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 ⓒ Tame Impala 공식 Facebook

 
지난 연말,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그룹사운드 잔나비가 본상을 수상했을 때, 괜히 뿌듯함을 느꼈다. 아이돌 중심의 한국 가요 시상식에서 밴드가 본상을 받는다는 일 자체가 몹시 반갑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20세기와 비교했을 때, 밴드 음악이 그때만큼 각광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0년대 이후, 빌보드 싱글 차트나 음원 차트를 장악하고 있는 것 역시 힙합과 일렉트로니카가 대부분이다. 캐나다의 인디록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가 제 5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을 때도, '도대체 아케이드 파이어가 누구냐'고 묻는 대중들이 적지 않았다.

누군가는 '밴드는 죽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존재 자체로 그 말에 대한 반박이 되어주는 이들이 많이 있다. 호주 출신의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가 바로 그 주인공 중 하나다. 프랭크 오션, 켄드릭 라마, 리한나, 마크 론슨 등이 테임 임팔라의 팬을 자처하는 등,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다.

21세기의 사이키델릭
 

케빈 파커(Kevin Parker)가 이끌고 있는 이 밴드는, 동 세대 밴드 중 단연 그 선두에 서 있다. 테임 임팔라는 60년대 사이키델릭 록 음악을 자신들의 준거점으로 삼았다(1960년대 중반, '히피의 시대'와 맞물려 등장한 사이키델릭 록 음악은 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사운드를 내세웠다. 비틀즈와 지미 헨드릭스, 제퍼슨 에어플레인, 도어스, 그레이트풀 데드, 크림 등이 그 예다).
 
테임 임팔라는 현재 총 다섯 명의 멤버로 이루어져 있으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밴드는 곧 '케빈 파커'의 밴드로 생각된다. 그의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케빈 파커는 1986년, 호주 퍼스(Perth)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기타와 드럼을 모두 쳤던 그는 작사와 작곡, 편곡, 프로듀싱, 심지어 앨범 재킷 촬영까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꾼'이다. 어린 시절 비틀즈와 크림, 제퍼슨 에어플레인에 열광했던 그는, 자신의 음악적 기호를 기반으로 실험을 이어 나갔다.
 
테임 임팔라는 첫 정규 앨범 < Innerspeaker >와 2집 < Lonerism >을 통해 그 이름을 음악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 앨범에서 케빈 파커는 매우 몽환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주조하는 한편,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재능마저 함께 뽐냈다. 존 레넌처럼 얇고 가녀린 케빈 파커의 목소리는 이 사운드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Feels Like We Only Go Backwads', 'Apocalypse Dreams', 'Alter Ego' 같은 곡들은 테임 임팔라 음악의 정수나 다름없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테임 임팔라는 그들의 음악 세계를 확장시켰다. 2015년에 발표한 3집 < Currents >에서는 디스코와 신스팝, 알앤비, 뉴웨이브 등의 요소를 더 하면서, 그루브를 강화시킨 것이다. 1,2집이 60년대에 가까웠다면, 3집은 80년대, 90년대에 좀 더 가까웠다. 실제로 케빈 파커는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90년대 알앤비 음악을 아주 많이 들었다는 후문이다.

더 개인적인, 더 부드러운
 
 테임 임팔라의 네번째 정규 앨범 < The Slow Rush >

테임 임팔라의 네번째 정규 앨범 < The Slow Rush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최근 발표된 4집 < The Slow Rush >는 더욱 대중적인 앨범으로서 완성되었다. 리듬에서나, 멜로디에서나 더 팝스러운 앨범이 되었다. 발매에 앞서 먼저 공개되었던 'Patience'와 'Boderline'의 산뜻한 키보드 소리는, 케빈 파커가 품고 있던 '달콤한 팝 음악에 대한 비전'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신보의 테마는 '흘러간 시간'이다. 자신을 '노스탤지어 중독자'라고 명명하는 케빈 파커는 이번 앨범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진한 감정선을 드러냈다.

특히 'Posthumous Forgiveness'는 케빈 파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고백하고 있는 노래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면서 상처를 받은 케빈 파커가, '이제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극히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 뒤에는 이토록 개인적인 감정의 영역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영국 NME 매거진의 한 에디터는 테임 임팔라의 음악을 두고 "물리적인 긴장과 고민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테임 임팔라를 사용하라. 테임 임팔라는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음악의 판타지와 다름없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60년대 록을 빌려오면서 등장한 이 밴드는 '힙스터의 영웅'으로 등극하는 한편, 댄스 플로어에 안성맞춤인 음악까지 내놓게 되었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도 자신들 고유의 멋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사이키델릭은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 한 '감각의 세계'를 일깨우는 예술의 갈래다. 5평짜리 작은 방 안에서도, 수많은 별이 소용돌이치는 우주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밴드. 테임 임팔라는 바로 그런 밴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여덟.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