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벽이 높았지만 타고 오르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1일(한국 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펼쳐진 2020 월드 세븐스 시리즈에 출전한 한국 럭비 남자대표팀이 5전 전패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경기 운영 면에서 이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며 분전했다.

한국 대표팀은 A조 조별리그에서 2016 리우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인 럭비 강국 피지를 상대로 45-7로 패배를 거둔 후, 아르헨티나 상대 45-19 스코어를 거두며 패배했다. 이어 프랑스에게도 31-12로 패하며 조별리그 전패를 기록했다. 대표팀은 순위결정전에서도 스페인과 스코틀랜드에게도 각각 45-0, 45-5의 패배를 기록했다.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 근성으로 버텼다
 
 월드 럭비 세븐스 LA 대회에 참전한 국가대표팀 선수들.

월드 럭비 세븐스 LA 대회에 참전한 국가대표팀 선수들. ⓒ 대한럭비협회

 
월드 럭비 세븐스 시리즈는 세계 랭킹 포인트로 구성된 15개의 코어 팀을 중심으로 1개의 초청국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11월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서 극적인 우승을 거두며 도쿄 올림픽에 진출한 것으로 인해, 이번 미국 대회와 오는 4월 열리는 싱가포르 대회에 초청받아 참여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피지, 아르헨티나, 프랑스와 함께 A조에 편성되어 경기를 치렀다. 첫 경기부터 어려웠다. 지난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피지를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은 한국 대표팀이 조직력과 팀워크로 역습을 노렸다. 하지만 경기 2분 45초를 지난 시점에서 피지가 선제 트라이를 기록했다.

이후 한국 선수들이 상대 진영에 진입한 상황, 피지 선수가 오른쪽을 뚫어 역습해 트라이를 만들어냈다. 안드레 진 코퀴야드(대한럭비협회) 선수 등이 피지 선수의 질주를 막으려 애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피지는 여세를 몰아 전반전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 트라이와 컨버전 킥까지 성공시켰다.

그러자 전반 파이널 플레이에서 한국이 첫 득점을 냈다. 장성민(포스코건설)이 이성배, 김현수, 방준영의 패스를 차례로 받고 피지 진영의 왼쪽 측면을 노려 트라이, 이어 컨버전 킥에 성공하며 전반이 19-7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후반전 피지가 트라이를 넉 번 성공시키는 등, 열세 속에 45-7로 패하며 첫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직후 열린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아르헨티나가 경기 시작 20초 만에 트라이에 성공하는 등 전반전에만 31점을 기록했다. 한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장성민의 패스를 장정민(한국전력공사)가 받아 극적인 트라이를 만들어내며 점수를 31-5로 만들었다.

후반전에는 장정민이 상대 왼쪽 측면을 파고들며 트라이를 만들었다. 이어 상대 진영의 몸싸움 사이에서 공을 빼낸 이성배(한국전력공사)가 황인조(한국전력공사)에게 공을 패스해냈다. 황인조는 중원을 뚫고 트라이를 만들어내며 경기 마지막 득점을 만들어내 45-19로 최종 스코어를 만들었다.

마지막 조별리그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는 31-12로 패배했다. 프랑스가 경기 전반에는 19점, 경기 후반에는 12점을 달아났지만, 경기 종반 이성배의 패스를 받아 빈틈을 뚫은 장정민의 트라이, 파이널 플레이에서 질주를 선보인 주장 박완용(한국전력공사)의 트라이가 나오며 12점을 따라가며 대등한 후반 기록을 선보였다.

이어 대표팀은 2일 열린 순위결정전에서 스페인을 만나 26-0의 스코어로 패배했다. 이어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순위결정 최종전에서도 45-5로 패하며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스코틀랜드 전에서는 안드레 진 코퀴야드의 공을 받은 박완용 주장이 낸 트라이가 유일한 득점이 되었다.

'앞심' 부족함 아쉬웠지만, '근성' 돋보였다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LA로 출국한 럭비 대표팀.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LA로 출국한 럭비 대표팀. ⓒ 대한럭비협회

 
전체적으로 앞심이 부족했음이 드러났던 월드 럭비 세븐스 출전이었다. 아르헨티나, 프랑스와 맞붙었을 때에는 후반 스코어가 각각 19-19, 12-12가 나오는 등, 후반전의 경기 운영을 전반전에도 가져갔다면 대등한 점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아쉬웠다.

그럼에도 체격이 큰 영미권 국가들의 선수들을 상대로 근성을 돋보인 선수들의 면모가 돋보였다. 박완용 주장은 빈틈을 활용해 체격이 큰 선수들을 따돌리며 득점을 올렸고, 장정민 선수 역시 강력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상당한 수의 트라이를 성공시키는 등 근성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드러날 수 있는 중원과 측면의 빈틈을 최대한 메우고, 전진 전략을 더욱 잘 세워야 한다는, 어찌보면 당연했을 실전의 교훈이 드러났던 이번 대회였다. 특히 후반전의 전략을 전반전에서도 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서천오 감독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서천오 대표팀 감독은 "월드 세븐스 시리즈에 참가하게 되어 선수들에게 많은 경험이 되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새로운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서, "도쿄 올림픽까지 전력을 가다듬어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번 대회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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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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