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에서 아내 치에는 남편 준이 집에 돌아올 때를 맞춰 다양한 상황극으로 죽은 척을 한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에서 아내 치에는 남편 준이 집에 돌아올 때를 맞춰 다양한 상황극으로 죽은 척을 한다. ⓒ 영화사 그램

 
때로는 몇 개의 장면들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강렬하게 뇌리를 스친 건 아니지만 기발하다고 느꼈을 때다.
 
일본 영화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2월 20일 개봉·감독 리 토시오)에서 준(야스다 켄)은 귀가하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내 치에(에이쿠라 나나)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깜짝 놀란 채 구급차를 부르려는 순간, 치에가 벌떡 일어난다. "놀랐어?" 치에의 기이한 행동은 계속된다. 어떤 날은 악어 인형에 머리를 물린 채 쓰러져 있거나 머리에 화살을 맞은 채 있다. 치에가 만든 상황극은 뜬금없지만 황당하기보다는 호기심을 일으킨다. 분장의 주인공이 된 치에의 모습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는 일본의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사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에세이가 원작이다. 준과 치에는 3년 차 부부다. 3년 만에 전처와 이혼한 경험이 있는 준은 결혼 생활에 확신이 없다. 치에와 결혼하면서 3년이 지나면 각자의 마음을 확인하자고 약속했다.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준은 치에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때마침 치에는 매일 무언가로 변신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준은 더 답답하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에서 남편 준(야스다 켄·왼쪽)은 아내의 상황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에서 남편 준(야스다 켄·왼쪽)은 아내의 상황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영화사 그램

 
영화는 관계에 대해 가볍고 익숙한 명제를 던진다. 부부라도 서로 이해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뻔한' 이야기이다. 이 뻔한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준과 치에가 '직장을 다니는 남편·집에서 가사를 도맡아서 하는 아내'라는 전통적인 부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 안에서 치에는 남편의 무뚝뚝함에도 서운해하지 않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준을 맞이한다.

반면 준은 '평범한' 아내를 원한다며 치에에게 상황극 같은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눈치 주면 힘들어"라고 말한다. 영화는 이런 지점에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익숙하고 낡은 부부상(狀)에 균열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넌지시 보여주기도 한다. 준의 직장 후배인 소마(오타니 료헤이)는 겉으로는 부드러운 남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남성성이 짙으며 아내와 원활하게 소통을 하지 않는다.

주요 캐릭터의 심리나 성격이 단순하게 그려져 영화는 평면적이다. 준의 플래시백과 현실이 대비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해 영화는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야스다와 에이쿠라의 연기는 제몫을 다한다. 얼굴을 찌푸리고 한숨을 짓는 야스다를 바라 볼 때는 관객도 답답하지만 얼굴과 상황극과 다채로운 표정으로 엉뚱함을 표현하는 에이쿠라를 바라볼 때는 살며시 마음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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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문화부 기자. 팩트만 틀리지 말자. kjlf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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