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즌 만에 파리 생제르맹(PSG)의 16강 징크스가 깨졌다.

PSG는 12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드 프랭스에서 열린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네이마르와 베르나트의 골에 힘입어 도르트문트를 2-0으로 물리쳤다.

1차전 원정에서 1-2로 패했던 PSG는 합산스코어 3-2을 기록하며 도르트문트를 제치고 8강에 진출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는 변수가 있었음에도 PSG는 지난 3시즌 동안 자신들을 괴롭혔던 UCL 16강의 벽을 허물었다.

마침내 깨진 UCL 16강의 벽

PSG에게 챔피언스리그 16강은 그동안 너무 높은 벽이었다. 물론 바르셀로나(바르사), 레알 마드리드(레알)와 같은 강팀들을 만난 것도 벽을 깨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지만,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도 그것을 잘 살리지 못한 것이 제일 큰 원인이었다.

대표적으로 2016~2017 시즌과 지난 시즌이 그랬다. 2016~2017시즌에는 바르사를 상대로 1차전 4-0의 완승을 거뒀음에도 2차전 원정에서 1-6의 대패를 기록하며 허무하게 탈락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만났던 지난 시즌 16강에도 원정 2-0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홈에서 충격의 1-3 패배를 당하며 3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했다.

올시즌도 도르트문트와의 16강 1차전에서 1-2로 패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원정골을 기록했다는 이점은 분명 있었지만 지난 3시즌의 사례를 봤을 때 또 다시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관중 경기가 확정되면서 홈 그라운드의 이점 역시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물론 전반 20여분가량은 점유율은 높았을지언정 힘든 경기를 펼친 PSG는 전반 28분 네이마르의 선제골이 나오면서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올 수 있었다. 이어 전반 막바지에는 베르나트의 골까지 나오면서 PSG는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8강 진출은 PSG에겐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 PSG가 지난 몇 년 동안 에딘손 카바니, 앙헬 디 마리아, 킬리앙 음바페, 네이마르 등을 영입한 이유는 당연히 UCL 우승이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자국리그 1강의 지위를 확고히 한 PSG는 리그 우승은 당연한 것인지라, UCL 우승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쿼드의 네임벨류에 비해 UCL 성적은 늘 아쉬움을 남겼다. 번번이 중요한 순간을 넘기지 못하면서 우승 문턱에 다가가지 못한 PSG는 특히 최근 3시즌 동안 앞서 언급한 대로 16강에서 조기탈락했다. 

만약 올시즌마저 UCL 16강에서 탈락했다면,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탈과 토마스 투헬 감독의 자리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UCL 16강 탈락의 여파로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경질된 사례가 있었기에, 2시즌 연속 16강 탈락은 투헬 감독의 자리를 위협하기엔 충분한 사유가 될 수 있었다.

투헬의 전술변화, 네이마르의 회심의 한 방이 가져온 승리

지난 도르트문트와의 1차전에서 투헬 감독은 상대와 같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상대와 같은 포메이션에 대인마크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대인마크가 다소 엉성하게 이뤄지면서 도르트문트에게 1-2의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원정골을 기록해 홈경기에서 1-0의 승리만 거둬도 8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3주만에 열린 2차전에서 투헬 감독은 전술변화를 꾀했다.

카바니와 사라비아를 투톱으로 배치해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PSG는 경기장을 폭 넓게 사용하면서 중앙으로 편중된 도르트문트의 2줄 수비를 깨고자 했다. 여기에 1차전에서 수비작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인지한 투헬 감독은 투톱으로 나선 카바니와 사라비아에게도 일정량의 수비가담을 지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점유율을 70퍼센트 이상을 가져감에도 쉽사리 공간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무의미한 볼 점유을 기록한 채 이렇다할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첫 번째 해답이 전반 24분에 나왔다. 중원에서 디 마리아의 스루패스가 카바니에게 향하자 도르트문트의 수비라인에 틈이 생기면서 바니에게 득점기회가 나왔다. 기회를 잡은 카바니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뷔르키 골키퍼에게 막혔다. 아쉽게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분명 희망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러던 PSG가 결국 전반 28분 마침내 답을 찾아냈다. 바로 세트피스였다. 오른쪽에서 디 마리아가 올린 코너킥을 수비 뒷공간에서 달려들던 네이마르가 몸을 날려 헤더슛을 시도했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터뜨린 PSG는 마침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도르트문트가 득점을 노리기 위해 라인을 올려 공격쪽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오히려 공간이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공격진에 개인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많은 PSG에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전반 44분 PSG의 추가골이 나왔다. 중원에서 상대의 볼을 차단한 베르나트는 곧바로 상대 골문지역으로 침투를 시도했다. 이 사이 볼은 네이마르와 디 마리아, 사라비아를 거쳐 상대지역으로 침투한 베르나트에게까지 연결되었다. 사라비아의 패스를 받은 베르나트는 방향만 살짝 바꾼 슈팅을 날려 점수를 2-0으로 벌렸다. 

