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길이네 곱창집>은 재일 동포 용길의 가족의 왁자지껄한 이야기를 담았다.

<용길이네 곱창집>은 재일 동포 용길의 가족의 왁자지껄한 이야기를 담았다. ⓒ 영화사그램

 
"언젠가 고향에 돌아가려고 일하고 또 일했어. 그런데 이제 돌아갈 고향이 없어."


용길(김상호)은 가족들 앞에서 담담하게 일본어로 자신이 일본에 정착하게 된 이유와 '떠돌이의 삶'에 대해 풀어놓는다. 태평양 전쟁에 참가했다가 한쪽 팔을 잃은 그는 고향인 제주도로 가려 했으나 4.3사건이 터져 부모 형제를 잃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용길은 자기에게 찾아온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어느 한곳에 정착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용길은 이야기 도중 "하타라이타...하타라이타..."('일하고 또 일했네'의 일본어)"라고 반복한다.
 
지난 12일 개봉한 <용길이네 곱창집>(감독 정의신)은 1969년부터 1971년 사이 차별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살았던 재일(在日) 동포 용길과 그의 아내 용순(이정은), 3녀 1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용길은 오사카 공항 근처 낡은 판자촌에 있는 '용길이네 곱창집'의 주인이다.

재일 동포 2세인 정 감독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이기도 하다. 재일 동포와 관련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그는 2008년 자신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야키니쿠 드래곤>이라는 연극을 내놓았다. 자신의 경험담을 연극에 녹인 것이었다. <용길이네 곱창집>은 이 연극을 그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이 고도성장을 하고 1970년 만국박람회로 떠들썩하던 시절. 반대로 재일 동포의 삶은 역사가 짊어준 그늘의 무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영화는 불판에 오른 고기처럼 왁자지껄하다.

테츠오(오오이즈미 요)와 결혼하지만, 그의 태도에 실망해 이혼을 선택하는 용순의 둘째 딸 리카(이노우에 마오). 테츠오는 첫사랑이던 첫째 딸 시즈카(마키 요코)에 관심이 있다. 셋째 딸 미카(사쿠라바 나나미)는 일본 유부남과 연애하다 덜컥 임신한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콩가루 집안' 이야기라고 눈초리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간다. 서로 지지고 볶아도 돌아서면 손을 내미는 가족의 이야기야말로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진짜 이야기가 아닌가. 황당한 이야기라도 고난 속에서 여섯 식구를 묶어주는 힘이 된다. 이렇게 용길의 식구들은 하루하루 살아간다.
 
 용길(김상호)는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며 가족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순간, 화를 낸다.

용길(김상호)는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며 가족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순간, 화를 낸다. ⓒ 영화사그램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재일 동포의 구석진 삶을 잊는 건 아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멸시당하는 막내아들 토키오, 강제 철거의 위협에 놓여있는 판자촌까지 담아낸다.

세상과 국가가 준 고통은 그들을 몰아세우려고 하지만 용길이네 가족은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한다. 그리고 내일은 더 잘 될 거라는 희망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다. 주황빛 노을처럼 따뜻하게 말이다. 그래서 웃음과 눈물과 희망을 모두 보여준 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짠해지면서 동시에 응원하게 된다.

용길은 하늘 저편을 바라보면서 "기분 좋다. 이런 날은 내일을 믿을 수가 있지. 내일은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한다. 살다 보면, 버티다 보면 또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어느 순간 관객도 속으로 외치게 된다.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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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문화부 기자. 팩트만 틀리지 말자. kjlf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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