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여자> 홍상수 감독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도망친 여자> 홍상수 감독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 베를린국제영화제 페이스북

 
홍상수 감독이 신작 <도망친 여자>로 지난 1일(한국시각) 폐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 없는 남편이 출장간 동안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여주인공 감희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그간 7번의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민희 배우와 아울러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베를린영화제 측은 "<도망친 여자>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주인공 감희가 서울 변두리에서 친구 셋을 만나는 이야기다. 홍 감독은 이런 만남을 미니멀리즘적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한한 수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심사평을 전했다. 은곰상을 받기 위해 시상식 무대에 오른 홍상수 감독은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홍상수 감독은 최신작 이외에도, 그간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4번이나 초청되는등 유럽의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배우 김민희는 앞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출연해 2017년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 <도망친 여자>는 올 봄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냥의 시간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및  이제훈·안재홍·박정민·박해수 배우들이 베를린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마친후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 사냥의 시간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및 이제훈·안재홍·박정민·박해수 배우들이 베를린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마친후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 클레어 함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최고상 황금곰상의 영예는 이란 감독 모하메드 라줄로프(Mohammad Rasoulof)에게 돌아갔다. 그는 정치색이 강한 신작 < There Is No Evil >로 현재 감옥에 수감될 위험에 처해있고, 이란정부의 여행금지 조치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성현 감독의 9년 만의 신작 <사냥의 시간>도 특별 프로그램으로 초청되어 현지 관객들을 만났다. <사냥의 시간>은 갓 출소한 준석(이제훈)이 친구인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와 함께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비상구로 위험한 범죄를 계획한 뒤 알 수 없는 추격전에 휘말리는 범죄 스릴러다.

대형극장 프리드리히스트라세 팔라스트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마친 후 연 무대인사에는 윤성현 감독 및 이제훈·안재홍·박정민·박해수 배우가 참석했다. 윤 감독이 "배우들이 굉장히 많이 고생한 작품이며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동석한 배우들을 일일이 소개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의 박수갈채를 건넸다. 영화제측은 무대에 오른 모든 게스트에게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안기기도 했다. 당초 <사냥의 시간>은 2월 26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연기됐다. 

이외에도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포럼 익스펜디드 섹션에 초청된 김아영 작가의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 2>(2019) 또한 평단으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현대 예술과 문화 전문 웹진, '베를린 아트 링크'는 "글로벌 이주, 몽고의 가상 신화적 요소, 제주도로 유입한 예멘 난민 이야기의 다층적 요소를 탁월하게 혼합했다"고 평가하며 올해 주목해야 할 작품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2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은 올해의 작가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 바 있다.  
 
김아영 작가와 오희정 프로듀서 영진위가 주최한 '한국 영화의 밤' (Korean Film Night) 행사에 참석한 김아영 작가와 오희정 프로듀서

▲ 김아영 작가와 오희정 프로듀서 영진위가 주최한 '한국 영화의 밤' (Korean Film Night) 행사에 참석한 김아영 작가와 오희정 프로듀서 ⓒ 클레어 함

 
<올해로 70회를 맞은 베를린국제영화제는 다양한 국적과 성별의 집행위원장및 프로그래머를 영입하며 새롭게 단장했다. 줄곳 남성 1인이 집행위원장직을 맡아왔던 과거와 달리, 이번 70회 영화제는 처음으로 위원장 직책을 남녀 공동 책임으로 구성했다. 처음으로 여성 집행위원장직에 선정된 마리엣트 리슨베익 (Mariette Rissenbeek) 위원장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독어독문과 드라마를 전공했고 그간 광고업계, 영화 제작 및 영화 배급업 (Tobis Film)에 종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그는 독일의 영진위에 해당하는 저먼필름 (German Films)의 위원장 &부위원장직을 역임했고, 유러피언필름프로모션을 관장하기도 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프래그램을 총괄한 카를로 챠트리안 아트디렉터는 이전 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도 같은 직책을 맡았던 베테랑이다. 지난 50년간 예술영화를 소개해온 포럼 섹션도 지난 8월, 아프리카 영화전문가 자끌린 (Jacqueline Nsiah)씨를 포함, 새로운 프로그램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금년 처음으로 추가된 경쟁부문 <인카운터즈 Encounters> 섹션은 미학적으로 과감한 도전을 하는 혁신적인 시네아스트들을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다양한 내러티브와 다큐멘터리 장르를 끌어안으려는 베를린영화제의 노력의 일환이다.

영화제를 찾았던 이태리의 영화 평론가 실비아 누가라 (Silvia Nugara)씨는 "시네마에 다양성과 세련함을 더하려는 새로운 노력이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섹션에 초청되었던 포르투칼 감독 카타리나 바스콘셀로스의 <'새들의 변형'  A metamorfose dos pássaros (The Metamorphosis of Birds)>은 비평가상을 받기도 했다.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 2>의 전시장면 포럼 익스펜디드 섹션에 초청된 김아영 작가의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 2>을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 2>의 전시장면 포럼 익스펜디드 섹션에 초청된 김아영 작가의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 2>을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 클레어 함

 
홍상수 김아영 윤성현 베를린국제영화제 다공성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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