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 이후 중국 우한은 봉쇄되었으나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를 잘 통제하는 듯했다. 적어도 30번 확진자까지는 그랬다.

2월 18일 신천지 대구 교회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매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3일 오전 0시 기준 현재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코로나19 환자는 4812명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57%가 신천지 대구 교회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천지가 대한민국 방역 시스템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한 교회 안에서 수백 명 이상이 감염되는 일은 현대 질병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지난달 27일 방송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슈퍼전파 신천지 추적!' 편은 신천지의 예배 방법, 포교 형태, 활동 방식을 추적했다.

신천지의 무엇이, 이 이해하기 어려운 집단 감염을 가능하게 했을까?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른바 '신천지'는 1984년 이만희가 세운 신흥 종교다. 이만희는 요한계시록을 중심으로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자신이 신을 대변하는 보혜사(보살피며 은혜를 베푸는 자)라고 주장한다. 이만희 총회장은 요한계시록을 증거한다고 해서 '증거장막성전'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기도를 하는데 큰 별이 제 머리 위에 내려왔다. 제가 산에 가서 혈서로 하나님 앞에 충성을 맹세하고 신앙을 시작하게 됐다. 하늘의 음성이 장막성전으로 가라고 했다."

조직은 이만희 총회장을 중심으로 전국 12지파로 구성되었다. 그중 대구에 위치한 '다대오'는 신도 수가 1만 명 정도라고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이단대책위는 1995년 총회에서 신천지를 이단으로 판단했다. 현재 한국의 모든 개신교 종파는 신천지를 유사 기독교(사이비)로 규정한 상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신천지 대구 교회의 양성 판정 비율이 과도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환자 1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재생산지수'를 살펴보면 중국 등에선 환자 1명당 2~3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신천지 대구 교회에선 7~10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파악되는 중이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 아마도 뭔가 긴밀한 접촉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또 오랫동안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긴밀한 접촉의 비밀은 무엇일까? 해답은 신천지의 예배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스포트라이트> 방송에 따르면, 첫째는 '지문'이다. 5년간 신천지에서 활동했던 전 신천지 교인은 "지문 인식을 해야만 교회 내부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천 명의 손가락이 지문인식기에 닿는 상황에서 감염된 사람이 지문을 찍는다면 차례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좁은 간격'이다. 긴 의자에 앉는 개신교와 달리 신천지는 맨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본다. 문제는 한 공간에서 앞뒤, 좌우가 밀착한 상태로 찬송과 기도를 하다 보니 타인의 비말(침, 땀, 분비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구나 예배는 보통 2시간 이상 진행된다. 설교를 듣는 중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멘"을 외친다. 예배가 끝나면 삼삼오오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눈다. 이런 환경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신천지 대구 교회는 전체 9층 가운데 2층을 제외한 8개 층에서 예배를 보았다고 한다. 승강기는 항상 정원 초과에 가깝게 사람이 탔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이 만난, 그곳에 다녔던 전 신천지 교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 층에 인원이 4~5백 명은 충분하다. 앉아서 앞의, 옆의 간격이 한 30cm도 안 됐다." 

셋째는 '아픈 게 죄'라고 여기는 문화다. 신천지는 선택된 '제사장' 14만 4천 명만이 구원을 받아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 목표를 채우기 전에 아프면 안 되기에 신도들은 아픈 사실을 숨긴 채로 예배에 참석한다. 당연히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방송에 따르면, 신천지는 '모략전도', 즉 신분을 속이고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3단계 포교 방법을 사용한다. 여기에도 감염의 위험성이 도사린다. 1단계는 '섭외'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2인 1조를 이뤄 다양한 직업군으로 위장하여 설문조사 등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에 섭외에 나섰던 신천지 교인이 감염자라면 수백 명 이상과 대화를 나눈 셈이다.

섭외 단계에서 포섭된 대상자는 '복음방'으로 넘어간다. 카페, 세미나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성경 공부를 하며 포섭 대상자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를 파악한다. 복음방 과정을 거치면 가장 중요한 단계인 '센터'로 접어든다. 센터는 신천지에서 직접 운영하는 장소에서 6개월 동안 성경을 공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때 절반은 전도 대상이고 나머지 절반은 신천지 교인이 신분을 숨기고 교육을 받는다.

신천지 측이 밝힌 부속기관 숫자는 1100곳이다. 이 중에서 대구 지역 센터는 20여 곳으로 추정된다. 한 공간에서 전도 대상자와 신천지 교인이 주 4회 이상 만난 상황이라 감염 우려가 상당하다. 각 지역 센터 내에서 신천지 교인들이 동아리, 소모임도 가졌기 때문에 감염 경로도 거미줄처럼 넓어진다. 더욱이 다수의 신자가 지역을 벗어나 전국 각지에서 예배를 보거나 소모임을 한 탓에 다른 지역 확진자 중에서 신천지 교인이 다수 발견되는 중이다.

신천지는 가족이 반대할 경우 가출을 권유한다는 의혹을 받는다고 방송은 전했다. 신천지 교회 내부 또는 임대한 건물에 가족과 갈등으로 집을 나온 교인들이 모여 사는 합숙소가 여러 곳 있다고 알려졌다. 신천지 교인끼리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합숙소는 감염위험지대다. 이런 합숙소는 신천지가 정부에 제출한 부속기관 현황에 빠져있다. 하지만, 신천지 측의 주장은 다르다.

