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YTN의 <"마스크 빨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 보도 화면

13일 오후 YTN의 <"마스크 빨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 보도 화면 ⓒ YTN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던 70대 남성이 쓰러져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손주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하는데 늦었다면서 마스크를 빨리 사게 해달라고 항의하던 남성은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3일 오후 YTN의 <"마스크 빨리 달라" 대기 줄에 '버럭'... 70대 쓰러져 숨져> 단독 보도의 앵커 멘트다. 이날 오전 사건이 일어난 곳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 YTN의 취재 기자는 사건이 일어난 건물 앞에서 70대 남성 김모씨가 쓰러진 자리를 가리키며 리포트를 이어갔다.

YTN은 "약국 건물에 있는 병원 의사들이 이 소식을 듣고 건물 밖으로 나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김씨가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 이후 3시간여 뒤, YTN은 <"마스크 빨리 달라" 항의하던 70대 쓰러져 중태>란 기사를 실었다. "숨져"가 "중태"로 바뀌었고, 첫 보도는 홈페이지와 포털, 유튜브 등에서 삭제된 상태였다. 영상이 아닌 텍스트 형태의 이 기사를 통해 YTN은 아래와 같이 '바로잡습니다'라는 내용의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YTN은 오늘 오후 '마스크 빨리 달라 항의하던 70대 쓰러져 숨져'라는 제목의 첫 관련 기사에서 김씨가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이 심정지 상태인 김씨를 병원에 이송했다고 발언함에 따라 사망 상태로 이해하고 기사를 작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에 추후 확인 결과 김씨가 숨진 것이 아니라 위중한 상태임을 확인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습니다."

그러니까, 급박하게 돌아가던 상황에서 취재 기자가 현장 구조대원의 말만 믿고 '사망'이라 단정한 것이라 풀이된다. YTN은 이 기사 말미 "앞으로 인명피해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하고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며 "당사자와 가족들,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줄줄이 오보 릴레이가 이어진 뒤였다. YTN의 첫 단독보도 이후 통신사인 <뉴스1>도 <마스크 사려고 아침부터 줄섰다가… 70대 노인 사망> 기사에서 "신고를 받은 종로소방서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했고, 현장에서도 심페소생술 등 응급처치가 있었으나 이 남성은 결국 병원 이송 뒤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디스패치> 등도 같은 기사를 썼다. <한국경제>는 <마스크 사려고 줄 서던 70대 남성 쓰러져 사망 사고>란 기사를 냈다. 이후 한 1시간여 만에 <뉴스1>이 먼저 기사를 수정했다.

<뉴스1>은 <마스크 사려고 아침부터 줄섰다가… 70대 노인 쓰러져 이송>으로 제목을 변경 한 뒤 "신고를 받은 종로소방서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했고, 현장에서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가 있었다"며 "병원 이송까지 정신을 잃은 상태던 이 남성은 일각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내용을 수정했다.

YTN보다 빨랐지만, 정정보도문이나 사과문은 없었다. <동아일보> 등도 <뉴스1>의 수정 기사를 그대로 게재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최초 '사망' 오보를 내고 정정보도한 YTN과 별다른 언급 없이 기사를 수정한 <뉴스1>, 그리고 아예 기사를 삭제해 버린 <한국경제>까지. '마스크 사려던 70대 남성 사망' 오보 사건의 전말이다.

이와 관련, 14일 <미디어오늘>은 <마스크 사려던 노인 사망? YTN 뉴스1 한국경제 오보> 기사의 말미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YTN은 삼성서울병원 의사이자 35번 메르스 환자인 박 아무개씨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냈으나 오보로 밝혀져 사과했다"며 "당시 YTN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경고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감점되는 중징계"라며 금번 YTN의 오보를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를 둘러싼 YTN의 오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베트남인들의 '혐한'의 시작 
 
 지난 2월 25일 보도된 <"자물쇠로 잠그고…"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 YTN 보도 화면

지난 2월 25일 보도된 <"자물쇠로 잠그고…"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 YTN 보도 화면 ⓒ YTN


"(YTN) 뉴스 보도 이후 (베트남 현지에서) 엄청난 혐한(이 발생했습니다). 너무너무 가슴 아픈 일입니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님과 그리고 우리 상인회장님들, 교민들이 이룩해놓은 친한 감정이 갑자기 반한 감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해시태그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트남에서 혐한을 조장하는 (베트남 매체의) 뉴스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게 베트남 사람들을 분하게 만든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보거든요. 분노의 가장 큰 원인은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YTN이 관광객 이야기만 듣고 보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다낭에서 여행사를 운영 중이라는 김석환 대표가 지난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와 인터뷰한 내용 중 일부다. 앞서 2월 25일 YTN은 <"자물쇠로 잠그고…"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라는 단독 보도를 냈다. 김 대표는 베트남 현지에 조성된 '혐한' 분위기가 이 YTN 보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의 앵커 멘트는 이랬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이유로 베트남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 20명이 사실상 감금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자물쇠로 잠겨 있는 병동에 갇힌 채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게 격리된 분들의 주장입니다."

