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김선아 피디가 올린 페이스북 글.

27일 김선아 피디가 올린 페이스북 글. ⓒ 김선아

 
"제 통장을 보니 이번 달 50만 원 정도의 여유는 있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젊은 다큐 영화인 다섯 분에게 조건 없이 10만 원씩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중략) 누구에게 드렸는지 말하지 않겠습니다. 받으신 분도 알릴 필요 없습니다. 이번 한 달 버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달은 또 다음 달에 고민하기로 해요."
 
한 독립 영화인이 주변 동료에게 나눔을 실천하며 남다른 심경을 전했다. 미국 LA 등 해외에서 활동하다 7년 전 귀국해 다큐멘터리 일을 이어가고 있는 김선아 피디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젊은 다큐 영화인들 5명에게 10만 원씩 조건 없이 보낸다는 글을 올렸고, 몇 시간 만에 마감을 알렸다.

금액의 크고 작음보다 중요한 건 행동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문화 예술가들, 특히 프리랜서 개념으로 작업하며 생계를 이어오던 이들이 위축된 현실에서 누구보다 먼저 마음과 행동을 보인 것이다.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선아 피디는 "제가 정말 감명 깊게 봤던 다큐멘터리의 감독님이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가 다 끊겼다고 한 글을 봤다"며 "저 역시 몇 년 전까진 한 달 한 달 버티기가 힘들었다. 가불도 많이 했다. 잠깐 통장을 보며 생각하다가 이렇게 하게 됐다"라고 운을 뗐다. 

직접적 동기는 김옥영 작가의 글이었다. 김선아 피디는 "김옥영 선생이 올린 글을 보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 지금 필요로 하는 일이 뭘까 생각하게 됐다"며 "굳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건 (돈을) 주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받는 건 더 힘들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제가 그냥 (사적으로) 연락해서 돈 보낼게 하면 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무슨 목적이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 그래서 출처가 중요하다. 받는 친구들이 오해하지 않게 당당하게 받았으면 했다. 이건 절대 동정심에서 발로된 게 아니다. 그냥 제가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 젊은 다큐멘터리스트들이 열심히 살아온 삶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인 만큼 누구보다 같은 업계 사람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김선아 피디의 말이었다. 받는 이가 부담을 느낄 것을 고려해 그는 '부담갖지마세요. 제게 호의를 베푼다 생각하고 연락하세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10만 원이라는 돈이 큰 액수는 아니겠지만 김 피디는 "우리 같은 프리랜서 예술가, 작은 언더그라운드에서 공연하는 분들의 경우 생계가 달린 일들이 현재 취소되고 있다"며 "밥 한 끼라도 잘 챙겨 먹고 같이 서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김선아 피디는 국내엔 <바나나쏭의 기적>(Singing with Angry Bird)으로 소개된 다큐멘터리에 참여했고, 현재 진모영 감독의 신작을 함께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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