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축구팬들이 알고 있던 '유럽 최고의 리그'는 단연 '차붐' 차범근이 활약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였다. 실제로 차범근의 소속팀이었던 프랑크푸르트와 바이어 04 레버쿠젠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구단이었다. 게다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팀도 서독이었으니 분데스리그가 강한 것은 착각이 아니라 '팩트'였다.

하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 최고의 스타 로베르토 바조가 유벤투스FC, 아프리카의 축구영웅 조지웨아(라이베리아 대통령)가 AC밀란 선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세리에A가 급부상했다. 그리고 '해버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 이제 국내에서도 유럽리그를 안방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국내 축구팬들도 각자 선호하는 리그가 서로 다르다.

현재 유럽축구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가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세리에A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시즌 잠시 주춤했던 분데스리가가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무섭게 떠오르면서 유럽 축구에 '독일 열풍'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전멸'했던 독일 3총사

유럽축구연맹의 상위리그 4위 안에 포함되는 분데스리가는 매 시즌 리그 4위까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매 시즌 4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위 4개 리그를 '빅리그'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분데스리가는 FC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결승에서 격돌했던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우승팀은커녕 결승 진출팀도 배출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구단들의 부진은 대단히 심각했다. 분데스리가는 지난 시즌에도 '양강' 뮌헨과 도르트문트를 중심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FC 샬케04와 TSG 1899 호펜하임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맨체스터시티FC, 올림피크 리옹과 한조에 포함된 호펜하임은 조별리그 6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무3패로 탈락했다. 

FC포르투에 이어 D조 2위로 16강에 오른 샬케04는 16강에서 프리미어리그의 맨시티를 만났다. 호펜하임을 탈락시킨 맨시티를 상대로 분데스리가의 저력을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2-3으로 패한 샬케04는 맨시티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무려 7골을 내주며 합계스코어 2-10이라는 민망한 스코어로 탈락하고 말았다.

조별리그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2위로 밀어내고 A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도르트문트는 16강에서 '꿀벌 사냥꾼' 손흥민(토트넘 핫스퍼 FC)을 만난 게 불행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적지에서 열린 1차전에서 손흥민에게 선제골을 얻어 맞으며 합계스코어 0-4로 허무하게 패했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토트넘에게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패한 도르트문트는 리그에서도 승점 2점 차이로 아쉽게 분데스리가 6번째 우승을 놓쳤다.

분데스리가 28회,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에 빛나는 '분데스리가의 자존심' 바이에른 뮌헨조차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6강에서 만난 상대가 바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리버풀FC였기 때문이다. 안필드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며 8강 진출의 희망을 가졌던 뮌헨은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서 사디오 마네에게 멀티골, 버질 판데이크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1-3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양강' 뮌헨과 도르트문트에 '첫 출전' 라이프치히까지 1차전 승리

분데스리가는 이번 시즌에도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전통의 강호 레버쿠젠, 그리고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RB 라이프치히가 챔피언스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리에A 챔피언 유벤투스, 라 리가의 강호 AT. 마드리드와 한 조에 속한 레버쿠젠이 조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뮌헨과 라이프치히, 도르트문트가 나란히 16강에 오르면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만들었다.

F조에서 FC 바르셀로나에 이어 2위에 오른 도르트문트는 16강에서 네이마르 다실바 주니어와 킬리안 음바페, 에딘손 카바니, 앙헬 디마리아 등이 이끄는 프랑스의 '호화군단' 파리 생제르맹 FC를 만났다. 하지만 드르트문트에는 지난 겨울 FC 레드불 찰츠부르크에서 영입한 '괴물 스트라이커' 엘링 브라우트 홀란이 있었다. 홀란은 PSG를 상대로 멀티골을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치며 도르트문트의 1차전 2-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3위를 차지하며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낸 라이프치히는 16강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토트넘을 만났다. 하지만 토트넘은 공격의 양대축이라 할 수 있는 해리 케인과 손흥민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라이프치히는 창이 무뎌진 토트넘을 상대로 후반 13분 간판스타 티모 베르너가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기록하면서 원정에서 값진 1-0 승리를 따냈다. 

조별리그에서 6전 전승을 기록한 뮌헨은 한 시즌 만에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복귀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FC를 만났다. 하지만 은골로 캉테, 태미 에이브러햄 등 간판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첼시는 분데스리가 챔피언 뮌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뮌헨은 런던의 스템퍼드 브릿지에서 열린 원정 1차전에서 세르주 그나브리의 멀티골과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쐐기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따냈다.

27일(이하 한국시각) 마감된 16강 1차전 결과를 리그별로 보면 프리미어리그가 1승3패, 라 리가가 1승1무2패, 세리에A가 1승1무1패를 기록한 가운데 분데스리가만 3전 전승을 기록했다(프랑스 리그앙 1승1패). 물론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챔피언스리그는 2차전에서 많은 반전과 이변이 일어난다. 하지만 지난 시즌 16강에서 '전멸'했던 분데스리가 구단들의 선전은 분명 심상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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