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방탄소년단의 신곡 'ON'의 두 번째 뮤직비디오가 베일을 벗었다. 장대한 퍼포먼스를 담아낸 첫 번째 뮤비와 달리, 서사로써 이끌어가는 만큼 다양한 해석의 묘미를 준다. 이 영상은 'ON'의 가사를 시각화하고 있는데, BTS의 앞선 대부분의 뮤비들이 그랬듯 상징이 곳곳에 뿌려져 있다.

BTS는 데뷔 이후,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이야기를 줄곧 전하고 있다. 이들이 모티프를 얻어온 것들, 가령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융이 남긴 심리학 저서들도 모두 동일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나를 찾는 이야기.

영웅의 여정을 그린 원형신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ON' 뮤비 속 장면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ON' 뮤비는 BTS의 앞선 뮤비들보다 원형신화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그려낸다. 우리 마음속 원형을 반영하는 신화적 이미지로, 결국 영웅의 여정을 연상케 한다(여기서 영웅이란 진정한 자기를 찾은 자라고 보면 된다). 모든 신화에서 영웅은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하는데, 그것은 '문턱을 넘는' 상징으로 세계의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형상화된다.   

북(태초의 소리/마음의 소리) 앞에서 노래하는 지민, 배와 동물들 앞에 선 RM(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한다), 흰 비둘기를 살려내는 진(성령의 비둘기를 연상케 한다) 등등 일곱 멤버들은 많은 상징을 추측게 하지만, 이중 정국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때 해석이 명쾌해질 듯하다.

광활한 들판을 지나 숲속의 호수로 들어가는 정국의 여정은 유럽의 신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사냥꾼을 피해 달아나 숲으로 들어가는 동물의 메타포와 겹친다. 그 동물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이리저리 헤맨다. 

'문턱 넘기'... 이원론에서 합일의 세계로

영웅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문턱을 넘어가는 일이다. 문턱 넘기의 상징은 영웅의 여정에서 서로 부딪치는 한 쌍(선과 악, 참과 거짓, 빛과 어둠 등)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아메리카 인디언, 에스키모, 그리스인 등 많은 이들의 신화에는 충돌하는 바위가 닫히기 전에 그것을 통과해야 하는 스토리가 등장하는데 이 움직이는 문의 모티프는 영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 셈이다.  

"나를 다 던져 이 두 쪽 세상에/ 제 발로 들어온 아름다운 감옥/ Find me and I'm gonna live with ya"

'ON' 가사 중에 '두 쪽 세상'이라는 구절에 주목해본다. 이는 부딪치는 한 쌍, 즉 이원론적인 것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인간은 대부분 이원론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지만 영웅은 대립되는 쌍들을 초월하여 결국 '문턱'을 넘어간다. 궁극적인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어느 신화학자의 책에서 본 문장, "영웅 여정의 목표는 이원론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하는 것"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뷔는, 소녀의 눈을 가린 천을 풀어줌으로써 앞을 바라보게 해준다. 그때 눈앞에 가로막혀 있던 큰 문이 갈라져 열리고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가 이어진다. 이원론적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이며,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BTS는 'MAP OF THE SOUL' 시리즈의 첫 번째 앨범으로 < PERSONA >를 발표했는데, 이 앨범명처럼 '페르소나'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 서사는, 이어지는 이번 시리즈 < 7 >에서 말하고 있는 'Shadow(그림자)'와 'Ego(자아)'로 연결된다. 결국 진정한 '자기'로 가기 위한 여정 가운데에 있다. 

페르소나도 나의 일부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내가 아니라, 가장 바깥에 존재하는 사회적인 나이고, 결국 우리는 그 뒤편에 있는 그림자를 만나고 그 그림자 역시 나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분열돼 있던 자아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 BTS의 노래들은 이런 서사를 제시하고 있다.

그림자와 자아의 '통합'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ON' 뮤비 속 장면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나의 고통이 있는 곳에/ 내가 숨 쉬게 하소서"

"가져와 bring the pain oh yeah/ 올라타봐 bring the pain oh yeah"

"그건 어둠 속 내 산소와 빛/ 내가 나이게 하는 것들의 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scream"


나의 그림자,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올라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영웅의 여정은 진정한 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라고 생각해 왔던 것은 사실은 에고이며, 이 에고 뒤에 진정한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영웅. 이는 <데미안>에서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되는 과정과 같다. 에고에서 출발하여 진짜 자기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의 이야기는 융이 말하는 것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융은 개인의 내부에 있는 고유성을 실현하는 '개성화 과정'을 언급했는데 이 과정의 목표 또한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Find me and I'm gonna bleed with ya"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다. 진짜 나를 찾는다는 건, 내 그림자를 안고서 함께 피를 흘리는 과정이다. 그림자는 나이고, 나는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이 받아들임을 통해 자기실현은 가능할 것이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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