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21일에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의 트로트가수 도전기 <뽕포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재석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고령의 베테랑 작곡가 박현우가 운영하는 음악작업실을 찾아 트로트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테스트 받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재석의 노래를 직접 들은 박현우 작곡가는 유재석에게 이런 극찬을 했다.

"자네는 영재의 기질을 타고 났어."

박현우 작곡가가 그런 발언을 할 때만 해도 고령의 작곡가가 뛰어난 유머감각을 겸비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김태호 PD의 의도적인 연출이라고만 생각했다. 유재석은 박현우 작곡가 앞에서 부른 노래의 데모로 작곡가 최강산, 가수 박강성, 주현미, 조항조, 김혜연, 박현빈, 박상철, 나상도 등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박현우 작곡가에게 들었던 만큼의 극찬을 듣진 못했다.

유재석이 <뽕포유>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부캐릭터를 통해 트로트가수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뽕포유> 이후 <인생라면>과 <유캐스트라>, <라디유스타>를 거친 유재석은 3월부터 <방구석콘서트>와 <뽕포유-유산슬1.5집>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송가인과의 듀엣곡 <이별의 버스정류장>을 녹음하는 유산슬은 다시 한 번 '영재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무한도전>서 돋보인 적 없는 유재석의 음악적 재능
 
 유재석의 노래를 듣고 노홍철이 저런 표정을 지었을 만큼 <무한도전> 시절 유재석의 노래는 악명이 높았다.

유재석의 노래를 듣고 노홍철이 저런 표정을 지었을 만큼 <무한도전> 시절 유재석의 노래는 악명이 높았다. ⓒ MBC 화면 캡처

 
유재석은 지난 2006년12월 <무한도전-크리스마스 특집>에서 멤버들과 함께 노래방을 찾아 드라마 <불새>의 OST인 이승철의 <인연>을 불러 멤버들의 비웃음을 샀다. 물론 <인연>이 가수들도 쉽게 소화하기 힘들 만큼 난이도가 높은 곡이긴 하지만 유재석은 자신의 노래 실력을 간과한 채 무모한 선곡을 했고 후렴구를 거의 부르지 못하며 멤버들에게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무한도전>은 2007년부터 홀수해마다 가요제를 진행했고 유재석은 가요제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유재석의 음악적 재능이 돋보인 순간은 거의 없었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부른 <쌈바의 매력>은 노래보다는 개그에 집중한 노래였다.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에서 타이거JK, 윤미래와 퓨처 라이거를 결성해 부른 < Let's Dance >는 노래는 윤미래가 도맡아 했고 유재석은 래퍼로만 참여했다.

유재석은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이적과 함께 처진 달팽이를 결성해 <압구정 날라리>와 <말하는 대로>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유재석의 힘들었던 20대 시절을 담담하게 돌아본 <말하는 대로>에서 유재석은 꾸밈없는 담백한 보컬로 청춘들에게 위로를 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유재석은 이듬 해 싸이의 <강남스타일> 피처링을 고사하고 이적과 <방구석 날라리>를 발표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2013년 자유로 가요제에서 유희열, 김조한과 하우두유둘을 결성해 원치 않았던 R&B 발라드를 불렀던 유재석은 2015년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진영과 댄싱게놈을 결성해 댄스가수의 한을 풀었다. 2012년에 방송된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는 작곡가 박명수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메뚜기 월드>를 불렀지만 임진모, 김태훈, 돈스파이크 등 현장에 있던 평론가들에게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11년 7주에 걸쳐 편성된 <조정특집>에서는 <무한도전> 멤버였던 길이 속한 그룹인 리쌍이 만들고 유재석과 정인이 피처링에 참여한 < Grand Final >이라는 곡이 발표돼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물론 당시만 해도 <무한도전>이 국민예능으로 워낙 인기가 많았고 노래도 리쌍이 작정하고 '고퀄리티'로 만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1절 랩에 참여한 유재석이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뽐내진 못했다.

하프 연주부터 트로트의 다양한 창법까지 자유자재로 구사 
 
 유재석은 <뽕포유>에서 드러머,트로트가수에 이어 하피스트까지 섭렵했다.

유재석은 <뽕포유>에서 드러머,트로트가수에 이어 하피스트까지 섭렵했다. ⓒ MBC 화면캡처

 
사실 <뽕포유-유산슬 프로젝트> 역시 <놀면 뭐하니> 제작진이 작정하고 유재석의 '트로트 부캐' 유산슬을 밀어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기는 충분히 예견돼 있었다. 이건우-박현우-정경천-김이나-조영수 같은 검증된 베테랑 음악가들이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고 진성, 박상철, 홍진영, 김연자 등 쟁쟁한 트로트 가수들이 전면에 나서서 물심양면으로 도왔기 때문에 '유산슬 프로젝트'는 실패 확률이 낮았다.

유산슬이라는 부캐를 소화한 유재석 역시 스스로는 무대울렁증이 있고 수많은 방송과 행사를 소화하는 가수들에 비하면 무대 경험이 적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 데뷔 30년차의 베테랑 방송인이자 국민MC로 많은 생방송과 무대 경험이 있다. 물론 전문가수에 비해 노래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유재석의 강한 프로의식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무대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을 정도의 연습은 충분히 돼 있었을 확률이 높다.

유재석의 영재본능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순간은 유산슬 활동을 끝낸 후 유르페우스로 변신해 하프 연주를 해낸 <유케스트라 특집>이었다. 물론 유재석의 옆에는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옆에서 케어해 줄 수 있는 46년 경력의 하피스트 윤혜순이 있었다. 하지만 유재석은 예술의전당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실수 없이 하프 연주를 잘 해냈다. 물론 남몰래 많은 연습을 했겠지만 유재석의 뛰어난 무대 소화력은 초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유케스트라>를 끝으로 다신 안나올 거 같았던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 '유르페우스'는 유산슬1.5집<이별의 버스정류장> 녹음실에서 다시 소환됐다. 유재석은 편곡자들의 까다롭고 디테일한 요구에도 그에 걸맞은 하프 연주를 척척 선보이며 노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이어진 노래 녹음에서도 가수 송가인과 코러스 대모 김현아로부터 노래 실력이 처음보다 훨씬 발전했다고 칭찬을 받았다.

유재석의 하프연주와 노래는 유재석의 재능을 과장되게 표현해 더 많은 재미와 웃음을 끄집어 내려는 김태호PD를 비롯한 <놀면 뭐하니> 제작진의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착하고 말 잘하는 국민 MC로만 생각했던 유재석이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부분은 시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했던 유재석의 잠재력을 한 눈에 알아 본 박현우 작곡가의 선견지명이다.
 
 사전에 대본이 있는 게 아니었다면 유재석의 재능을 알아 본 박현우 작곡가의 선견지명은 재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사전에 대본이 있는 게 아니었다면 유재석의 재능을 알아 본 박현우 작곡가의 선견지명은 재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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