 이 끈끈함을 믿고 거기에 묘하게 이끌려 서포터즈 자리는 물론 일반 관중석에도 점점 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9년 3월 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FC - 제주 유나이티드 개막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간판 골잡이 무고사가 페널티킥 골을 터뜨리는 순간.

2019년 3월 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FC - 제주 유나이티드 개막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간판 골잡이 무고사가 페널티킥 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지금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물론 아마추어 축구 팬들과 동호인들까지 아울러 다시 축구장의 문이 활짝 열릴 저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최대한 잠잠해질 때를 기다려야 하기에 4월 첫 주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시즌 전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무관중 개막도 말하지만 텅 빈 관중석을 바라보며 뛰는 선수들은 뛸 마음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과 팬들은 지난 2012년 6월 14일에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무관중 K리그 게임(vs 포항 스틸러스, 해당 기사 바로가기)을 경험한 바 있기에 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입니다.
 
팬들이 찾아가지 못해 함성이 들리지 않는, 선수들이 갈고닦은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축구 그라운드는 지금 이 시기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합니다. 머플러 흔들며 홈 팀 선수들의 이름을 힘껏 외치며, 골이 들어가지 않아도 함께 간 친구들과 눈을 동그랗게 떠서 활짝 웃고 떠들 수 있는 축구장이 너무 그립습니다. 
 
 2012년 6월 14일 무관중으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 - 포항 스틸러스 게임 시작 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2012년 6월 14일 무관중으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 - 포항 스틸러스 게임 시작 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심재철

 
별로 특별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그런 일상들이 다시 내 삶 구석구석에 들어와 박히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간절히 바라야 이루어지는 꿈처럼 내 가슴에 박힌 축구라는 일상이 이렇게 특별하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축구 덕분에 만난 사람들이 이토록 한 분 한 분 고맙고 그리울 줄은 몰랐습니다. 그들과 다시 손바닥을 마주칠 수 있도록 손 씻기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저 멀리 대구와 포항, 울산 등지에서 버스를 나눠 타고 숭의 아레나를 찾아왔던 축구 팬들과 도원역 버스 정류장 앞에서 헤어지며 "수고하셨습니다. 먼 길 조심해서 가세요"라는 일상의 인사를 하루빨리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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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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