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쉽 트루퍼스> 포스터.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 포스터. ⓒ 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20년도 훨씬 더 된 일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스타크래프트'라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PC방이 생겨서 매일 방과후에 갔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들을 본격적으로 게임의 세계로 인도했던 게 스타크래프트였다.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면서 당시 한 해 전에 개봉한 영화가 덩달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바로 <스타쉽 트루퍼스>였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데 당시 어떻게 볼 수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져 성인이 된 대학생 때 절정이었으니, 그때 봤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스타크래프트'와 <스타쉽 트루퍼스>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엔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만 했었는데, 최근에 다시 한 번 보며 조사해 본 게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의 원작자는 영미 SF문학계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현대 밀리터리 SF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더불어 '스타크래프트' 개발진은 테란과 저그 종족을 만들 때 이 작품을 참고했다고 한다. 새삼 위대한 원작 콘텐츠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걸 실감한다. 영화를 살짝 들여다보자. 

인류와 버그 간의, 우주를 건 전쟁

지구의 적을 둔 인류와 버그 외계인 간의 행성 간 전쟁이 한창인 때 고등학교 친구들 넷 리코, 카먼, 디지, 칼은 각각 보병, 항공대, 보병, 정보국으로 입대한다. 리코와 카먼은 사귀는 사이였고, 디지는 리코를 좋아하고 있었다. 리코는 특유의 리더십과 특출난 운동신경으로 단번에 훈련병 분대장까지 꿰차지만 큰 실수를 저질러 자퇴를 하고자 한다. 디지가 말려 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때 버그가 쏘아올린 운석이 지구를 직격해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그중엔 네 친구들의 고향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도 있었다. 리코는 자퇴를 취소하고 즉시 출동한다. 한편, 지구연방군도 버그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버그의 본진 행성 글렌다투로 진격한다. 하지만 버그를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봤으니 그 결과는 30만 명이 넘는 군인의 전사로 나왔다. 곧바로 지구연방군 사령관이 바뀌고 버그 행성 각개 점령으로 작전이 수정된다. 리코는 글렌다투 전투에서 전사하고 말지만 되살아난다. 

리코와 디지의 러프넥 중대는 탱고 유릴라 행성을 점령하고 P 행성으로 향한다. 와중에 리코는 승승장구하여 이등병에서 상병이 되고 병장이 되고 소위까지 진급한다. 한편, 러프넥 중대는 P 행성 위스키 전초기지로 지원을 나간다. 그곳에서 맞닥뜨린 건 반쯤 미쳐서 살아 있는 장군과 몰살한 아군들이었다. 장군의 말을 통해 알고 보니, 사람의 뇌를 빨아먹는 브레인 버그의 명령으로 러프넥 중대를 함정으로 끌어들였던 것. 나아가 버그가 결코 바보가 아니기는커녕 엄청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과연 러프넥 중대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인류의 미래는?

폴 버호벤 감독의 할리우드 경력 단절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는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큰 연관이 있다는 점 말고도, 폴 버호벤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과 시간이 흐를수록 재평가받아 '컬트 영화' 반열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얘깃거리와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폴 버호벤 하면, 1980~19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로보캅> <토탈 리콜> <원초적 본능>의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나 같이 그만의 영화 감성과 철학이 투철하게 들어간 역작들이다. 

하지만, <스타쉽 트루퍼스>는 그의 할리우드 영화 경력을 끝장내다시피 한 3부작 중 하나이다. <쇼걸> <스타쉽 트루퍼스> <할로우 맨>이 그 작품들이다. 네덜란드 즉, 유럽으로 돌아간 그가 내놓은 작품들은 거짓말처럼 괜찮았다는 게 또 재미있는 사실. 이 작품들 또한 3부작 격인데 중간에 <트릭>을 제외하고 앞뒤로 <블랙북> <엘르>는 괜찮은 수준을 넘어서 명작 반열에 올려도 충분하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지금은 물론 1997년 당시에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만한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북미 포함 전 세계에서 1억 2천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렸을 뿐이었다. 2차 판권에서 꽤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특수효과와 분위기와 비쥬얼과 메시지 등이 재평가받으면서 이른바 'SF 걸작'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며 재평가받아 걸작으로 추앙받은 흥행 실패작들을 보면, <록키 호러 픽쳐 쇼> <블레이드 러너> <쇼생크 탈출> <파이트 클럽> 등이 있다. 짙은 장르 영화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컬트영화로서의 거의 모든 걸 갖추다

영화는 시작부터 '파시즘'과 '군국주의'적 냄새가 풀풀 풍긴다. 애초에 원작의 분위기가 그러하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영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우스꽝스럽다는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코미디가 아닌가 싶게까지 느껴지니 말이다. 보다 보면,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블랙 코미디 요소를 다분히 넣은 거라는 걸 깨닫게 된다.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여기에 폴 버호벤 감독 특유의 B급 감성과 자못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까지 가미되니, 뭐라고 규정하기 힘든 영화가 되어 버린 감이 있다. 컬트 영화로서의 거의 모든 걸 갖춘 셈이지만, 흥행작으로서는 거의 갖춘 게 없는 셈이다. 영화 중간중간,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나가는 다양한 철학적 함의들이 아쉽다. 이를테면, 폭력의 정당화 내지 버그의 지능 여부 내지 평화와 공존 같은 주제 말이다. 이중 하나의 주제로도 영화를 통째로 이끌고도 남을 텐데 말이다. 

수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언젠가 이 영화를 또다시 보게 될 것 같다. 그 이후에도 또 보게 될 것 같고 말이다. 누구한테든 자신 있게 추천하긴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하긴 쉽지 않겠지만, 방구석에서 혼자 알 수 없는 묘한 희열을 느끼며 보고 말 거라고 확신한다. 아마도 <스타쉽 트루퍼스>를 나처럼 느끼고 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이참에 한 번 더 보는 게 어떤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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