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수(홍근택)와 지혁(차지현)은 출신과 이력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근수(홍근택)와 지혁(차지현)은 출신과 이력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 아이엠

 
"처음엔 다 그래. 곧 적응될 거야." "괜한 걱정이겠지만, 문제 일으키면 절대 안 된다." 탈북민 보호관이 근수(홍근택)에게 말을 건넨다. 근수는 낯선 듯 대답이 없다. "근수, 형 때문에 그래? 내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이어지는 한 마디. "하나원에서 다 이야기 들었겠지만 요즘엔 탈북민 무시하고 그런 사람 없어."
 
곧 근수네 집으로 짜장면 배달을 온 동네 양아치 지혁(차지현). 현관 한쪽에 놓인 나이키 신발에 잠시 눈이 여러 번 간다. 동시에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입술로 혀를 깨문다. 보호관에게 근수가 선물 받은 신발이다. "이사 왔어요?" 지혁이 건들거리면서 묻자 짜장면을 들던 근수가 눈치 보듯 "이사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비행>(감독 조성빈)에서 탈북민 근수와 중국집 배달원 지혁 두 사람이 만나는 첫 장면. 얼굴 한두 번 보고 말 사이인 줄 알았는데, 두 20대 청년은 여러 사건이 겹치면서 '적대적인 동지'가 된다. 서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함께 해야 하는 사이. 마약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다.
 
 영화 <비행>의 한 장면.

영화 <비행>의 한 장면. ⓒ 아이 엠

  
살기 위해 도망쳐야 하고,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힘든 삶이 이어진다. 어떤 희망적인 이야기도 두 배우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는 냉정하고 진짜 같다. 89분이라는 시간 동안 불안함이 한데 섞여 영화를 조심스러우면서도 거칠게 흔들어 놓는다.
 
영화는 사회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두 사람의 삶을 대변한다. 꿈을 좇고 싶지만 능력은 마땅치 않은 데다 각자의 출신과 이력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이런 두 사람이 거금을 벌기 위해 마약 범죄에 가담하는 순간, 이들은 동일 선상에 서며, 동시에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약자가 된다. 아무것도 없는 두 사람이 돈을 손에 쥘수록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도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드리머>(Dreamer)로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세상은 이들의 날개를 꺾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힘은 홍근택, 차지현 두 배우의 그리는 불안함에 있다. 어두운 표정과 느린 말투의 홍근택을 보면 무슨 일을 당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오다가도 어디로 엇나갈지 모르는 차지현의 얼굴을 보면 무슨 벌일까 하는 조마조마함이 있다. 청주대 영화과 졸업작품이자 조성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진수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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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문화부 기자. 팩트만 틀리지 말자. kjlf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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