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 1군 멤버들이 아니었지만 득점 없이 또 패할 줄은 몰랐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클럽 중 가장 잘 나가던 리버풀 FC가 그들 앞에 놓인 2020년 3월 첫 두 게임(0득점 5실점)을 뛰며 모두 졌다.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 신화는 막을 내렸고, 트레블(주요 3대회 우승)의 꿈조차 산산조각났다. 그들에게 벌써 잔인한 달이 시작된 것일까?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첼시 FC가 한국 시각으로 4일 오전 4시 45분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2019-2020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16강 리버풀 FC와의 홈 게임을 2-0으로 이기고 8강에 올랐다.

수비 실수로 갈라진 틈

지난 1일 비카리지 로드에서 열린 왓포드와의 프리미어리그 어웨이 게임에서 0-3으로 완패한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이번 첼시와의 FA컵 16강 게임을 위해 2군 선수 반 정도를 섞어서 내보냈다. 8월부터 이듬해 5월에 이르는 장기 레이스를 마무리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수비 조직력이 어그러지는 빈틈은 잘 나가던 리버풀을 크게 흔들리게 했다. 게임 시작 후 13분 만에 가운데 미드필더 파비뉴가 중심을 잃으며 볼 터치 실수를 저질렀고 거기서 아찔한 첫 실점이 나왔다. 

첼시 날개 공격수 윌리안은 이 역습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고 시야가 약간 가렸던 리버풀 골키퍼 아드리안은 자신의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골문 안쪽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흘 전 프리미어리그 시즌 첫 패배의 악몽을 꾼 리버풀 선수들은 트레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곧바로 반격에 나섰고 20분에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첼시 골문 앞에서 연거푸 유효 슛을 터뜨릴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사디오 마네, 디보크 오리기, 커티스 존스'로 이어진 세 차례의 오른발 슛이 거짓말처럼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리버풀이 원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반면에 4만 103명의 런던 홈팬들은 64분에 첼시 미드필더 로스 바클리의 추가골에 환호했다.  

후반전 선수 교체도 소용 없는

여기서도 리버풀의 수비 조직력 문제가 드러났다. 동료들의 커버 플레이를 믿고 바클리에게 좀 더 접근해서 중거리슛 각도를 좁혀야 했던 리버풀 수비수 조 고메스는 어설프게 뒷걸음질치며 공간을 내주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바클리의 무회전 슛은 골키퍼 아드리안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리버풀 수비의 심각한 문제는 그로부터 3분 뒤에도 드러났다. 네코 윌리엄스가 아찔한 백 패스 실수를 저질러 첼시 공격수 페드로에게 1:1 단독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리버풀은 다행스럽게도 슛 각도를 줄인 골키퍼 아드리안의 슈퍼 세이브로 세 번째 실점을 막아냈다.

심각성을 느낀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70분에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제임스 밀너를 한꺼번에 들여보내는 결단을 내렸지만 첼시 수비벽을 허물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만들어내지 못했다. 

80분에는 미드필더 애덤 랄라나를 빼고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를 들여보냈지만 일본 축구팬들의 희망 미나미노 타쿠미의 공격 템포가 기존 멤버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만 확인할 뿐이었다.

이렇게 FA컵 우승 염원이 비교적 일찍 무산된 리버풀은 7일 밤 9시 30분 AFC 본머스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게임을 치른 뒤 12일 오전 5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안필드로 불러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두 번째 게임을 뛰어야 한다. 3월이 리버풀에게 정말로 잔인한 달이 될 것인지는 일주일 쯤 뒤에 드러날 것으로 보안다.

2019-2020 FA컵 16강 결과(4일 오전 4시 45분, 스탐포드 브리지-런던)

★ 첼시 FC 2-0 리버풀 FC [득점 : 윌리안(13분), 로스 바클리(64분)]


O 첼시 선수들
FW : 페드로, 올리비에 지루(90분↔리스 제임스), 윌리안(51분↔조르지뉴)
MF : 마테오 코바치치(42분↔메이슨 마운트), 빌리 길모어, 로스 바클리
DF : 마르코스 알론소, 커트 주마, 안토니오 뤼디거,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GK : 케파 아리사발라가

O 리버풀 선수들
FW : 디보크 오리기(70분↔호베르투 피르미누), 미나미노 타쿠미, 사디오 마네
MF : 커티스 존스(70분↔제임스 밀너), 파비뉴, 애덤 랄라나(80분↔모하메드 살라)
DF : 앤디 로버트슨, 페어질 판 다이크, 조 고메스, 네코 윌리엄스
GK : 아드리안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첼시 FC 리버풀 FC FA컵 프랭크 램파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