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IA 타이거즈는 여러모로 물음표가 많다. 선발 마운드는 에이스 양현종을 제외하면 검증된 카드가 없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브룩스와 가뇽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실제 활약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베테랑의 비중이 높은 타선에서 이들이 에이징 커브를 극복할지, 그리고 젊은 타자들이 어느 정도 성장할지도 미지수다.

지난 시즌을 바탕으로 KIA가 가장 믿을 만한 부분은 불펜이다. 박흥식 감독 대행의 최대 업적으로 일컬어지는, 젊은 투수들로 구성된 불펜 필승조는 올해도 특별한 이탈자 없이 건재하다. 이들이 올해 기량 향상을 입증한다면 KIA의 성적은 더욱 상승할 수 있다.

KIA 불펜의 정점은 마무리 문경찬이다. 지난해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KIA의 마무리로는 김세현과 김윤동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둘 모두 안착에 실패했다. 김세현은 부진했고 김윤동은 혹사 끝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다. 

KIA의 최하위 추락 및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가 겹친 5월에 문경찬이 마무리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약 141km/h로 강속구를 자랑하는 타 팀 마무리들에 비해 구속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 KIA 문경찬 프로 통산 주요 기록
   
하지만 특유의 공 끝의 움직임으로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냈다. 빠른 카운트에서 정면 승부하는 대담성도 돋보였다. 시즌 막판에는 패스트볼 구속을 150km/h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이닝 당 출루 허용을 나타내는 WHIP 역시 1.00으로 낮았다. 시즌 내내 큰 기복 없이 꾸준함을 보였다. 블론 세이브는 4개를 기록했다. 

문경찬은 54경기에 나서 55이닝을 던져 1승 2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1.31을 기록했다. 리그 세이브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둔 12명의 리그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에 승선한 문경찬은 조상우(키움), 하재훈(SK) 등에 밀려 필승조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첫 성인 대표팀 발탁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KIA의 반등을 위해서는 문경찬의 2년차 징크스 극복이 필요하다.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 된 만큼 상대가 그를 공략할 방법을 집요하게 찾아 나설 것은 당연하다. 
   
마무리 문경찬이 흔들리며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치면 불펜은 물론 팀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시즌 초반 마무리 부재의 KIA가 추락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2020시즌 풀타임 마무리 투수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문경찬의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올해는 30세이브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경찬이 KIA를 2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인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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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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