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페더급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브라이언 오르테가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둘은 SNS 등을 통해 치열하게 장외 전쟁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여기에 K-POP 스타 박재범까지 얽히면서 판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계 미국인 3세 래퍼이자 힙합 프로듀서인 박재범은 정찬성의 소속사 AOMG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UFC 부산 대회 준비 과정 때부터 정찬성의 통역으로 나서고 있는데 특유의 센스와 말솜씨로 정찬성을 홍보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과정에서 박재범의 통역이 오르테가의 심기를 건드렸다. 기분이 상한 오르테가는 "나와 직접 마주치게 될 경우 뺨을 때리겠다"고 협박을 하기에 이르렀고, 정찬성 역시 "우리 대표님을 건드린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강하게 대응했다.

그런 가운데 사건이 터졌다. 지난 8일 있었던 UFC248 관전 중에서 오르테가는 정찬성이 없는 사이 박재범을 찾아가 말다툼 끝에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T모바일 아레나 보안요원이 오르테가를 경기장 밖으로 쫓아냈지만 이미 일은 터진 이후였다.
 
 K-POP 스타 박재범을 공격한 브라이언 오르테가

K-POP 스타 박재범을 공격한 브라이언 오르테가 ⓒ UFC

 
SNS를 통해 화를 드러내기는 했으나 실제로 오르테가가 박재범에게 무력행사를 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막말을 주고받는 UFC 파이터들 사이에서도 실제 몸싸움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거니와 박재범은 격투기와는 거리가 먼 일반인이다. 오르테가같은 상위랭커 격투 파이터가 일반인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처음 해당 사건이 언급됐을 때 "흥행매치를 위한 쇼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던 이유다.

결국 일은 터졌고 UFC 측 입장도 곤란하게 됐다. 오르테가는 사고를 친 후에도 당당한 태도를 고수했으나, 일이 커지자 SNS에 급하게 사과글을 올렸다. 이에 박재범 측 역시 소송까지 진행할 의향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 사건이 여기서 깔끔하게 끝나지는 않을 분위기다. 정찬성과 오르테가 경기의 성사 가능성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고, 기타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최근에는 마이크 페리, 마이클 비스핑 등이 SNS 등을 통해 오르테가를 편들면서 국내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타이틀 노리는 정찬성과 오르테가의 동상이몽
 
상위 랭커인 정찬성과 오르테가는 페더급 챔피언 자리를 노리고 있는 체급 내 강자들이다. 정찬성은 '표범' 야이르 로드리게스(28·멕시코) 전에서 뼈아픈 1초 역전 KO패 이후 헤나토 '모이카노' 카네이로, 프랭키 에드가를 연달아 잡아내며 분위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경기내용까지 좋았던지라 당당하게 챔피언 타이틀을 요구해도 무리가 없는 위치다.

오르테가같은 경우 무서운 상승세로 타이틀전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당시 챔피언이었던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29·미국)에게 역부족을 드러내며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했다. 어쨌거나 둘 모두 타이틀을 노려야 되는 입장인지라 적극적으로 주최 측에 기회를 달라고 어필 중인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둘은 서로를 제물로 한 단계 더 유리한 입지를 굳히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로간 이름값이 확실한지라 승자는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다.
 
 '코리안좀비' 정찬성

'코리안좀비' 정찬성 ⓒ UFC 아시아 제공

 
먼저 적극적이었던 쪽은 정찬성이었다. 챔피언에 대한 열망이 큰 정찬성은 타이틀전 경험자 오르테가를 노렸다. 오르테가를 이길 경우 상황에 따라 타이틀전 직행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평소 겸손하고 예의바르던 모습과 달리 도발 등 이른바 장외전쟁을 불사하며 오르테가를 자극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오르테가도 이에 화답하면서 둘간 매치업은 급물살을 탔고 결국 부산 대회서 메인이벤트로 격돌하기로 결정났다.

사건은 부산 대회를 보름여 남겨놓고 터졌다. 오르테가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많은 이들을 기대케 했던 양 선수의 매치업이 무산됐다. 만약 정찬성이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경우 부산 대회 전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었다. 주최 측은 급하게 대타를 찾았고 다행히 프랭키 에드가라는 인지도 있는 스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노장 에드가는 엄밀히 말해 전성기가 지난 상태다. 반면 정찬성은 직전 경기에서 난적 모이카노를 그림 같은 카운터펀치와 냉정한 그라운드 운영으로 1라운드 초반 잡아낸 바 있다. 분위기 자체는 정찬성 쪽이 좋았다. 문제는 준비 기간이 크게 의미가 없어졌고, 예전 로드리게스와의 경기에서 찜찜한 기억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찬성은 UFC 파이트나이트 139대회서 에드가와 메인 이벤트서 격돌이 예정되어있었다. 하지만 대회를 2주 앞두고 에드가가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로드리게스가 대타로 들어섰다. 누가 더 까다로운 상대인지는 둘째 치고 전략 자체를 확 바꿔야 되는 상태였던지라 정찬성 측도 적지 않은 당혹감을 표시했다. 단신 레슬러 맞춤형 훈련을 하다가 갑자기 장신 스트라이커로 포커스를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찬성과의 좋지 못한 상성을 설명하며 UFC 오기전 조지 루프전의 악몽을 언급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찬성은 본 경기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펼쳐나갔다. 로드리게스 킥에 맞서 펀치공격으로 유효타 싸움에서 우위를 지켜나갔다. 문제는 정찬성은 여전히 너무 착하다(?)는 것이었다. 로드리게스는 경기 내내 하이파이브 등 쓸데없는 제스처를 계속 시도했는데 정찬성은 이를 또 순순히 받아줬다.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로드리게스는 난타전을 제의했고 화끈하게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었던 정찬성이 이를 받아들였다. 점수에서 밀리고 있던 로드리게스는 이 상황서 시합 전부터 준비해온 팔꿈치 카운터를 성공시키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우직한 베테랑이 자신보다 젊은 상대의 영악한 심리전에 말려버린 승부였다.

결과적으로 정찬성은 이후 절치부심해 모이카노, 에드가전을 승리로 이끌며 로드리게스전 악몽에서 벗어났다. 과거 조지 루프전 패배 후 행보와 같이 한층 더 성숙해지고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역전패에 대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정찬성 입장에서는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인지도 높은 선수를 상대로 한 1승 정도가 더 필요해 보인다. 정찬성의 인기와 상품성을 고려했을 때 1승만 더 올린다면 주최측에서도 기회를 줄 공산이 크다.

이는 오르테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할로웨이전 완패로 최강 도전자라는 캐릭터가 깨져버린지라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상대가 코리안좀비라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성맞춤이다.

물론 정찬성을 응원하는 국내 팬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을 안고 한 경기 더 치르는 것보다 조금 기다렸다가 타이틀전으로 직행하는 쪽이 최상의 시나리오이기는 하다. 현재 상황에서 1패가 추가된다면 챔피언 타이틀전은 훌쩍 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앙숙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이런 상황에 은근히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매치업 성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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