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미스터트롯' 포스터

'내일은 미스터트롯' 포스터 ⓒ TV조선

 
최근에는 방송만 틀면 트로트가 쏟아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트로트 열풍이 가히 TV 예능프로그램을 휩쓸고 있는 수준이다. 그 인기의 시작과 끝에는 역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이어지는 TV조선의 트로트 시리즈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방송된 <미스터트롯>은 종편 채널임에도 최고 시청률이 무려 30%을 돌파하는 등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최근 방송가에서 시청률이 10~15%만 넘어도 대성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다 작년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운 JTBC 드라마 < SKY캐슬 >의 최고 시청률 23.8%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몰이다.

트로트는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을 위한 장르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트로트 시리즈의 연이은 인기몰이 뒤에는 트로트가 젊은 세대에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컨텐츠임을 증명했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외에도 <놀면뭐하니> <편애중계> <마이 리틀 텔레비전>같은 여러 예능에서 트로트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를 내보냈을 때 다른 편에 비하여 시청률과 화제성이 유독 높았다는 것이나, 트로트 유행에 편승하여 <트로트퀸> <나는 트로트가수다> <트롯신이 떴다>같은 후발주자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새로운 스타의 발굴이나 재해석이라는 점에서도 돋보였다. <미스트롯>이 배출한 히로인 송가인은 장윤정, 홍진영의 뒤를 잇는 여성 트로트계의 간판 아이돌로 자리잡았고, 숙행, 정미애, 홍자 등도 방송의 인기 후광에 힘입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스터트롯>은 우승자 임영웅을 비롯하여 노지훈, 김호중, 장민호, 영탁 등을 대거 배출했다. <놀면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한 유재석, <미스터트롯>의 천명훈 등 이미 시청자에 익숙한 유명 연예인들은 트로트 도전을 통하여 자신의 숨은 매력과 캐릭터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다.

대중문화의 트렌드가 철저히 젊은 세대의 감각 위주로 맞춰진 한국 문화에서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이라는 이미지는 곧 '촌스럽다'는 선입견과 무관하지 않았다. 트로트가 한때는 비하의 의미가 강한 '뽕짝'이라는 단어로 불리기도 하고, 트로트 특유의 창법은 과도한 기교나 우스꽝스러운 모창의 대상으로 희화화되기도 했던 이유다.

하지만 유행은 끊임없이 돌고도는 법이다. 트로트가 한국에 처음 뿌리내리기 시작하던 백년 전만 해도 오히려 트로트는 그 시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최신가요에 가까웠다. 오늘날의 대중음악과 문화가 좀 더 직설적으로 희노애락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추구하고, 형식적인 세련미보다 자신만의 흥과 끼를 다양하게 발산하는 유튜브 스타일의 문화가 각광받으면서 그 트로트라는 장르도 트렌드의 분출구로써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랩이나 힙합 등이 철저히 젊은 세대만의 문화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트로트 열풍은 남녀노소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물론 이러한 트로트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TV조선의 트로트 시리즈의 경우,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특정 가수 편애, 심사위원의 전문성 문제, 악마의 편집, 불공정 갑질 계약 등으로 방송 내내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미스터트롯> 최종회에서는 문자투표 집계가 원활하지 못해 우승자 발표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틀 뒤에 재개된 우승자 발표식에서도 시간지연과 다소 미숙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자극하는 시간으로 변질되었다는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온전히 프로그램의 완성도로만 놓고 보자면 인기는 창대했지만 결말은 미약했던 용두사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트로트 이전의 '오디션 서바이벌 예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엠넷의 <슈퍼스타K> <프로듀스> 시리즈 등은 한때 엄청난 인기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허술한 제작방식과 투명하지 못한 경쟁-투표 시스템, 시즌을 거듭하며 기존의 인기공식에만 안주하는 매너리즘 등이 겹친 끝에 한때의 유행을 뒤로 하고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TV조선이 트로트 시리즈를 앞으로도 장수 예능으로 이어가고 싶다면 단지 방송의 유명세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분명히 시스템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할 부분이다.

한국 방송계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유행따라 쏠림 현상'도 장기적으로 트로트에 인기에 악영향이 될수 있는 대목이다. 트로트가 몇몇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자 너나할 것 없이 트로트를 소재로 한 방송이 넘쳐나고 있다.

<편애중계>나 <놀면뭐하니>처럼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트로트를 결합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지만, 기존 프로그램과 별다른 차별화가 없거나 그저 수박 겉햝기 식으로 트로트 인기에 편승하려는 방송도 적지 않다. 비주류와 B급 감성을 기반으로 하던 트로트가 갑자기 주류 장르로 급부상하면서 반복되는 과도한 이미지 소비와 재탕은,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대중의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

당분간 '트로트가 대세'라는 것은 방송가와 대중문화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모처럼 찾아온 트로트의 중흥기를 얼마나 오래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는 앞으로의 후발주자들이 기존 프로그램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현명하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