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 MBC

       
온 국민이 목격했다. '윤석열 검찰'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자기소개서를 두고 밑줄 그어가며 대규모 압수수색과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까지 벌였던 그 '법과 원칙'의 진면목을. 또 공소시효를 근거로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조사 없이' 한밤 중 기소했던 윤석열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를.

나경원 의원 고발 건과 최근 차이나 게이트 사건 등 그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는 윤 총장 취임 이후 계속되는 중이다. 

"그런 식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시킨다. 검찰총장이 사건 접수된 걸 파서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수사하고, 사건을 덮으려고 결심하면 수사 안 해서 증거가 없다고 불기소하는 사건이 얼마나 많겠나."

울산지검 임은정 부장검사가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해 피력한 의견이다. 이것이 어디 '조국 수사'만의, 검찰총장만의 문제일까. 검사동일체 원칙이 깨진 지 오래라지만, 여전한 검찰 내 상명하복과 끈끈한 선후배동기간 유대관계가 공정한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온 국민이 검찰이 단죄하지 못한 '김학의 사건'의 결과를 지켜보지 않았는가.

"위에서 원하는 대로 무죄인 줄 알면서도 기소해버리거나,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유죄 증거를 못 본 체하며 불기소해버리고,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비난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했다고 우길 수 있는... 그런 빛나는 별들이 검찰사에 즐비하여 은하수를 이룰 지경이니, 공수처 도입은 이제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어버렸지요."

역시나 임 부장검사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검찰 감찰과 공수처 설치에 대해 쓴 글 중 일부다.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윤 총장이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비난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지시를) 했다고 우길 수" 있었던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사문서)위조' 사건과 닮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MBC <스트레이트>가 연이어 보도 중인 윤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의 '350억 은행잔고증명서 위조사건' 말이다.

때늦은 수사, 떠오르는 '합리적' 의심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 MBC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 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일에 공소시효 종료를 앞두고 자정을 넘기기 전에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면서 검찰이 적용한 게 바로 표창장이라고 하는 사문서위조 혐의였습니다." (MBC 엄지인 기자)

"공소시효가 2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검찰이 어떻게 요란스럽게 처리해 왔는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비슷한 혐의 그리고 공소시효가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 주목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MBC 조승원 기자)


16일 방송된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을 통해 <스트레이트> 또한 '조국 사태'를 소환하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350억 은행잔고증명서 위조사건'의 공소시효가 2020년 4월 1일로 만료되면서, 검찰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하필 최씨도 정 교수와 같은 '사문서 위조' 혐의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사를 못 한 걸까, 안 한 걸까"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관련 기사 : MBC가 제기한 '윤석열 장모' 의혹들... 윤 총장은 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씨가 딸 김건희씨의 친구 김OO을 시켜 신안저축은행 잔고증명 300억 원 상당을 위조한 것이 죄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씨 의혹' 수사 촉구 진정서 내용 중)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 이 같은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진정서가 접수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진정은 대검찰청으로 이첩됐고, 사건을 배정받은 의정부지검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넘게 손을 놓고 있다 뒤늦게 지난주부터 수사에 나섰다.

<스트레이트>에 이어 지난 13일 <뉴스타파>가 묵혀있던 사안을 보도하고 후속보도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피해자 조사조차 단 한 차례 하지 않았던 검찰이 부랴부랴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최근 참고인들을 소환했고, 이번주 최씨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대검이 <스트레이트>에 "검찰총장은 의정부지검에 배당된 사건을 대검에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일체 보고받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과 확연히 달라진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전광석화' 같은 수사를 두고 윤 총장의 지시인지, 의정부지검이 알아서 나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최씨는 과거 법정 진술을 통해 사문서 위조 사실을 인정했다. 참고인들도 같은 증언을 하고 있다. 법원 판결문에도 관련 사실이 명시됐을 정도다. 최씨가 윤 총장의 장모가 아니었다면, 검찰이 사건을 '인지'수사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확보돼 있지 않느냐는 합리적 의심을 해볼 만한 정황인 셈이다. <스트레이트>와 만난 법조인들 역시 일반인이었다면 '기소는 따 놓은 당상'이란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스트레이트>는 "검찰의 벼락치기, 보여주기식 수사가 얼마나 성과를 낼지 밝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공소시효를 2주 앞두고 최씨 소환조사를 예고한 검찰의 이러한 때늦은 수사가 '선택적 수사'란 비판에 대한 면피용, 즉 '검찰이 공소시효를 앞두고 이 정도는 노력했다'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 총장은 과연 공소시효를 핑계로 정경심 교수를 소환조사 없이 기소했던 것처럼 장모 최씨에게도 똑같은 '법과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아울러 이날 <스트레이트>는 1편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또 다른 최씨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윤석열 총장의 역할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MBC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의 한 장면. ⓒ MBC


