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정과 지창욱

배우 김유정과 지창욱 ⓒ 이정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됐던 김풍, 심윤수 작가의 <찌질의 역사>가 드라마화될 예정이다. 지상파 편성 및 캐스팅 작업을 마무리 한 뒤 올 하반기 촬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한다. 영화 <공조> <창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첫 드라마 작품이다.

그에 앞서 탑툰에서 2016년부터 2017년 동안 연재됐던 <편의점 샛별이>가 먼저 SBS 금토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치즈 인 더 트랩>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김비서가 왜 그럴까>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 그동안 수많은 웹툰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그 중 많은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일단 웹툰 연재를 통해 스토리 구성의 탄탄함, 대중적인 인지도 등이 갖춰진 상태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더욱 쉬웠을 수 있다. 이 두 작품 역시 그럴 수 있을까. 그러나 웹툰 팬들은 기대보다 우려를 더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남성의 찌질함을 대변했던 <찌질의 역사>, 드라마는 어떨까

먼저, 김풍 작가의 <찌질의 역사>는 서른이 넘어 사회인이 된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과거를 추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권설하라는, 과에서 미모로 인기를 얻었던 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 속에서 당시 남자 선배들은 매년 들어오는 여자 후배들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게 버릇이었다고 한다. 이는 남성의 본능이라고 인식되는 통념을 그대로 웹툰에 구현해 놓은 것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웹툰에서 이들은 주인공 민기가 부러워했던 남자들로 그려진다.

주인공 민기와 그의 친구들은 남성 집단 내에서 주변을 겉도는 찌질한 남성으로 머무르곤 했다. 관계를 맺는 데 서투르고, 그러다 보니 자꾸 실수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현재 만나는 연인에게 전 여자친구 얘기를 하며 계속 비교를 하는가 하면, 여친의 말을 사사건건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하기 일쑤다. 여친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가수를 무시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맨스플레인을 잔뜩 늘어놓는 식이다. 또한 새로운 여자친구가 개명을 하려 하자 첫사랑 이름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웹툰은 민기가 얼마나 찌질했는지, 그러나 그런 모습을 끝내 극복해내고 어떻게 '진정한 남자가 되었느냐'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상대방의 감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그려진다. 

드라마로 바뀐 <찌질의 역사>는 다를 수 있을까. 물론 베일을 벗고 나서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남자 주인공은 민기이고, 로맨스 드라마로 그의 '찌질함'을 다룬다는 것은 일정 부분 그것을 미화하는 연출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웹툰 속 민기의 행동을 철 없는 남자의 귀여운 행동으로 연출하는 드라마는 아마 2020년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샛별이>, 시대착오적인 드라마가 되지 않길 

또 다른 웹툰 <편의점 샛별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 작품은 33세 남자 점장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스무살 여대생이 나타나면서 겪는 일들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4년 전에 길거리에서 만난 여고생 정샛별이 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사다줬던 남자는 4년이 지나 점장과 알바의 관계로 우연히 다시 만난다.

문제는 웹툰에서 여주인공을 그리는 방식이다. 샛별은 편의점에서도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고, 이 때문에 편의점에 구경 오는 남자 손님들이 많다('클럽 말고 편의점 간다'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성적 대상화는 연재 당시에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의도적으로 속옷이나 가슴을 보여주고, 남자라면 당연히 눈을 뗄 수 없다고 묘사하는 장면들은 충분히 문제적이다. 현재 <편의점 샛별이>는 이미 지창욱과 김유정의 캐스팅을 완료한 상태이며, 오는 6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남자의 본능'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두 작품이 드라마화 됐을 때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그보다 지금은 2020년이고, 이미 시청자들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젠더 측면에서도 시대에 걸맞은 작품을 원한다. 여성을 부속품으로 인식하거나 성적인 부분 만을 강조하는 작품들은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전철을 <편의점 샛별이>와 <찌질의 역사>가 다시 밟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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