"저희가 운영하는 쉼터(합숙소)는 없다. 신천지의 방침은 예전부터 일관되게 '집으로 돌아가세요'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신천지는 개신교에 신분을 속인 사람을 보낸다는 의심도 산다. 위장한 상태로 들어가 신도를 빼내거나 교회를 통째로 점령하는 이를 '추수꾼'이라 부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커지면서 개신교계에선 수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신천지에서 일반 교회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키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내용이다. 그런 탓에 많은 개신교가 교회 문에 '신천지 아웃'을 적거나 새로운 신자를 받지 않고 있다.

신천지 측은 15년 전부터 추수꾼을 운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추수꾼으로 활동한 전 신천지 교인의 설명은 상반된다. 그는 2010년에도 추수꾼은 활동했다고 말한다. 또한,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이 최근 개신교 사이에 도는 소문을 묻자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이만희 교주는 그런 생각을 하고도 남는다. 거기는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31번 확진자의 행동도 의혹이 짙다. 그녀는 7일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대구의 한 한방병원에 입원한다. 발열과 인후통이 있는 상태에서 9일 신천지 대구 교회에 갔다. 이후 병원에선 원인 모를 폐렴이란 진단을 내렸다.

이후에도 31번 확진자는 호텔 결혼식에 참석하고 다른 곳도 돌아다녔다. 16일엔 다시 예배를 보러 갔다. 그리고 18일 10시를 기점으로 31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 31번 확진자가 다닌 곳은 병원, 교회, 호텔 등 총 여섯 군데로 대부분 다중이용시설이었다. 이 동선을 중심으로 바이러스는 급격히 퍼졌다.

보건 당국은 31번 확진자가 병원에서 여러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권했지만, 자신이 해외여행 경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검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31번 확진자는 주장은 다르다. 그녀는 병원에서 자신에게 검사를 권한 사실이 없으며 만약 코로나19를 이야기했으면 바로 자가격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31번 확진자가 입원한 한방병원에 근무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의 남편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증언을 내놓았다. 그는 31번 확진자의 말이 거짓이라고 반박한다.

"CT상에 폐렴 증상이 보여서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는데 거부를 하고 16일 교회에 갔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이와 관련 전 신천지 교인은 코로나19 검사 거부는 신분 노출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란 주장을 내놓는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신천지 교인이란 사실이 드러나면 동선과 보안이 노출되고, 이것은 신천지 교인으로 자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건 다른 신천지 교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이가 거짓말로 행적을 숨기다가 GPS 추적으로 진실이 드러나자 신천지 신도임을 털어놓았다.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 팀장은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에 신천지 교인임을 고백했다. 이들의 거짓말로 인해 국내 방역망의 구멍은 더욱 커지고 피해도 심각해졌다.

31번 확진자를 전환점으로 하루가 다르게 집단 감염이 늘어나자 신천지 측은 전수조사를 위해 교인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전국 신천지 교회와 관련 시설의 주소지도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한 전 신천지 교인은 그들의 주장을 믿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아무도 모르게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위장센터와 교회들이 있다. 이 사실은 정부도 모른다. 모르는 데 이걸 신천지가 알려주겠냐? 아니다. 지금 (신천지) 신도를 만들고 있는 과정(에 들인) 돈과 시간이 있는데 그것을 몽땅 다 잃게 신천지가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신천지 관련 자료를 입수한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신천지 측이 밝힌 장소 숫자에서 500여 개가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 신천지 피해자연대의 박향미 목사는 "신천지가 청와대도 농락하고 있다"며 "나머지 592개 장소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천지 측은 누락된 숫자는 해외에 있는 시설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일 전북에서 정부 명단에 없던 신천지 교인과 부속 시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신천지 측의 주장은 믿기가 힘들다.

신천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건 경기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4일 도내에서 14일간 신천지의 집회를 금지하고, 신천지가 관리하는 모든 집회 가능 시설을 강제 폐쇄하는 긴급행정명령권을 발동했다. 경기도가 교회 관계자, 제보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신천지 측이 제출한 자료를 비교하여 자체 조사한 시설과 신천지가 밝힌 시설 353곳을 방역, 폐쇄했다. 

다음날엔 신천지 과천총회본부에 진입하여 신천지 교인 명단 자료를 받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 측의 정보 축소 의혹을 제기한다.

"(신천지에서 16일) 과천 집회 참석자를 1290명이라고 하면서 '(신도 명단) 줄 테니까 철수해라' 이렇게 얘기했는데 실제로 들어가서 강제 조사를 해본 결과로는 (집회참석자가) 9930명이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JTBC


급속히 늘어나는 확진자. 슈퍼전파를 막기에는 신천지의 예배, 포교, 활동 방식은 너무 특이했다. 반면 중앙 정부와 일부 지방 정부의 속도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지역도 경기도처럼 좀 더 빨리, 좀 더 과감하게 행정력을 발동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진짜 명단과 진짜 시설 현황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신천지 측은 정부에 모든 자료와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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