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 연출한 박석형 PD

KBS 2TV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 연출한 박석형 PD ⓒ KBS

 
지난 22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아래 <씨름의 희열>)이 6개월여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영했다. <씨름의 희열>은 국내 최정상 씨름 선수 16명을 모아 제1회 태극장사를 가리는 과정을 담아낸 리얼리티 예능이다. 

1980년대 이후 이만기, 강호동 등 불세출의 스타가 사라진 씨름판은 이미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 <씨름의 희열>은 태백(-80kg), 금강(-90kg) 등 경량급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기술 씨름에 주목하면서 씨름의 인기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연출을 맡은 박석형 PD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씨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프로그램을 통해 씨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시청자분들에게) 감사하다. 저희가 뭔가 대단한 걸 했다기보다 좋아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즈음 유튜브에서 씨름 경기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우리 제작진 중 한 명이 그 영상을 가져왔고, 그걸 보니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씨름과 전혀 달랐다. 박진감도 넘치고 빠르고 매력있었다. '이건 될 것 같은데?' 싶더라. 새로운 인물들이 있었고 이걸 (방송으로) 잘 풀어내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처음엔 프로그램을 생각했지, 씨름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건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렇게 접근할 만큼 그때는 씨름을 잘 알지도 못했다. 방송 준비를 시작하고 씨름을 보러 다니면서 저희도 씨름을 알게 된 것이다. 씨름이 어떤 건지, 경기도 찾아보고 최근에 성적이 좋은 선수들도 알게 됐다. 씨름협회 분들도 만나서 이야기도 들으면서 프로그램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토요일 심야 시간대(오후 10시 35분) 방송에 비인기 종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씨름의 희열>은 최고 시청률 4.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급속한 지역 확산으로 인해 마지막회 결승전 생방송을 무관중으로 진행해야 했다. 당초 6천 석의 입장권을 무료 배부했으나 온라인 예매 시작 10분 만에 마감되며 뜨거운 열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박석형 PD는 "선수들이 제일 많이 아쉬워 했다"고 전했다.

"씨름은 직관의 힘이 진짜 큰 스포츠"
 
 KBS 2TV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의 한 장면

KBS 2TV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의 한 장면 ⓒ KBS

 
앞서 4라운드 예선에서도 한 차례 공개 녹화를 진행한 바 있다. 박 PD는 "당시 선수들이 너무 신나 했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도 현장 분위기가 '방방' 뜨니까 좋긴 했는데, 경기하는 선수들은 저희보다 훨씬 더 크게 느끼더라. 마지막 방송은 정말 크게 해 보려고 준비했지만 아쉽게 됐다"고 설명했다.

<씨름의 희열>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랐던 것은 '악마의 편집' 없는 '착한 예능'이라는 점이었다. 16명의 최정상급 선수들이 서로 겨루는 만큼, 라이벌간 신경전이나 상대를 도발하는 발언 등은 있었지만 방송은 어느 선수 하나 미워할 수 없게 그렸다. 박석형 PD는 "저희는 그런 걸 잘 못한다"면서도 선수들 때문에 악마의 편집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방송에서) 대립관계를 만들려면 소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소스부터 없었다. 촬영하면서 씨름선수들이 왜 이렇게 착하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 씨름 선수가 많이 없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실업팀까지 계속 또래 선수들이 같이 간다. 개인 경기이다 보니 친했던 선수들도 상대로 만나기도 한다더라. 서로 미워하고 그런 감정이 자라기 힘든 스포츠인 것 같다. 또 방송에 나온 선수들이 너무 성품도 좋고 착했다. 그래서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다."

8강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4라운드 이승호, 박정우 선수의 경기는 특히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맞대결 예고만 해도 2주에 걸쳐 방송될 만큼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박석형 PD는 "낚시를 한 점은 (시청자분들께) 죄송하다"고 웃으며 사과했다. 이어 그는 "편집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방송은) 현장에서 보는 감흥의 반도 안 된다고 우리끼리 늘 말한다. 그만큼 직관의 힘이 진짜 큰 스포츠"라며 "녹화를 한 뒤에 제작진부터 현장에서 그 경기를 최고의 경기로 꼽았다. 객석 반응도 엄청 뜨거웠다. 씨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 경기는 어필을 할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림이 좋아서 본의 아니게 예고 낚시를 하게 됐다. 다행히 방송 후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씨름의 희열> 시즌2, 볼 수 있을까?

매 회 방송이 진행되면서 선수들의 팬덤도 조금씩 형성됐다. 시청자들은 가장 응원하는 선수인 '원픽'을 정하기도 했다. <씨름의 희열> 제작진 역시 사석에서 서로 "네 원픽은 누구냐"는 질문을 자주 했다고 한다. 박 PD는 그때마다 "나는 원픽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고. 이어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누굴 편애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경기 결과야 선수들에게 달려 있으니 조작같은 걸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방송에 내는 것조차 특정 선수에게 애정이 가면, 그 선수를 많이 보여주고 싶고 그런 게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평하게 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촬영을 하면서 선수들을 자주 보는 만큼 개별적으로 마음이 쓰였던 선수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박석형 PD는 허선행 선수와 오흥민 선수를 꼽았다. 

"허선행 선수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 운동을 그만둬야 했을 만큼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스스럼 없이 얘기하는데도 마음 짠한 게 있었다. 나이도 어렸고, 씨름도 잘하고 열심히 하니까 꼭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방송에서도 허리를 다치지 않았나. 제작진의 마음이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지인처럼 마음이 안 좋았다. 잘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더 잘할 친구인데 그래서 아쉬웠다.

씨름 선수로 봤을 때는 오흥민 선수가 인상 깊었다. 3라운드에 탈락을 하기는 했지만 마흔을 넘긴 나이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지 않나. 체급 차이는 있었지만 워낙 실력도 뛰어났다. 경기도 다이내믹 하게 하시고. 씨름을 대하는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생활처럼 씨름을 생각하고 늘 성실하게 준비하고 꾸준히 하는 자세가 기억에 남는다."

 
 KBS 2TV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의 한 장면

KBS 2TV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의 한 장면 ⓒ KBS

 
임태혁 선수의 우승으로 방송이 끝난 뒤 벌써부터 시즌2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아졌다. 방송에서는 '제1회 태극장사'라는 타이틀이 등장해, 은연 중에 시즌제 제작을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박 PD 역시 "주변에서도 (시즌2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많이 물어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을 끝내고 제작진들도 아직 쉬고 있다. 우리도 계속 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 제작진이 여러 가지 방향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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