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는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잔혹동화다. 소녀들이 파라다이스 힐스에 입소한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이 정한 완벽한 소녀로 재탄생되어야만 나갈 수 있다. 초대된 모두에게 아름다움을 완성시켜 준다는 명목이지만 어딘지 섬뜩한 풍경은 곳곳에서 연출된다.

이 영화는 광고 업계에서 일한 경력을 살려 만든 앨리스 웨딩턴의 장편 데뷔작으로 눈을 사로잡은 미장센이 극대화된다. 시각적인 요소에 얼마나 공을 들였나를 확인하는 작업이자 눈이 즐거운 영화다. 중세인지, 미래인지, 평행세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환상적인 비주얼은 형형색색 조화롭다.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곳이라는 카피답게 '파라다이스 힐스'는 가장 예쁜 것들만 모아 둔 집합소다. 그러나 뒤틀린 욕망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이다.

아름답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야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화려한 상류층 결혼식의 주인공 우마(엠마 로버츠)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며 결혼했다. 하지만 어딘가 수상한 기운이 감돈다. 파라다이스 힐스에 다녀온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우마. 과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달 전. 잠에서 깬 우마는 바다 한가운데 섬인 파라다이스 힐스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곳은 매혹적인 것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시키는 것만 할 수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리받고, 맛있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듣고 배운다. 그야말로 공주 대접, 특별 관리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소녀들에게는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소녀들은 자발적으로 오지 않았다. 유명 가수인 아마르나(에이사 곤살레스)는 음악 스타일을 바꾸려고 했을 뿐인데 알코올중독자로 몰렸고, 클로에(다니엘 맥도널드)는 살 빼라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겼으며, 유(아콰피나)의 가족은 거친 말투와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내쫓았다. 우마는 정략결혼을 강요하는 부모님 때문에 오게 된다. 이곳의 실세 공작부인(밀라 요보비치)은 아름답지만 가까이하기 힘들다. 소녀들의 멘토이자 파라다이스 힐스를 휘어잡고 있는 막강한 권력이다.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강압적으로, 돌변하는 미스터리한 존재다.

한편, 이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우마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아마르나의 이야기로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을 목격한 후 탈출을 모색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곳은 파리지옥에 빠진 벌레처럼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이면의 공포, 단연코 파라다이스가 아니었다.

부족한 나를 사랑해 줘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소녀들은 사회가 만든 기준에 맞추어야만 했다. 인간 본연의 가치는 사라지고 한낱 상품으로 치부된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에 만족하면 패배자란 낙인을 찍는다. 때문에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앞선 자기 착취에 시달린다. 마음속에 노예 감독관을 심어 놓고 스스로 채찍질을 일삼는다. 자존감은 계속 바닥을 칠 수밖에 없고 수동적인 자아는 자포자기를 부른다.

시대에 따라 아름다움은 변해왔다. 아름다움은 어느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시대, 나라, 성별에 따라 달랐다. 선사시대의 조각상을 예를 들어 보자. 풍만한 몸매에서 다산과 풍요를 빌었기에 미의 기준이 되었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 화가 루벤스의 작품 '삼미신'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큰 엉덩이, 굵은 허벅지로 표현했다. 당시는 비만과 둔함이 미의 상징임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파라다이스 힐스가 정한 아름다움이란 오로지 완벽해 보이기 위한 외형 가꾸기일 뿐이다. 거울에 보이는 겉모습만 신경 쓸 뿐 내면의 아름다움을 쌓는 작업을 찾아볼 수 없다. 상처를 들추고 생채기 내기에만 바쁘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덮어 버린다. 이런 사소한 불만은 쌓여 소녀들을 들썩이게 했고, 내부 균열을 자초했다.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아름다움의 모습도 한 가지가 아니다. 세상의 꽃이 장미 한 종류라면 어떨 것 같은가. 성난 가시 때문에 가까이 갈 수도 꺾어 만질 수도 없다면 꽃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영화는 다양성과 미의 기준, 자존감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흔들리지 않는 내면에서 시작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나답게 행동할 때 숨길 수 없는 낭중지추가 된다. 사회가 정한 미(美)의 기준에 끼어 맞추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아름답다 느낄 때, 누구나 미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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