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건과 관련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다 막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를 구합니다."

지난 2일 오후 3시.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만희 총회장은 12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신천지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두 번의 큰 절, 횡설수설 하는 모습, '박근혜'라는 이름이 새겨진 시계만 남았을 뿐 제대로 된 사과나 입장 표명은 없었다.

코로나19 슈퍼 감염의 근원지였던 대구 신천지 교회를 둘러싼 의혹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JTBC 시사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슈퍼감염 신천지' 2편은 대구 신천지 교회 신도 31번 확진자가 나왔던 2월 18일부터 기자회견을 한 3월 2일까지, 십여 일 동안 이만희 총회장의 행적을 취재했다. 그의 행적은 슈퍼 전파의 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만희 총회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방송에서 윤재덕 종말론 사무소 소장은 제보로 받은 SNS 내용 하나를 공개했다. 2월 18일 신천지 내부 SNS에 업로드된 것으로 "현재 대구 코로나 확진자 관련으로 신천지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예배를 가지 않았고, 신천지 신도임을 숨기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따르면, 신천지 지도부는 31번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조작과 은폐를 시도하려고 했던 셈이다.

2월 2일 이후 이만희 총회장의 종적이 묘연해지자 '감염설'부터 '사망설'까지 온갖 소문이 난무했다. 한 제보자는 사라진 이만희 총회장을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에 위치한 한 아파트 앞에서 목격했다고 증언한다. 여기는 이만희 총회장이 1998년 자신의 명의로 산 48평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이전에도 신천지 지도부로 보이는 인물들이 자주 찾아왔다고 한다. 이만희 총회장은 대구 신천지 교회가 슈퍼 감염으로 지목되기 시작하자 2월 19일에 이곳을 떠났다.

2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천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일간 신천지 집회 금지 명령을 내렸다. 신천지를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24일 새벽 이만희 총회장은 특별편지 형식을 통해 전체 성도 명단을 제공하고 전수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사라진 이만희 총회장은 2월 24일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는다. 그곳엔 이미 여러 대의 차가 주차된 상태였다.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한 신천지 지도부가 모여 특별편지를 만들거나 대책 회의를 한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에서는 전체 신도명단과 신천지 시설의 누락을 꾀했던 곳 역시 이곳이라 지목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체 파악한 신천지 시설 현황과 신천지 측이 제출한 자료가 다르다고 말한다. 신천지 측이 일부러 누락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감염병에 대한 방역은 신속성, 다음에 정확성이 생명입니다. 계속 (신천지 측에서) 주는 자료들이 믿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2월 25일 경기도 공무원들은 과천에 위치한 신천지 본부에서 기습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신천지 측이 시간을 끈다고 판단한 경기도가 정확한 신도명단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신천지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거세게 저항했다. 세 시간 동안 이어진 대치 끝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고서야 어렵사리 신도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기도가 과천 신천지 본부에서 입수한 경기도 신도 숫자와 신천지 측이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경기도 신도 숫자를 비교한 결과 1974명이 차이가 났다. 신천지 측은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해명했다. 확인 결과 1974명 가운데 성인도 387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신천지는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줄곧 거짓말로 일관했다. 2월 27일엔 또다시 이만희 총회장이 신도에게 특별 편지를 보내어 내부 결속을 다지기까지 보여주었다.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신천지 측의 말은 책임을 회피하고 시간을 벌기위한 허울에 불과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국민의 비판이 높아지자 신천지 측은 28일 새로운 입장을 발표한다. 신천지 국내성도 21만 2324명을 보건 당국에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31번 확진자가 나온 지 10일이 지날 무렵이었다. 만약 1주일만 빨리 제대로 된 신도명단을 제출했더라면 재난의 피해는 좀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3월 2일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은 신천지 지도부의 현재 상황과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실마리를 남겼다. 이만희 총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서무 김평화씨와 사회자의 통제를 받는 인상을 줬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변상욱 YTN 앵커는 현재 신천지 지도부의 상황을 "이만희 총회장은 바지사장에 불과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금 신천지의 실세가 이만희 총회장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만희 총회장이 손목에 찼던 '박근혜 시계'는 사실 여부와 정치적 메시지를 둘러싼 의혹을 불러왔다. 국민과 언론의 눈과 귀를 신천지의 잘못과 어떻게 현재 상황을 타개해나갈지가 아닌, 손목시계에 집중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SNS에 올린 글에서 "이만희 씨가 찬 박근혜 전 대통령 시계는 코로나19 극복과 전혀 상관이 없다"며 "전직 대통령의 시계를 찬 일이 정치적이든 정치적이지 않든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썼다. 방송 역시 박근혜 시계는 상황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신천지 지도부의 술책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으로 퍼져나갔다. 슈퍼감염의 진원지인 신천지와 중국 우한을 잇는 연결고리가 존재할 수도 있다. 신천지는 중국 우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을까? <스포트라이트>는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과 신천지 사이의 연결 고리를 추적했다.

