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었던 <킹덤>이 지난 13일 시즌2로 돌아왔다. 유려하고 우아한 도포와 갓의 조선을 배경으로, 좀비 떼처럼 들이닥친 '역병' 환자들의 역습이라는 신선한 발상은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인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그만큼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김성훈 감독이 참여한 1회에 이어 <특별 시민> 박연제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은 시즌2는 시즌1이 펼쳐놓았던 서사의 대장정을 이어받아 일단락짓는다. 그런데 시즌2를 보다 보면 공교롭게도 요즘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19가 떠오른다. 
 
 킹덤2

킹덤2 ⓒ 넷플릭스

 
역병, 그 정체가 밝혀지다

시즌2에서 인간을 좀비로 만들어 버리는 '역병'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졌다. 바로 생사초라는 약초에서 비롯된 것인데, 원래 죽은 이도 살린다고 알려진 신비한 풀이지만 실상은 죽은 이의 몸속에 들어가 죽은 이를 좀비로 만들어 버렸다. 

시즌1은 목숨을 잃고도 좀비로 변해 왕의 허명을 유지해가는 왕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런 왕으로 인해 매일 어전에는 한 사람씩 제물로 바쳐졌다. 그러던 중 왕을 치료하던 제자가 희생되고, 어의는 목숨을 잃은 제자의 시신과 함께 자신의 거처인 동래 지율헌으로 돌아온다. 말이 백성들을 치료하는 곳이지 당장 끼니조차 없어 굶어 죽게 생긴 백성들은 제자의 시신을 이용해 국을 끓여 먹는다. 그렇게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 좀비의 탄생, 그 배경이 된다. 

<킹덤>은 호의호식하는 양반들과 굶주림에 시달린 나머지 사람의 시신에까지 손을 대는 백성들의 피폐한 삶을 대조적으로 그려낸다.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지배의 결과물인양, 사람을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역병은 동래를 시작으로 경상도 땅을 집어삼키고 만다. 

역모 혐의를 받고 쫓기던 세자 이창(주지훈 분)은 역병의 현실을 목격하고 위험에 빠진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다 자신의 옛 스승이자 전란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안현 대감(허준호 분)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안현 대감은 마치 역병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사초의 원산지는 중국이었는데, 그 생사초로 죽은 사람을 살려낸 기적이자 저주의 시작은 알고 보니 3년 전 안현 대감과 조학주(류승룡 분)가 함께 했던 전쟁터였다. 당시 그곳에서 밀리면 아군은 절멸할 상황이었고, 더 나아가 조선의 패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조학주는 기꺼이 생사초를 이용하려 했다. 안현 대감은 반대를 하고 나섰지만 끝내 막아서지 못했다. 그 결과, 조선은 전쟁에서 승리했고 조학주와 안현 대감은 영웅으로 칭송받게 됐다. 
 
 킹덤2

킹덤2 ⓒ 넷플릭스

 
결국은 인재, 권력욕에서 비롯된 오만

하지만 사라져야 했던 생사초는 자신의 가문을 드높여야 한다는 권력욕에 빠진 조학주에 의해 다시 세상에 등장한다. 그리고 왕 한 사람으로 끝날 줄 알았던 피를 부르는 영생은 결국 경상도 땅을 시작으로 조선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만다. 

코로나19에 대한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시절에 만들어진 <킹덤>은 놀랍게도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지점이 많다. 우리나라를 덮친 코로나19가 그 시작은 중국이었으되, 우리 사회의 '인재'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듯, 중국으로부터 유래한 생사초가 조선 땅에 들어와 인간들의 '욕망'의 도구로 쓰이며 걷잡을 수 없는 역병을 불러오게 됐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렇게 시즌2는 시즌1에서 시작된 역병의 역습에 대한 그 시작과 창궐의 이유를 권력에 대한 집권층의 야망으로부터 길어 올린다. 영혼을 팔아 생명을 구하고 그로 인한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서양 고전의 클리셰적 서사는 조학주라는 외척의 권력욕으로부터 조선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정치 권력의 서사로 확장된다. 

하지만 파멸은 예정되어 있었다. 세자 이창을 역모 혐의로 몰아내고 죽은 임금을 살려내어 중전의 출산까지만 버티려했던 조학주의 권력욕은 애초 중전의 가짜 회임으로 인해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왕 한 사람만 역병에 걸리게 하려던 그의 야무진(?) 시도는 '이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듯' 결국 조선 전체를 좀비와 역병창궐이라는 위험에 빠트리고 만다.  

두 번의 전란에서 조선이 살아남은 것이 무능한 집권층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어난 백성과 의식 있는 일부 양반층 사이에서 일어난 의병 덕분이었던 것처럼, 이 역병 앞에 영신(김성규 분), 안현 대감과 그 휘하들, 그리고 이창 등이 힘을 합한다.

이 장면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 정부의 일부 정책이 혼선을 빚는 와중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운동, 현장으로 투신한 의료진의 헌신으로 조금씩 진정 국면에 다다른 우리 사회 모습이 오버랩됐다. 

또 처음엔 밤이 되면 좀비가 힘을 쓰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기온 차의 문제였고 동지가 지나고 날이 풀리자 밤낮 없이 좀비가 몰아치는 상황은,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의 문제인 줄 알았던 코로나19 사태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이어지고 있는 최근 상황과 유사하다.   
 
 킹덤2

킹덤2 ⓒ 넷플릭스

 
21세기 바이러스의 역습과 닮았다

한 회차가 30여분 남짓이라 어느 틈에 시즌 전체를 다 보게 만들고야 마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 그 속도는 시즌1과 시즌2의 공통된 장점이다.

시즌1이 '역병 좀비'의 역습 그 이상의 내용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면, 시즌2는 시즌1이 이곳 저곳에 뿌려놓은 역병의 서사를 완성하는데 치중한다. 역병의 유래, 그리고 왜 3년 만에 이 역병이 다시 창궐하게 되었는가, 어긋난 권력은 어떻게 스스로 멸망의 길에 이르고야 마는가, 그 왜곡된 권력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애꿎은 목숨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라는 '정치적 서사' 말이다.  

덕분에 좀비로 압도하는 시즌1의 속도감과 스케일에 매혹되었던 시청자들이라면 시즌2가 보여준 서사가 상대적으로 아쉬울 수 있다. 물론 5, 6회 궁궐에서 좀비와 이에 맞서는 이들의 절체절명의 대치 장면은 스케일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해소해줄 만하다. 

가상의 임금과 세자를 상정했지만, 결국 조선시대를 연상케하는 시대적 배경에 서양의 대표적 장르물인 좀비물을 결합시킨 <킹덤> 시즌1이 조선이라는 배경 속 매력적 좀비물의 탄생을 알렸다면 시즌2는 그 매력의 개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진력한다. 
 
거기에 더해 중국에서 온 생사초에 얹힌 기생충의 알이, 누군가의 욕망으로 인해 왕과 조선의 한 지역 그리고 수도 한양의 궁궐까지 집어삼켜버리는 서사는 최근 무방비 상태의 우리에게 크나큰 일격을 가한 '21세기 바이러스의 역습'을 연상시키고도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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