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제 스태프

레드카펫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제 스태프 ⓒ 부산영화제

 
영화제의 화려한 레드카펫을 만드는 주역임에도 뒤에서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불안정한 위치에 있던 영화제 스태프들이 협동조합을 발족한다. 국내 영화제 역사가 25년이 되는 시점에, 뒤늦게 영화제 스태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추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영화제 스태프들을 위한 협동조합 단단(가칭, 단단조합)이 오는 26일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단단조합은 영화제 스태프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스태프들의 조합이다.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1년에 여러 개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영화제의 스태프들은 하나의 영화제가 끝나면 개별적으로 다른 영화제의 일을 알아봐 새로운 일을 맡거나, 일을 맡지 못하는 경우는 실직 상태로 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직을 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는 이를 협동조합 차원에서 주선하면서 조합원으로 가입한 스태프들의 고용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단단조합의 지향점이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한 이후 20년 넘게 새로운 영화제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면서 영화제 스태프도 함께 늘어왔다. 이들은 해외 게스트를 안내하거나 행사 기획이나 운영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이 강화된 직종이 됐지만, 고용 기간이 행사를 전후한 3~4개월 정도로 짧은 탓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1~2월을 제외하고는 연중 다양한 영화제들이 개최되는 현실이기에 영화제들이 힘을 합치면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들 스태프들의 고용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대부분의 영화제들이 소극적이었다.
 
스태프 문제 처우 문제 부각되며 고용 안정화 논의
 
지난 2018년 스태프들의 시간 외 수당 문제 등 처우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들의 고용을 안정 시킬 수 있는 방안 등이 논의돼 왔다.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온 것이 이번 단단조합 출범으로 이어진 것이다. 
 
영진위는 공정환경센터를 중심으로 스태프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여는 것과 더불어 개별적인 조사를 통해 2019년 9월 '영화제 스태프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영화제 스태프 노동자의 고용 안정화를 위해 개별 영화제 차원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사회의 다른 영역과 공유하고 확장된 영역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의 필요성"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 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의 지방정부가 공익재단으로 설립하는 방안이 깔끔한 방식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요성과는 별개로 이를 실현시키는데 정치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면서 스태프들이 자체적으로 힘을 합칠 수 있도록 협동조합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스태프 처우 개선을 위해 영진위가 마중물 역할을 담당한 모습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제 스태프들

지난해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제 스태프들 ⓒ 부산영화제

 
김혜준 영진위 공정환경센터장은 "영진위는 작년부터 해온 영화제 스태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 활동의 연장선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강력지원하고 있다"라며 "스태프 당사자, 청년유니온, 몇몇 국제영화제 핵심 스태프, 노동 분야 전문가 등 연대 활동의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또한 "12개월 지속적으로 생활임금을 보장받으며 2~3개의 영화제와 다양한 문화기획 프로젝트 현장에서 활기차게 일하는 프리랜서들의 연대체"라며 "전문인력 파견, 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축제, 마이스(MICE, 부가가치가 큰 전시·컨벤션 사업) 기획, 문화예술을 매개로 하는 지역 활력과 매력 사업 등을 통해 영화제 스태프들이 문화기획자, 도시기획자, 예술교육자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집단)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실무 준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제만으로는 인력들을 다 활용하기가 어려울 수가 있어서, 문화예술과 전시기획 쪽으로 범위를 넓히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창립을 위해 10여 명 정도의 조합원을 모집해 놓은 상태인데, 20명 정도를 채워 창립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조합원 모집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일반 협동조합으로 창립을 해놓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 조합원을 늘린 후에 전문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협동조합 창립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심을 보이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동조합을 책임질 이사장으로는 영화사나 영화제 관계자 중에서 적합한 분을 추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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