신천지와 중국 우한 사이에 감염 역학고리가 존재할 것이란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신천지 측은 3월 2일 "2018년 중국 우한에 있는 모든 예배당을 폐쇄하고 온라인으로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2019년 12월 이후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신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신천지 측의 주장은 사실일까?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신천지 내부자에게 받은 녹취록을 공개한다. 이 속엔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2월 9일 주일 정오 예배 때 부산 야고보 지파장의 설교로 중국 우한에 신천지 지교회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천지의 전국 12개 지파 가운데 부산 야고보 지파는 중국 지역을 관리한다. 현재 부산 야고보 지파장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다른 신천지 관계자들 역시 사실 확인을 함구하는 중이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은 신천지 안에서 어느 정도 직급이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내부 자료도 입수했다. 여기엔 신천지 중국 지교회의 활동 기록이 자세히 적혀 있다. 2019년 9월에 작성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의 중국 재적 신도 수는 1만6544명, 중국 우한 신도 숫자는 259명이라고 한다. 활동이 꾸준히 있었다는 의미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지난해 8월까지 중국 우한 신천지에서 활동했다는 제보자를 만난다. 전 우한 신천지 신도는 "초급반에 들어가서 (수업을)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했다"고 이야기 한다. 적어도 8월까진 여러 청년이 모여 복음방 모임을 했다는 의미다. 장소는 프랜차이즈 업소, 아파트, 단독 주택 등 다양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제보자는 동영상과 사진을 보여준다. 그 속엔 우한을 포함한 중국 곳곳에서 복음방 활동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밴드, 댄스 동아리 등 다양한 모임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중국 신천지의 복음방은 우리나라보다 은밀하게 운영한다. 중국은 신앙의 자유는 있지만, 전도의 자유는 국가가 감독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2018년 이후론 중국 내 종교 활동을 정부가 강하게 관리하고 있다. 신천지는 공안에 의해 교회가 폐쇄되자 이른바 '지하교회' 형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내에서 일어난 감염의 80%가 다중시설이 아닌, 가정 같은 소규모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고 언급했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신천지의 복음방도 예외일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두 시간 이상 여러 사람이 가까이 있었다면 감염의 확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우한에서 운영한 복음방들이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화난 수산물 시장과 불과 5km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방송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당시에 이 지역 복음방이 활동했었다면 감염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이와 관련해,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민완 기자는 흥미로운 사실을 들려준다. 중국 우한의 신천지 신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가 도시 전역으로 확산한 사실이 알려진 2019년 12월에 오프라인 모임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춘절을 맞이해 고향으로 돌아간 우한 신천지 신도 중 일부가 우리나라에 왔을 가능성 역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신천지 측은 <스포트라이트>에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에 의하면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우한에서 입국한 인원이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입장은 달랐다. 2020년 1월에 국내에 입국한 신천지 신도가 확인되었다고 설명한다. 입국자 중 한 명은 확진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초 확진자일 가능성은 적다고 방역 당국은 설명한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중국인 신천지 신도들이 한국에 온 경우 외에 중국으로 파견되었던 한국 신천지 교인의 국내 입국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2020년 1월 12일 신천지 과천본부에서 열린 '신천지 유월 총회'를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이날은 전국 신천지 관계자들은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겸했다. 이런 대규모 행사에 중국에서 돌아온 신도들이 참가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 신천지 신도 역시 "(중국에서) 당연히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는 슈퍼감염일로 추정되는 대구 신천지 예배가 열리기 한 달 전이었다. 중국 전역으로 코로나 19가 번졌고 본격적으로 해외 전파가 시작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기모란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지금 대구에서 나오는 거 보면 2월 1일에 한 명이 들어와서 이렇게 커지기가 쉽지 않다. 만약에 이미 1월 12일에 들어와서 지역 사회에 감염이 하나씩 전파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여전히 미궁에 빠진 슈퍼감염의 연결고리는 더욱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이 막중한 시점이다. 사법부 역시 신천지 지도부가 슈퍼감염을 인지하면서도 조작, 은폐 지시를 내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할 때다. 그리고 이만희 총회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했던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 

"최선을 다해서 정부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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