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해피투게더4> 방송 장면

KBS <해피투게더4> 방송 장면 ⓒ KBS

 
국내 최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꼽히는 KBS <해피투게더 시즌4>가 최근 마지막 녹화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방송은 4월 2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피투게더>는 잠시 재정비 기간을 거쳐 새로운 시즌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해피투게더>는 2001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9년 가까이 국내 방송가를 대표하는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초대 MC인 신동엽을 비롯하여 이효리, 김제동, 김아중, 탁재훈, 박명수, 김구라, 박미선, 신봉선, 전현무 등 내로라하는 예능인-유명 스타들이 MC로 활약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재발견되거나 새롭게 도약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유재석은 2003년 시즌2부터 가세한 이후 무려 17년간이나 이 프로그램 부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으며 국민 MC라는 영예로운 수식어까지 얻었다.

<해피투게더>의 시작은 토크쇼였지만, 그 성격은 시즌별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포맷을 끊임없이 넘나든 '버라이어티 예능'에 더 가깝다. 초창기에는 다양한 게임이나 콩트도 자주 시도했고, 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 코너도 많았다. 시즌1의 '쟁반노래방'은 밀폐된 노래방 스튜디오 안에서 MC와 게스트들이 동요를 한 소절씩 외워서 나눠 부르고 틀릴 경우에는 전원이 머리에 쟁반을 맞는 벌칙으로 큰 인기를 모으며 지금도 <해피투게더>하면 가장 먼저 회자되는 코너다. 

시즌2는 <해피투게더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개편했는데 < TV는 사랑을 싣고 >를 연상시키는 '스타들의 친구 찾기'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따뜻한 학창시절의 추억과 연예인들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휴먼-감동 코드를 강화했다. 가장 오랜기간 방영된 시즌3는 다수의 실험적인 코너들이 명멸했던 시기로 '사우나 토크'와 '손병호 게임', 당시 트렌드로 떠오르던 먹방-쿡방을 결합한 '야간매점'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익숙한 내용의 반복... 참신함 아쉬워
 
 KBS <해피투게더4> 방송 장면

KBS <해피투게더4> 방송 장면 ⓒ KBS


2018년 가을부터 시작된 시즌4는 <해피투게더>의 하락기였다. 부동의 MC인 유재석이 건재하고 예능계 대세로 부상한 조세호와 전현무 등이 포진했지만, 심각한 아이디어 고갈을 드러내며 연예인 출연자들의 신변잡기나 홍보에 치우친 식상하고 평범한 토크예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방송에서도 볼 수 있거나 이미 익숙한 내용의 반복이 이어지다보니 <해피투게더>에서만 볼 수 있는 참신함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에야 '아무튼 한달'같은 특집을 통해 MC들의 다이어트, 공부법 검증 등 새로운 시도를 하며 기존 토크예능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자리를 잡기도 전에 종영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굳이 <해피투게더>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방송가에서 토크 예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다. 영미식 정통 토크쇼의 부활을 노렸던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나름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현재 국내에 토크 예능 장르로 여전히 살아남은 것은 사실상 <라디오스타> 정도에 불과한데, 이 역시 전성기만큼의 화제성이나 시청률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의 대중들은 연예인 일상이나 만담, 홍보 목적의 토크예능에서 더 이상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들인데다, 연예인 출연자들간의 끼리끼리 친분과 인맥에 의존하는 친목예능에 대한 식상함도 커졌다.

또한 관찰예능과 유튜브 전성시대를 맞이하여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일일이 참고 듣는 것보다는, 몇 초 안에 어떤식으로 시청각적 재미를 주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해피투게더> 시즌4는 이미 한계에 봉착한 토크예능을 대체할 새로운 포맷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KBS <해피투게더4> 방송 장면

KBS <해피투게더4> 방송 장면 ⓒ KBS


유재석에 대한 오랜 의존도에 비하여 영양가가 높지 않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유재석은 여전히 국내 최고의 진행 능력을 갖춘 예능인이고 게스트를 배려하는 토크쇼에 가장 최적화된 MC지만, <놀면뭐하니> <런닝맨>이나 <해피투게더>의 과거 시즌에서 보듯, 활용하기에 따라 토크예능 이외의 장르에서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럴거면 <해피투게더>에 꼭 유재석이 필요한가?' 싶을만큼 메인 MC의 역할과 존재감이 실종된 경우가 많았다. 유재석에게 전성기를 다시 열어준 <놀면 뭐하니?>가 그를 최대한 괴롭혀서 숨겨진 잠재력을 끌어내는 서바이벌 오디션같다면, <해피투게더>에서는 기존 유재석의 이미지에 안주하려는 느낌에 가깝다. 유재석을 받쳐줄 보조 MC들 역시 기존의 예능에서 이미 여러 번 재탕했던 캐릭터들인 데다, 비슷한 역할극이 반복되다보니 신선함이 없었다.

처음이 아니었던 위기, 그러나...

<해피투게더>에 이런 위기가 온 건 처음이 아니다. 사실 오랜 방송기간만큼이나 숱한 고비가 있었다. 가장 방영기간이 길었던 시즌3만 해도 초창기 '학교 가자'와 '방과후 옥상' 같은 학원 콘셉트의 코너들이 줄줄이 쓴맛을 보면서 위기나 폐지설 등에 휩싸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양한 포맷 변화와 재정비를 거쳐 결국은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내곤 했다.

<해피투게더>가 만일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토크예능과는 거리가 먼 새로운 장르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방송의 트렌드가 또다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해피투게더>가 과연 재정비 기간 동안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선한 조합을 준비하여 장수예능의 저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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