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현의 새 싱글 '비싼옷' 앨범 커버 이미지.

임재현의 새 싱글 '비싼옷' 앨범 커버 이미지. ⓒ 디원미디어


지난해 대한민국 음원 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가요는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이다(2019년 가온차트, 멜론 가요 연간 순위 1위). 노래방에서 가창력을 뽐내기에 적합한 이 발라드는 방탄소년단, 장범준, 아이유 등 기존의 음원 시장 강자들을 모두 제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1위에 논란도 뒤따랐다. 곡의 완성도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각종 잡음을 야기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보이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은 SNS를 통해 몇몇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후 여론은 들끓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로 이어지면서 수사, 법정 공방 등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에도 임재현은 분명 2019년 가요계 화제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지난 17일 그는 여세를 몰아 신곡 '비싼 옷'을 내놓으며 야심차게 2020년 출사표를 내밀었다. 그런데 앞서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의 곡 '비싼 옷'은 의외의 지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앨범 표지 이미지 때문이다.

무료 공유 사이트 사진으로 연이은 표지 교체
 
 임재현의 싱글 '비싼 옷' 표지의 원본 사진들은 인터넷 무료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재현의 싱글 '비싼 옷' 표지의 원본 사진들은 인터넷 무료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 Google

 
실물 앨범으로 음악을 듣던 시대에 비하면, 온라인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지금 앨범 표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표지 이미지는 여전히 창작자가 만들어낸 음반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 탓에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인디 음반들 역시 최근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표지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자본이 없어도 정성을 들인다면 충분히 감각적인 앨범 커버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 

17일 공개된 '비싼 옷' 싱글 앨범의 표지 이미지에는 벚꽃이 등장했다. 하지만 발매 다음 날 장미꽃으로 갑자기 변경되었다. 급작스런 표지 교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저작권 침해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알고 보니 벚꽃은 물론 장미꽃 앨범 이미지까지 모두 픽사베이(Pixabay) 등 해외 무료 공유 사이트에 등록된 사진 파일을 자르고, 텍스트를 삽입한 것이었다. 이는 눈썰미 좋은 누리꾼들에 의해 금방 들통나버렸다. 

성의 없게 느껴지는 앨범 커버 이미지에 많은 누리꾼들이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벌어들인 노래의 후속작인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표지 디자인'이라는 질책이 나오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비싼 옷' 앨범 소개 문구 역시 "제가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 노래를 받칩니다"라는, 잘못된 맞춤법이 사용돼 앨범 표지와 함께 비웃음을 사는 일이 계속됐다. 현재는 모두 수정된 상태다.

표지 디자인, 창작물의 이미지 크게 좌우하기도
 
음반 표지 디자인은 이미 예술의 영역으로 확대된 지 오래다. 로저 딘, 힙노시스, 휴 사임 등의 제작한 표지 작품들만 해도 각각 예스, 핑크 플로이드, 러쉬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가치를 업레이드 시켜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한 재즈 레이블 ECM은 단순한 타이포그라피나 흑백사진만으로 구성된 표지를 50년 가까이 채택해 자신들의 고집스런 음악 색깔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반면 표절이나 아이디어 무단 차용 제작은 자칫 해당 가수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불미스런 일로 연결되기도 한다. 최근 미국 래퍼 릴 우지 버트는 6년 전 제작된 어느 국내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을 무단 도용해 자신의 음반 표지로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원작자 및 누리꾼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그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영감을 받은 것이지 도둑질은 아니다. 돈을 원한다면 우리 측 사람들이 접촉해 지불할 것"이라 대응해 더 큰 비난을 자초했다.

때론 어설픈 오마주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가수 이우의 싱글 '내 안부' 표지는 < H2 >, <터치> 등 스포츠 만화로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아다치 미츠루의 작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우 측은 "표지 그림을 그린 작가가 존경하는 인물"이라면서 "도용이나 표절이 아닌 오마주로 봐 달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장혜진+윤민수의 싱글 '술이 문제야' 역시 네덜란드 일러스트 작가 쿤 폴의 '서울의 밤 문화'와 유사성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제작자 측은 정식 라이센스를 구매한 후 제작한 이미지라고 해명했다. 라이센스 구매든, 오마주든 앨범 크레디트에 이를 표기하거나 먼저 나서서 알린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수들은 이를 표기하지 않아 표절 의혹을 사곤 한다.

음반 표지 = 노래의 얼굴이자 가수의 이미지
 
 앨범 표지 표절 논란에 대응한 래퍼 릴 우지 버트의 인스타그램 캡처.

앨범 표지 표절 논란에 대응한 래퍼 릴 우지 버트의 인스타그램 캡처. ⓒ 인스타그램

 
앨범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공력은 얼마나 될까. 보통 우리나라 소속사에서 음반을 제작하는 경우, 기획 회의를 거처 화보 촬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혹은 노래의 이미지에 걸맞은 그림이나 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작품(노래) 및 아티스트(가수)를 좀 더 돋보이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양질의 표지 디자인이 노래 및 가수의 이미지, 가치와도 연결될 수 있음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사이 '비싼 옷' 표지 등을 놓고 벌어진 작은 소동은 당사자 입장에선 억울한 비난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진 및 음반 소개 문구를 둘러싼 잡음은 가볍게 치부하기엔 아쉬운 면이 분명 존재한다. 

길거리, 카페, 꽃집 등에서도 쉽게 촬영할 수 있는 간단한 수준의 사진을 무료 사이트에서 조달해 제작하는 것은, 자칫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인 작품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일처럼 보일 수 있다. 앨범 표지 이미지 역시 가수가 내놓은 음악앨범이라는 창작물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정성을 들인 포장이 때론 제품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대중문화 상품인 음반 표지 디자인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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