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도시어부, 나만 믿고 따라와>는 중장년 남자들의 정적이고 마니아틱한 취미로 인식되던 낚시라는 아이템을 B급 유머 감성이 넘쳐나는 예능 버라이어티로 탄생시키며 전국에 낚시 열풍을 일으켰다. 2019년 여름 일시 재정비 기간을 거쳐 3개월만에 시즌2로 돌아오며 국내 방송가에서 유일의 성공적인 장수 낚시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2에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가 붙었다. 15세기 콜럼버스의 대항해시대를 잇는 21세기의 낚시 신대륙을 찾기 위한 여정을 표방했다. 호주, 뉴질랜드 등 전세계의 낚시 명소를 찾아 곳곳으로 낚시 탐험을 떠나는 도시어부들의 어드벤처를 새로운 볼거리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도시어부2>는 시즌 1만큼의 화제성과 재미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시즌1과 별 차이없이 낚시와 먹방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구성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진 탓도 있고, 국민예능으로 거듭나며 시청률을 삼켜버린 <미스터트롯>같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어부>가 시즌2에서 특유의 활력을 잃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과 별개로 이 프로그램만이 가지고 있던 '캐릭터쇼'로서의 매력이 줄었다는 데 있다. 자타공인 연예계 낚시꾼이자 베테랑 예능 고수이기도 한 이경규-이덕화의 절친 케미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두 노장 사이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제 3의 캐릭터'가 없다.

시즌 1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낚시 케미를 선보이며 자리를 잡아가던 래퍼 마이크로닷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며 방송가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그 뒤를 이어 홍일점이자 초보 낚시꾼 캐릭터로 합류한 개그우먼 장도연은 게스트로서는 훌륭했지만 정작 고정멤버로서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 방송 후반으로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었고 결국 시즌2에서는 잔류하지 못했다.
 
 <도시어부> 시즌 2가 돌아왔다.

<도시어부> 시즌 2가 돌아왔다. ⓒ 채널A


<도시어부>진정한 매력은 '소소한 공감대'

<도시어부>는 이경규-이덕화만을 고정으로 남겨둔 채 제 3의 멤버 자리는 비워두고 게스트의 비중을 늘리는 길을 선택했다. 이하늘, 박병은, 줄리엔강, 남보라 등 낚시에 익숙하고 저마다 개성넘치는 게스트들이 돌아가면서 가세했고, 이미 시즌1의 '반고정'이나 다름없던 전문 낚시인 박진철 프로도 수시로 등장하며 덕-규 형제와 변함없는 호흡을 보여줬다.

문제는 단발성 게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보니 출연자들간의 호흡이 안정적이지 않고, 누가 게스트로 출연하느냐 혹은 낚시 상황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너무 커진다는 점이다. 시즌1에서도 지적된 문제지만 낚시보다는 방송이나 영화 홍보를 목적으로 한 게스트 출연도 빈번해지면서 부작용도 커진 게 사실이다. 

<도시어부> 캐릭터쇼의 중심은 역시 예능대부 이경규다. 이덕화 역시 예능감은 매우 뛰어난 편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방송인이라기보다는 낚시꾼의 본능에 더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이경규는 언뜻 겉보기에 낚시에만 과몰입하는 것 같지만 순간순간 어떻게 (방송) 분량을 만들어 낼 것인가 고민하는 방송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태곤-지상렬-박진철-장도연-한은정-김새론-김래원 등 <도시어부>를 빛낸 수많은 게스트들도 결국엔 이경규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그 진가를 보여준 것이다. 

 
 <도시어부> 시즌 2가 돌아왔다.

<도시어부> 시즌 2가 돌아왔다. ⓒ 채널A


이경규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의 옆에서 티격태격하며 샌드백이 되어주던지 혹은 당돌하게 카운터를 날려 줄 도우미가 필요하다. 동료 출연자들의 파이팅과 리액션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날이면 이경규의 캐릭터도 힘을 잃고 만다. 최근 <도시어부>를 보면서 분명히 새로운 에피소드인데도 이미 여러 번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줄어든 캐릭터쇼의 매력을 규모가 커진 낚시 어드벤처로 만회하겠다는 전략도 실패한 듯하다. 금배지 경쟁의 보상 차원에서 몇 달에 한 번씩 등장하던 해외출조가 잦아지면서 화려한 대물이나 낚시 어종을 볼 수는 있게 됐지만 이는 <도시어부> 원래의 매력포인트가 아니었다. 오히려 진정한 매력은 낚시하는 과정 자체에서 주는 소소한 '공감대' 자체에 있었다.

<도시어부>는 낚시는 잘 아는 사람들은 아는대로,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대로 즐길 수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굳이 <전설의 빅피쉬>나 <정글의 법칙>같은 낚시 블록버스터가 될 필요는 없다. 이경규와 이덕화를 중심으로 캐릭터쇼가 구성의 한축을 담당한다면, 여기에 제작진의 B급 감성과 다양한 대중문화 코드를 결합한 센스있는 자막은 낚시 문외한에게도 빅 재미를 선사하기 충분했다.  

최근에 <도시어부> 제작진이 박진철 프로의 실질적인 고정화에 이어 시즌 1의 시청률 공신이었던 이태곤-지상렬, 새로운 예능 대세로 떠오른 허재와 먹방 고수 김준현에 이르기까지, 최다 게스트들을 한꺼번에 섭외하며 어벤져스를 결성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기본적으로 이들 모두 낚시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거나 이경규-이덕화같은 기존 고정멤버들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전형적인 아재 캐릭터들이라는 게 눈에 띈다.

<도시어부>가 모처럼 프로그램 초창기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대 경쟁자이던 <미스터트롯>이 종영한 것도<도시어부>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치하지만 귀여운 승부욕을 불태우는 고정멤버들과 개성 넘치는 게스트들의 유쾌한 케미는 다소 정체된 느낌을 주던 시즌2에서 앞으로 <도시어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의 <도시어부>에 가장 절실한 것은 대물을 찾아 먼 해외 어딘가를 방황하는 과장된 스케일이 아니라, 친숙한 왕포 앞바다에서 허탕을 치거나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궁상맞은 낚시를 할지라도, 함께 웃고 티격태격하는 잔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할극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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