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현재 대구의 코로나19 확진 환자 숫자는 5663명으로 집계됐다. 바이러스와의 전쟁터로 변한 대구에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료진, 구급 대원들, 자원봉사자들이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매일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의 목표는 단 하나. 사람들이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지난 6일 방송한 KBS <다큐멘터리 3일> '대구로 달려온 그들 - 작은 영웅들과 함께한 3일' 편은 바이러스와의 전장에 나선 사람들의 72시간을 담았다.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지금 대구는 민관군이 힘을 모아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치르고 있다. 3월 1일 오전 10시 대구 서문시장. 군인들이 방역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군은 제독차, 방역기 등 지원 가능한 물자를 총동원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역 작전을 펼치고 있다. 김용우 육군 50사단 중령은 파이팅을 외치며 장병들을 독려한다.

"국민들이 힘낼 수 있도록, 서문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방역 작업에 최선을 다하자!"

한편 지난달 21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있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대구의 코로나19 감염자를 전담하는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되어 24시간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긴급체계에 들어간 대구동산병원의 하루는 야전병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분주하게 돌아간다. 전국에서 모인 의료진들은 새로운 병원 체계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전장에 투입된다.

확진자들을 치료하는 전용 병동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만 출입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주는 갑옷인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괴로움에 시달린다. 전신을 감싼 방호복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2시간 이상 입기도 힘들거니와 쏟아지는 땀으로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명감으로 어려움을 이겨낸다.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대구동산병원에선 대구의 간호사들과 전국 각지에서 온 간호사들이 함께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국군춘천병원에서 파견 나온 김혜주 대위의 코와 이마는 고글에 짓눌린 자국이 사라질 틈이 없다. 살이 패여서 반창고를 붙여야 할 정도다. 상처가 아물 새도 없이 다시 전쟁터에 나서는 김혜주 대위. 그러나 표정엔 미소가 가득하다.

"다른 팀원들을 구해 주러 가야 합니다. (격리 병동에) 오래 있으면 너무 힘드니까. 저도 일하면서 다음 팀을 계속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대구동산병원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가운데 일부는 장례식장을 숙소로 쓴다. 혹시나 가족한테 감염병을 옮길까 봐 우려되어 장례식장에서 잠자리를 해결한다. 처음엔 무섭고 잠이 오지 않았지만, 이젠 너무 피곤해서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이 온다며 웃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힘든 점을 묻자 전명화 간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편한 점이) 있어도 표현할 수 없죠. 그럴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니까요. 환자가 우선이고 치료가 우선인데 우리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죠."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대구의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전국의 소방 구급대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두류 정수장엔 전국에서 지원 나온 구급차가 집결되어 있다. 열여섯 개 시도에서 온 구급대원들은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이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200여 명의 구급대원이 바삐 움직이는 상황이다.

구급대원들은 감염 위험이 높기에 관리에 신경을 기울인다. 입었던 방호복을 철저히 소독한다. 구급차의 내부는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위생 비닐을 씌운다. 환자와의 접촉은 일절 금지된다. 집에 있던 환자들을 이송하던 남재일 강원 춘천 소방관은 사회적 낙인과 혐오를 걱정한다.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면서 얼굴을 가리고 나오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이 보고, 시선 때문에 가리고 나오는데 사실 그 사람들도 자기가 (감염병에) 걸리고 싶었던 건 아니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어요."

최근엔 격리 치료를 위한 음압 병실이 부족해지면서 대구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일이 잦아졌다. 몇 시간씩 걸리는 장거리 이송 작업에 나선 구급대원들은 생리현상을 해결할 요량으로 성인용 기저귀를 사용한다. 서보현 대구 소방관은 "다른 분에게 감염 염려도 있고 (방호복 차림으로) 휴게실 화장실에 가면 시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최근 미국 ABC의 이안 패널 기자는 대구의 분위기를 "대구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었다. 고요함만 있다"고 전한 바 있다. 2월 19일 31번 확진자가 나온 후 공포로 얼어붙었던 대구는 이제 조금씩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대구 사람들을 보면 다들 마스크를 썼다는 점 외엔 여느 평범한 휴일의 풍경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2주 만에 산책을 나온 오현정 씨는 "대구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일부 시선에 섭섭함을 느꼈다"는 심경을 토로한다. 일부가 저지른 혐오, 차별, 조롱, 기피에 대구 사람들의 마음에 생채기가 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언론은 대구를 '유령 도시'로 표현했다. 또한, 시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현재 대구의 모습은 재난 영화와 거리가 멀다. 거리에 차도 다니고 사람들도 보인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엔 사재기 조짐이 보였지만, 지금은 차분함으로 가득하다. 마트도 텅 비지 않았다. 일부 물건이 일찍 동나기는 하나 사재기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마트를 운영하는 이진혁씨의 설명이다.

"사재기는 아니에요. 대구 시민들이 무조건 확보하려는 게 아니고 (지금 상황 때문에) 가족들이 (집에) 많아졌잖아요. 남편은 밖에서 먹고 아이들은 학원에서 먹던 걸 집에서 다 같이 먹으니 양이 늘어서 많이 사는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대구 시민들 역시 저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주인숙씨는 주위 상인들과 협력하여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에게 식사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현준씨는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이 피로를 풀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매일 따뜻한 커피 50캔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조동욱씨는 대구동산병원 식당일을 돕는 자원봉사에 발 벗고 나섰다.

코로나19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전국에서 보낸 온정의 손길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구동산병원 한쪽에 마련된 공간엔 전국에서 보낸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다. 후원 물품엔 거창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이는 비누 2개를 보냈고, 다른 사람은 샴푸 하나를 넣었다.

체온계, 마스크, 컵라면, 치약, 빵, 과자, 음료 등 국민들이 보내준 따뜻한 정성을 보며 의료진은 힘을 얻는다. 제작진과 만난 김동호 충남 논산 소방관은 스마트폰을 꺼내 숙소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던 메모를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그는 누가 쓴 건지 모를 이 메모를 보고 힘이 났다며 웃는다.

"소방봉사대원님들! 대구를 도와주러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카운터 옆 조식실에 간단하게나마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드시고 힘내시길 바라요!!!"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바이러스와 싸우는 모습을 통해 우리 안의 희망이라는 불빛이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소방관 시험을 준비하다가 대구의 어려움을 접하고 한걸음에 달려와 간호 보조 자원봉사에 나선 21살 청년 이미르씨는 말한다.

"환자들도 낫기 위해 힘쓰고 있고 의료진도 환자들 낫게 하려고 애쓰고 행정 직원들도 뒤에서 지원하느라 노력하고 있고. 지원하고 기부하는 여러 사람이 마음을 쏟아줘서 마음이 벅차요."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