해당 보도에서 YTN은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출발해 다낭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과 교민 20명이 "바깥으로 나가는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근" 병동에서 "사실상 감금 상태"로 "강제 격리 조치"됐다고 보도했다.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청하고 있다"는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 외에 인터뷰는 현지 교민 정모씨의 것이 유일했다.

보도 직후, 한국에서는 베트남 정부 당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셌다. 특히 "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하루 세끼 음식은 충분치 않습니다"라는 기자의 리포트를 뒷받침하는 "아침에 빵 조각(빵쪼가리) 몇 개 주네요"라던 정씨의 인터뷰가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은 반응은 달랐다. YTN 보도 이후 베트남인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ApologizeToVietNam(베트남에 사과해)'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이어 '#YTN_사과해', '#베트남을존중해'와 같은 한글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베트남 교민들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당 보도가 베트남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이 지적한 문화의 차이는 이랬다. 정씨가 격리 수용 중 아침식사로 제공받았다며 "빵쪼가리"라고 표현한 음식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반미'였다. YTN이 열악하다고 꼬집은 격리 수용 병동 역시 베트남의 평범한 병원이었다. 이후 외교부가 베트남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지난 2일 YTN은 YTN 유튜브 채널의 해당 동영상 댓글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일부 감정적인 불만과 표현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인터뷰이의 발언을 전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전달 방법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

"방송사 오보인가 아니면 가짜뉴스인가"
 
 지난 2월 25일 보도된 <"자물쇠로 잠그고…"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 YTN 보도 화면

지난 2월 25일 보도된 <"자물쇠로 잠그고…" 다낭에서 격리된 우리 국민들> YTN 보도 화면 ⓒ YTN


물론, 이러한 '사실'과 다른 보도가 YTN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9일 채널A와 TV조선이 코로나19 보도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았다. 이들 두 종편 방송은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 받았다. 

먼저 지난달 3일 <채널A>(<뉴스A>)의 <전염될까 걱정인데 공용세탁?>의 보도는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중국 우한 교민들의 격리 상황을 리포트하면서 입소자 중 한 명의 주장을 기사화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월 31일 < TV조선 >(<뉴스퍼레이드>)의 <[단독] 감염병 대응 예산… 올해 90억 '삭감'> 보도 또한 오보로 밝혀졌다. 이 매체는 올해 정부의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 예산이 90억 삭감됐다고 보도했으나, 보건복지부는 165억 증액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 4일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7일 집단시설 근무자인 신천지 교인들을 경상북도 공무원이라고 보도한 MBC 및 대구 MBC와 지난달 7일 코로나 19를 천재지변이라 판단한 교육부가 학교 수업일수 단축을 허용했다고 보도한 연합뉴스TV 등에 대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극심한 상황에서 방송은 속보 경쟁을 지양하고 정확한 사실을 신중하게 보도해 국민의 혼란과 불안감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열거하기도 벅찰 지경이다. 일간지를 포함해 지면 및 온라인 매체로 범위를 확장하면 오보의 홍수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5일 100주년을 맞아 100년 간의 오보를 정리하고 공식 사과한 <조선일보>는 코로나19 오보 관련 보도에 대해 지난 11일과 13일 정정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방송과 언론의 오보 릴레이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렇게 평했다. 

"오보도 되게 많아졌고, 단순 오보가 아니죠.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알면서도 퍼뜨릴 때 가짜뉴스라고 합니다. 이게 방송사 오보인지 아니면 진짜 알면서 이렇게 쓴 가짜뉴스인지 혼동될 정도의 보도들도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속보가 너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속보를 눌러보잖아요. 내용이 없어요. 제목만 있어요. 그런데 도대체 그런 식의 제목을 단 그런 보도들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듭니다." (12일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불안 바이러스 퍼뜨리는 조선일보, 의도일까 무능일까' 중에서)


오보와 아이러니   

다시 YTN의 오보를 보자. YTN 보도는 현지 베트남인들의 '혐한' 정서를 자극하고 외교적 파장까지 불러왔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리고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던 YTN은 채 2주가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사망'했다는 오보를 냈다. 문제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나친 속보 경쟁 속에서,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것 말이다.

약국 앞에서 쓰러졌다는 70대 남성 관련 보도는 그가 응급실에 도착한 이후 상황을 확인만 했어도 오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격리 수용된 교민들 관련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현지 교민이나 주한 베트남 대사관 측에 확인을 거쳤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현지 소식을 전하는 것이기에 더욱 베트남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이나 방역 체계, 감염자나 증상 의심자 관리 현황 등은 정확히 확인해야 했다.

정찬형 YTN 사장은 지난 2018년 취임사에서 '오보 없는 YTN'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우선 오보 없는 YTN을 위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이러한 코로나 19 보도는 '오보 없는 YTN'에 걸맞은 수준이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언론사들의 경우 '트래픽'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자극적인 보도와 속보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일부 언론들이 일종의 '코로나 특수'를 맞은 셈이다.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고 정파적 보도를 일삼는 행위, 속보 경쟁 때문에 오보까지 내놓는 지금의 '코로나19' 보도가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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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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