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맨유)가 완벽에 가까운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강호 맨체스터 시티 FC(맨시티)를 제압했다.
 
맨유는 9일 오전 1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맨시티와의 맨체스터 더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맨유는 올 시즌 맨체스터 더비에서 3승 1패로 확연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또, 맨유는 12승 9무 8패(승점 45)로 5위로 뛰어오르며, 4위 첼시(승점 48)를 바짝 추격했다. 맨시티는 18승 3무 7패(승점 57)로 2위를 유지했다.
 
맨유, 점유율 대신 효율적인 역습으로 경기 지배
    
맨유는 3-4-1-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앙토니 마시알-다니엘 제임스가 투톱,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했다. 허리는 브랜던 윌리암스-프레드-네마냐 마티치-아론 완 바시카가 중원을 맡았으며, 스리백은 루크 쇼-해리 매과이어-빅토르 린델뢰프, 골문은 다비드 데 헤아가 지켰다.
 
맨시티는 4-3-3이었다. 라힘 스털링-세르히오 아구에로-필 포덴이 전방을 맡은 가운데 일카이 귄도안-로드리-베르나르두 실바가 허리를 책임졌다. 포백은 올렉산드르 진첸코-니콜라스 오타멘디-페르난지뉴-주앙 칸셀루, 골키퍼 장갑은 에데르송 모라에스가 꼈다.
 
경기의 흐름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맨시티는 볼 점유율에서 압도했고, 맨유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맨시티는 전반 9분 포덴의 크로스를 받은 스털링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데 헤아 골키퍼에게 막혔다.
 
10분을 넘어서며 오히려 맨유가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양새였다. 맨유의 날카로운 역습과 빠른 패스는 맨시티를 곤경에 빠뜨렸다. 전반 15분 페르난데스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제임스의 슈팅은 에데르송이 선방했다. 전반 22분 윌리암스의 로빙 패스를 마시알이 감각적인 터치에 이은 슈팅이 수비벽에 걸렸다. 이어 전반 27분에도 마시알이 페르난지뉴와 공중볼 경합에서 이겨내며 침투에 이은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수 차례 기회를 생산하던 맨유는 끝내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다. 전반 30분 프리킥 상황에서 페르난데스가 마시알을 향해 기습적인 로빙 패스를 연결했고, 마시알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맨시티는 공격에 무게 중심을 두며 맨유에 맞섰지만 수비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맨시티는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지 못한 채 전반을 한 골 뒤진 채 마감했다.
 
맨시티 굴복시킨 맨유의 단단한 수비
 
후반에도 맨시티가 고전하는 흐름이었다. 후반 4분 에데르송 골키퍼가 백패스를 잡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는 등 적잖게 흔들렸다.
 
후반 11분 포덴의 중거리 슈팅은 데 헤아의 선방에 막혔다. 다급해진 맨시티는 후반 14분 베르나르두 실바 대신 리야드 마레즈, 아구에로 대신 가브리엘 제주스를 투입했다.
 
맨유는 후반 25분 위력적인 역습으로 기회를 잡았다. 제임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돌파를 시도한 뒤 슈팅을 날렸으나 에데르송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찬스에서 페르난데스의 코너킥을 매과이어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맨시티는 그나마 찾아온 두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29분 마레즈가 크로스를 올렸고, 스털링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맞지 않았다. 이후 제주스의 슈팅도 데 헤아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했다.
 
맨시티는 후반 32분 진첸코를 불러들이고, 벵자멩 멘디를 투입해 측면에 변화를 꾀했다. 맨유는 스콧 맥토미니, 에릭 바이를 넣으며 수비 강화에 힘썼다. 후반 42분 골잡이 이갈로를 투입해 공격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맨시티는 단단한 맨유 수비를 끝내 뚫지 못한 반면 반대로 맨유가 후반 추기 시간 에데르송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맥토니미가 추가골을 작렬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안정세 접어든 솔샤르의 맨유,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
 
맨유는 이날 매우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리그에서 더블을 기록했다. 올 시즌 홈, 어웨이 모두 맨시티를 제압한 것이다. 맨유의 맨시티전 더블은 무려 10년 만이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이끌던 2009-10시즌이 마지막이었다.
 
맨유는 2013년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한 이후 거의 7년 동안 암흑기를 겪었다. 우승권과 멀어진 것은 물론이고, 맨시티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열세를 보였다. 맨체스터 더비는 언제나 맨시티가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사실 올 시즌도 순위에서는 맨시티가 맨유에 크게 앞섰다. 단,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맨유가 웃었다. 카라바오컵 4강에서는 1승 1패를 거뒀는데, 합산 점수에서 1골이 더 많은 맨시티가 결승에 오른 바 있다. 리그와 카라바오컵을 포함, 총 4경기에서 맨유는 3승 1패를 기록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올 시즌 강팀과의 경기에서 포백 대신 스리백을 놓고, 빠른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전술로 큰 재미를 봤다. 첼시, 토트넘, 레스터 시티에 승리했고, 선두 리버풀과는 무승부를 거둔 바 있다. 맨시티를 무려 세 차례 잡은 것도 이러한 솔샤르 감독의 완성된 전술이 위력을 떨친 바 있다.
 
이날 볼 점유율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27.7%의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슈팅수에서 12대7로 크게 앞섰다.
 
그리고 마시알, 제임스,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하는 삼각 편대를 중심으로 맨시티를 압도했다. 마시알은 공간이 열리면 과감한 슈팅 시도로 맨시티 수비에 균열을 가했고, 공격형 미드필더 페르난데스는 예리한 패스를 뿌려주며 제 역할을 해냈다. 특히 전반 30분 페르난데스와 마시알의 컴비네이션으로 선제골을 합작해 비교적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의 강인함도 두드러졌다. 매과이어를 중심으로 좌우에 쇼, 린델뢰프가 견고한 수비를 선보이며 맨시티의 막강한 공격력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전술하면 최고로 통하는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조차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맨유는 올 시즌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좀처럼 순위 싸움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1월 23일 리그에서 번에 0-2로 패한 이후 공식대회 10경기 연속 무패(7승 3무)를 내달리고 있다. 솔샤르 감독의 지도력이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맨유가 이 기세를 몰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쥘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