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웰터급에서 활약 중인 닐 매그니(32·미국)가 올해 첫 출격에 나선다. 오는 8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있을 UFC 248 'Adesanya vs. Romero'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더 리치(The Leech)' 리징량(31·중국), 맷집을 내세워 우직한 승부를 벌이는 중국계 터프가이다.

리징량은 때려도 때려도 물러서지 않는 내구력으로 인해 중국 설화 속 강시의 재림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지간한 선수는 KO될 법한 타격을 연신 허용하고도 버텨내는 것은 물론 설사 충격을 받고 '다운'된다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털고 일어나는 괴물같은 회복력을 자랑한다.

이를 입증하듯 리징량은 22번(17승 5패)을 싸워오면서 단 한 번의 넉아웃 패배도 없다. 이제 어렵겠다 싶은 순간에도 꾸역꾸역 되살아나 경기를 뒤집어버리기 일쑤다. 이는 색깔은 다소 다르지만 매그니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양 선수의 경기는 근래에 보기 드문 진흙탕 싸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야말로 미국의 '검은 좀비'와 중국에서 온 강시의 정면 충돌이다.
 
 닐 매그니(사진 왼쪽)와 리징량

닐 매그니(사진 왼쪽)와 리징량 ⓒ UFC

 
장기전 강한 매그니 스타일, 리징량에게도 통할까?
 
닐 매그니는 한때 웰터급의 존 존스로 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체급대비 신체조건이 아주 좋으며 전체적 밸런스 역시 잘 잡혀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90.5cm 키에 203cm 리치는 웰터급 파이터로서 가장 큰 무기다. 기술적 차이가 현격하다면 모르겠으나 엇비슷한 조건에서는 사이즈의 이점이 승패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매그니는 그래플러다. 상대를 압박하면서 거리를 좁히고 클린치 등을 통해 그라운드로 끌고 들어가 싸우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상위 혹은 백포지션을 차지한 후 빈틈에 파운딩을 꽂아 넣거나 서브미션을 노린다. 긴팔과 다리로 자물쇠처럼 포지션 잠그기에 들어가면 상대는 좀처럼 매그니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무서운 점은 매그니는 체력을 좋은지라 경기 내내 그러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힘을 몰아 쓰다가 중후반 이후 체력이 뚝 떨어지는 일부 선수들과 달리 매그니는 종료공이 울릴 때까지 상대를 포지셔닝으로 괴롭힐 수 있는 스테미너와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맷집과 회복력도 좋다.

호리호리한 체형만 봤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그니에게 '역전승의 명수'라는 평가가 붙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수한 초반 위기 속에서도 이를 잘 이겨내고 경기를 뒤집고는 했다. 물론 여기에는 슬로우스타터 기질 또한 한 몫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그니는 정상권에서 경쟁하는 데는 실패했다. 타고난 사이즈에 더해 체력, 맷집을 갖추고 있고 허점을 발견하면 단숨에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는 그래플링 스킬까지 보유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남들은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전력을 대폭 끌어 올릴 수 있는 요소가 여러 개임을 감안했을 때 장점을 잘 써먹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일단 매그니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그라운드 싸움으로 승부를 끌고 가기 위한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예전과 달리 현대 격투기에서 스탠딩, 그래플링의 밸런스는 매우 중요하다.

어느 한쪽에만 능력치가 쏠려있을 경우 다른 쪽 약점으로 인해 본래 잘하는 것도 제대로 써먹지 못할 때가 있다. 확실한 특기가 있더라도 다른 쪽 영역 역시 평균 이상은 되거나 혹은 보조 옵션이라도 있어야 정상적 장점 활용이 가능하다.

매그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취약한 타격 능력이다. 매그니 정도의 사이즈를 갖춘 선수는 스탠딩 상태서 자신의 거리를 잡고 툭툭 갖다 대는 식으로 부지런히 상대를 귀찮게만 해도 포인트 싸움서 우위를 가져나가는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상대가 조급해져서 들어오게 되면 카운터 타격이나 테이크다운을 노리는 식으로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실제로 라이트 헤비급 존 존스가 이런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존스는 여기에 더해 각종 테크닉이나 잔기술 등 사용가능한 옵션을 계속 발전시켜나갔다.)

매그니는 그러한 패턴을 구사하기에 발이 느리고 타격 파워도 너무 약하다. 그로인해 쉽게 타격 거리를 허용하고 잔타격을 여러차례 맞추고도 외려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게 정타를 맞고 위기에 빠지기 일쑤다. 상대가 큰 부담 없이 거리를 좁혀 난타전을 걸거나 맹공을 퍼붓기 쉬운 타입이다. 풋워크가 좋지 못한지라 펀치는 물론 로우킥 허용 횟수도 많은 편이다.

더불어 매그니는 뛰어난 그래플러지만 정상급에는 살짝 못 미친다. 주짓수 장인 데미안 마이어에게는 말 그대로 그라운드 강습을 당했고, 타격과 그래플링을 겸비한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도 그라운드 싸움서 패퇴했다.

테이크다운 기술도 다양하지 못한지라 상대가 격렬하게 저항할 경우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어렵사리 그라운드로 전장을 바꾼다 해도 본인 역시 적지 않은 데미지를 받은 이후다. 맷집좋은 그래플러임에도 7패중 6패를 넉아웃 혹은 서브미션으로 내준 이유다.

직전 경기를 패한 매그니는 2013년 이후 연패가 없다. 외려 당시 2연패 이후 7연승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매그니가 리징량이라는 난적을 꺾고 다시금 체급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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