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포스터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포스터 ⓒ JTBC

 
JTBC는 2017년부터 '드라마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단막극을 정기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신인 작가, 연출가가 시청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드라마를 창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에 맞게 '드라마 페스타' 작품들은 대부분 실험적인 소재, 감각적인 연출, 공감 가능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2월 방송된 <안녕 드라큘라> 역시 JTBC '드라마 페스타'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안녕 드라큘라>는 인생에서 가장 외면하고 싶은 문제와 맞닥뜨린 사람들의 성장기를 담은 옴니버스 드라마로, 성 소수자, 주거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들을 조명했다. 

<안녕 드라큘라>를 통해 성공적인 입봉을 마친 하정윤 작가를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사실 계속 실감나지 않았다"며 "신인 작가로 좋은 시작을 한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봉 소감을 전했다.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스틸 컷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스틸 컷 ⓒ JTBC

 
드라마는 총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됐다. 최근 8년 연애한 여자친구와 헤어진 안나(서현 분)와 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이자 작가 미영(이지현 분)의 갈등이 극의 중심에 놓였다. 여기에 가수를 꿈꾸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는 밴드 보컬 서연(이주빈 분),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된 유라(고나희 분)와 지형(서은율 분)의 우정 이야기가 곁들여졌다. 이에 대해 하정윤 작가는 당초 세 개의 각각 다른 기획안이었으며 이를 합친 것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원래 세 이야기는 세 개의 기획안이었다. 김지연 CP가 옴니버스로 구성해보는 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다. 세 이야기 모두 '상처 받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상처는 '우리가 개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축소하려 하지만 결코 그렇다고(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옴니버스 형식을 택하게 됐다. 

그리고 옴니버스 형식을 취함으로써 여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개인을 그릴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가령, 안나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딸이면서, 동시에 유라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좋은 선생님이다. 현실의 우리도 실제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까."


방송 당시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역시 안나와 미영의 이야기였다. 형광등을 직접 교체하는 안나에게 미영은 "다 혼자 할 줄 알면 남자 없이 혼자 살게 된다"고 잔소리를 하지만, 안나는 익숙하다는 듯 "남자 싫다"고 응수한다. 오래 전 남편과 이혼한 미영은 안나가 좋은 남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길 바라지만, 안나에겐 이미 8년을 함께한 동성의 여자친구가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쉽게 봉합될 수 없어 보이는 이유다.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스틸 컷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스틸 컷 ⓒ JTBC

 
하정윤 작가는 "'엄마와 딸은 언제쯤 서로에게 거리 두기가 가능해질까' 하는 생각에서 안나와 미영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애초에 공평해질 수 없는 관계이면서,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관계가 모녀 사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크게 싸워본 적 있는 딸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실의 성 소수자와 가족들을 고려하며 썼다고 털어놨다.
 
"'자꾸만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딸을 둔' 엄마와 '엄마가 바라는 딸이 되지 못해서 괴로운' 딸의 이야기다. 안나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거나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표현하는 데 있어 혹시라도 당사자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 많이 고민했다. 안나와 미영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이 준 상처가 더 지독하게 아프다는 것, 모녀 사이가 아무리 천륜이라고 해도 노력이 필요한 관계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반면 유라와 지형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주거 여건을 계급화하는 풍토에 대해 날카롭게 짚어냈다. 초등학생인 유라는 빌라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빌거'라는 조롱을 듣는다. 어른들의 천박한 계산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빌라가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면서, 유라는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 고급 아파트에 사는 지형은 어른들에게 재개발 반대 탄원서를 받아서라도 유라를 지키려고 한다. 하정윤 작가는 이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옮아간 어른의 단어를 볼 때 참담한 마음이 든다. 유라와 지형에게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가 평소에 기사에서 접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항상 마음이 쓰이는 건 무력감으로 무너져버리는 아이들의 마음이다. 아이일 때부터 자신의 쓸모를 생각해야 했던 커버린 아이들(어른들)에게도 그건 당신의 탓이 아니었다고, 우리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더 큰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다."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스틸 컷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스틸 컷 ⓒ JTBC

 
하지만 극 중에서 치과 의사 종수(오만석 분)는 탄원서 서명을 받으러 온 두 아이들에게 "힘든 시기를 이겨내야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조언을 건넨다. 이 장면을 두고, 일각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이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축소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종수의 치과는 유라, 지형의 놀이터나 마찬가지였고 두 어린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었기에 종수의 조언이 더욱 슬펐다는 반응도 많았다. 하 작가는 "개인적으로 종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종수(의사 선생님)를 표현하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종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종수가 사주는 짜장면 한 그릇은 잠시 배만 채워주니까. 유라가 짜장면을 더 이상 먹지 못한 건 종수가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짜장면이라도 마음 써서 사주는 것이 또 어딘가 싶다. 이것도 분명 친절과 호의이기 때문에... 그러나 어찌됐든 아이에게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한다. 함께 있어주겠다고 말하는 안나가 없었다면, 유라는 앞으로 어른들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을 테니까."

<안녕 드라큘라>에는 흔히 말하는 속 시원한 '사이다' 결말은 없었다. 안나는 엄마랑 화해를 했지만 유라는 결국 이사를 가야 했고, 꿈을 선택한 서연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계속해서 헤쳐나가야 한다. 하정윤 작가는 "감정을 촘촘하게 쌓는 게 중요한 극이다 보니 '사이다' 결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내면의 변화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다. 우리 삶에 사이다 같은 순간은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 듯이 극의 인물들도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가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평범하게만 보여 지는 삶들이 실은 얼마나 치열하고 지난한 과정을 겪어 왔는지 안다고, 다들 정말 수고가 많다고, 다들 앞으로도 잘해낼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스틸 컷

JTBC 드라마 페스타 <안녕 드라큘라> 스틸 컷 ⓒ JTBC

 
극 중에서 작가 미영의 과거 드라마 제목이었던 '드라큘라'는 우리가 가장 외면하고 싶어하는 문제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안나와 미영의 대화에서 딱 한 번 등장하는, 일상에서 본 적도 없는 '드라큘라'는 왜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문제의 상징이 됐을까. 하정윤 작가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드라큘라는 밤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다.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는 낮에는 본 모습을 숨기고 힘이 없지만 밤이 되면 상황이 역전된다. 낮의 시간을 우리 삶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밤의 시간은 존재를 흔드는 결정적인 사건들의 시간이라 한다면, 상처를 받아(또는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룬 시간이 응축된 것이 드라큘라라고 생각했다.

드라큘라가 기세를 얻을수록 잠들기 어렵고 그러면 낮의 우리는 녹초가 되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드라큘라가 나 대신 낮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만 존재할 수 없으니까. 결국 이 드라큘라를 마주해서 상처와 고민을 풀어내야만 다시 편안한 밤을 되찾을 수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