최씨가 아파트 시공업체 대표인 고아무개씨를 사기죄로 고발했다. 고씨에게 수억 원을 빌려준 최씨가 상환 독촉도 없이 사기죄로 고발한 것이다. 여러모로 양측 주장과 증거가 엇갈렸다. 최씨에 따르면, 담당 검찰수사관은 두세 차례 불기소 의견을 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재수사 지시 끝에 직접 수사를 지휘, 빚까지 모두 갚은 고씨를 기소하고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3년 1년 6개월 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고씨는 대검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진정을 철회하라며 고씨를 회유했다. 고씨를 사무실로 직접 불러 앉힌 채로,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항명'으로 징계조사를 받고 좌천 중이던 윤 총장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굳이 이렇게 지금, (고소인의 검사 사위가) 좌천까지 돼 있는데 이걸(진정) 하셔야 겠느냐고 회유를 하더라고요. (부장검사가) 고씨도 다 살고 나오면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시면 되겠냐고 서로 좋은 길을 가는 게 안 좋겠냐고." (고씨 인터뷰 중)

결국 제소자 신분이던 자신을 불러 앉힌 부장검사의 협박 아닌 협박을 받은 고씨는 그 자리에서 진정 취하서에 지장을 찍었다고 한다. 이렇게 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좌천 운운하며 고씨에게 최씨에 대한 진정 취하를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의 그 어떤 입김도 작용하지 않은 걸까. 윤 총장이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는데 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자발적으로 회유에 나선 걸까.

<스트레이트>는 고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언도 확보했다. 고씨는 최씨의 한 지인으로부 최씨의 사위가 유명한 검사라는 사실을 귀띔받았다고 한다. 고씨는 최씨 지인에게 "내가 '사위한테 얘기를 좀 해서 저것들(채무자들) 그냥 혼 좀 내줘야지' 그랬거든. 그러니까 최씨가 '사위가 이00 변호사 찾아가라고 했어. 저xx들 구속시킨다'고 하더라고"란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고씨 사건에 대해 <스트레이트> 취재에 응한 법조계 인사들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철저하게 수사를 안 하면 무혐의 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요. 그런데 대부분 이런 사건이 철저하게 수사하면 유죄가 됩니다." (전직검사)
"이례적이라고 생각이 들고, (진정) 취하를 권유할 수는 있겠는데 직접 부장검사실로 부르는 일은 드물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검사출신 오선희 변호사)
"어떤 부당한 내용의 회유나 압력을 행사하면서 진정을 철회하게 한다거나 그런 행위들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나 이런 부분에도 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신재연 변호사)


선택적 기소, 선택적 수사의 '좋은 예'

결국 초점은 최씨의 수사와 기소여부에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사건에 윤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가)이 관여했는지, 관여했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그 과정에서 위법이나 불법은 없었는지 말이다. 이에 대해 <스트레이트>는 최씨의 미심쩍은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1편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정대택 사무실 좀 한 번 가보실래요?...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 X놈이 잘못한 거 있잖아요. 그런데 잘못된 게 있으니까 그 놈을 그거해서 압수수색을 하래요. 압수수색을 해주겠대요, 나한테. 그래도 내가 그걸 안 했어요(중략).

예전에는 걔(정대택씨)가 뭘 잘못한 걸 하나 (윤 총장이) 쥐고 있나 봐요. 그러니까 압수수색하라고 그러죠.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좀 약하고 하여튼 그런가 봐요. 그러면서 어쩌고저쩌고하는데 그냥 나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죠."


MBC 이용주 기자가 3시간 동안 인터뷰했다는 최씨의 발언 일부다. 윤 총장의 관여 사실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풀이하자면, 사위인 윤 총장이 정씨의 약점을 잡고 있다는 뉘앙스로 압수수색을 들먹이며 사건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최씨가 결국 거절했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최씨의 주장대로 라면, 윤 총장이 압수수색 운운한 것 자체가 최씨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검찰의 입장에서) 어떤 법적 조언을 해준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스트레이트>는 "(함께 인터뷰한) 최씨의 아들 김씨가 (윤총장과 관련된 어머니의) 말을 자르려고 나섰지만 최씨는 거리낄 게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그런 식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시킨다. 검찰총장이 사건 접수된 걸 파서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수사하고, 사건을 덮으려고 결심하면 수사 안 해서 증거가 없다고 불기소하는 사건이 얼마나 많겠나."
 
자, 다시 임은정 검사의 증언으로 돌아가보자. 이날 <스트레이트>가 제기한 의혹들은 임 검사의 말마따나 검찰이 그간 암암리에 자행해 온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의 '좋은 예'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껏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장모 최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결론은 자명하다. '조국 일가족' 수사에 검찰 역사 사상 전무후무한 수사력을 쏟아부었던 윤석열 총장이 과연 장모 최씨 사건을 덮는다면,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 

"윤 총장은 과거 정부에서나 지금도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면서 누누이 '수사에 성역은 없다'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막강한 힘을 가진 현직 검찰총장의 장모라고 해서 이 원칙에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의혹이 크고 많으면 일단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합니다." (<스트레이트> 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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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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