물론 이 상황에서 1골을 허용한다면 연장전까지 갈 상황이라, PSG는 안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PSG는 4-4-2 포매이션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수비라인을 과시하면서 도르트문트의 공격을 무력화 시켰는데, 홀란드와 산초가 포진한 도르트문트의 공격진은 이를 뚫을 만한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리한 고지 살리지 못한 도르트문트, 무기력하게 패배

1차전 홈 경기에서 2-1의 승리를 거둔 도르트문트는 원정골을 허용했지만 그래도 희망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는것은 원정임에도 도르트문트에겐 또다른 이점이 될 수 있었다. 

더욱이 최근 3백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3-4-3 포매이션 전략을 펼치면서 3경기 중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안정된 수비를 보인 도르트문트였기에 희망을 걸어볼수 있었다. 그러나 2차전에서 보여준 도르트문트의 경기 내용은 너무 무기력했다. 3백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수비시엔 5-4-1의 두 줄 수비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자 했지만 너무 라인을 내린 탓인지 상대에게 계속 기회를 내주며 끌려갔다. 

게다가 수비라인을 투텁게 가져가면서도 배후 공간을 허용해 2골을 내줬다. 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디 마리아가 올린 코너킥을 수비 뒷공간에서 달려들던 네이마르가 득점으로 연결시켰는데 네이마르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하키미는 뒤에서 침투하던 네이마르를 막지 못하며 실점을 허용했다. 

두 번째 실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원에서 베르나트에게 볼을 빼앗기며 상대에게 공격기회를 내준 도르트문트는 볼 차단 이후 상대 배후 공간으로 침투하는 베르나트를 어느 누구도 저지하지 못했다. 

공격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나치게 투박한 플레이스타일로 인해 볼 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데다 지난 묀헨 글라드바흐전에서 좋은 폼을 보여준 토르강 아자르가 부진하면서 도르트문트의 공격력 또한 감소하게 되었다. 도르트문트는 전반 35분 제이든 산초의 프리킥이 나바스 골키퍼 정면으로 슈팅을 한 것이 그나마 위협적인 득점기회였다.

후반전에 들어서도 도르트문트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루시앙 파브르 감독의 한 발 늦은 교체판단이 문제였다. 파브르 감독은 후반 25분 토르강 아자르를 빼고 율리안 브란트를 기용하며 첫 번째 교체카드를 사용했는데 이날 아자르의 경기력과 경기 진행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금 더 빨랐으며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았다. 이어 곧바로 악셀 비첼을 빼고 지오바니 레이나를 투입해 공격 쪽에 숫자를 늘렸음에도 공격진 숫자만 늘어났을 뿐 이렇다할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파브르 감독은 후반 41분에서야 마리오 괴체를 기용하며 4백으로 전환해 공격진에 무게를 더했지만 승패는 이미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엠레 찬의 비신사적인 플레이는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말았다. 후반 43분 터치라인 부근에서 네이마르를 밀어 넘어뜨리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런데 이후 신경전이 발생했는데 엠레 찬이 네이마르를 밀면서 양팀 선수간의 몸싸움까지 이어졌다. 결국 디 마리아와 도발한 네이마르가 경고를 받은 가운데 네이마르를 밀어 넘어뜨린 엠레 찬은 퇴장을 당했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 될 플레이가 나오고 만 것이다. 

결국 감독의 전술과 작전 선수의 퇴장 등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한 도르트문트는 완패를 당하면서 1차전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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