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에버가든' 포스터

'바이올렛 에버가든' 포스터 ⓒ (주)라이크콘텐츠

  
'자동 수기 인형'이라는 일종의 대필가로 일하는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제5회 교토 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수상이 특별한 이유는 8회까지 진행된 이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대상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성에 있어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통과한 만큼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극장판 <바이올렛 에버가든–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을 통해서도 그 매력을 보여준다.
 
CH 우편사에서 근무하는 바이올렛은 어느 귀족의 요청으로 그의 딸 이사벨라의 개인교사로 일하게 된다. 상류층 여성들이 다니는 여학교에 다니는 이사벨라는 쉽게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반항심으로 똘똘 뭉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3개월간 그녀의 가정교사 일을 하게 된 바이올렛은 주변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만큼 완벽하게 이사벨라를 돌본다. 하지만 이사벨라는 그런 바이올렛의 모습에 오히려 주눅이 든다며 화를 낸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스틸컷

'바이올렛 에버가든'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학교의 친구들이 자신의 가문만을 본다며 염증을 표하는 이사벨라에게 바이올렛은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다. 거짓과 가식이 없는 바이올렛의 모습에 이사벨라는 점점 마음을 연다. 그리고 바이올렛은 이사벨라와 자신이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귀족의 딸인 게 밝혀지기 전까지 이사벨라는 에이미라는 이름으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혼자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우연히 고아 소녀 테일러를 집으로 데려온 그녀는 오직 테일러만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귀족의 혼외자임이 밝혀지게 되고 가문으로 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테일러와 이별하게 된다. 이사벨라는 테일러가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문으로 왔지만 텅 빈 마음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갖게 했다. 
 
이에 바이올렛은 함께 편지를 쓰자고 말한다. 편지에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 사람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 전하고 싶은 진심을 글자에 꾹꾹 눌러 담는다.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다. 처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힌 이사벨라는 더 이상 마음의 문을 닫지 않는다. 바이올렛과의 3개월은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 때문에 마음에 큰 구멍이 난 그녀를 치유해준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스틸컷

'바이올렛 에버가든'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3년 뒤 CH 우편사에 한 소녀가 찾아온다. 3년 전 바이올렛이 보낸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라'는 편지를 받았던 소녀다. 테일러는 집배원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집배원은 '행복'을 전해주는 일이라 말하는 테일러에게 집배원 베네딕트는 시크하게 반응한다. 베네딕트는 자신이 하는 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테일러와 추억을 쌓으면서 편지에 담긴 진심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팬서비스의 성격이 강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넘었다.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에 도입부가 어설픈 성향을 지닌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달리 기승전결의 구조를 완벽하게 갖추며 서사의 완성도를 높인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작화는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잔잔함 속에서도 확실한 감동을 준다. 
 
여기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통해 향수를 자극한다. 편지에는 이메일과 달리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오랜 시간 연락을 기다렸던 이에게 진심이 적힌 편지를 받아본 겨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선사한다. 편지를 받고 행복을 찾은 테일러가 집배원을 꿈꾼다는 설정은 하나의 행복이 다른 행복을 불러올 수 있다 것을 알려준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스틸컷

'바이올렛 에버가든'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이런 감정의 힘을 더욱 강화시키는 소재가 전쟁이다. 바이올렛은 참전 중 두 손을 잃게 되고 의수를 착용한다. 폐허를 만드는 전쟁처럼 텅 빈 바이올렛의 마음은 의수를 통해 작성하는 글을 통해 하나씩 채워진다. '사랑'이란 감정을 알지 못하는 그녀는 수기 작업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글에서 감정을 읽는다.
 
돈도 명예도 채우지 못한 이사벨라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테일러였던 것처럼 바이올렛에게 감정을 알려준 것도 마음이 담긴 글이었다. 이런 문학적인 상상력과 환상, 이를 수기와 편지에 담아낸 작품의 소재는 따뜻하고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은 '무수히 늘어놓은 아름다운 말보다, 단 한마디로도 소중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작품 속 문구처럼 함축적인 대사와 은유적인 메시지를 통해 깔끔한 전개와 진한 여운을 보여준다. 연하게 담긴 백합물적인 요소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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