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배우 박은빈 인터뷰 사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배우 박은빈 인터뷰 사진 ⓒ 나무엑터스

 
"주체적이지 않은 인물을 연기할 때 고통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시놉시스나 대본을 고를 때도 주체적인 인물에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이세영 운영팀장은 극 중에서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강인한 인물이었다. "난 여직원이 아니라 운영팀장"이라고 일침을 놓고, 덩치 큰 선수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에는 여성 운영팀장이 없다. 프런트에서 여성 직원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세영 캐릭터에 많은 야구 팬들,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새로운 꿈 꾸게됐다는 팬들의 다이렉트 많이 받아"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배우 박은빈을 만났다. <스토브리그>에서 박은빈은 국내 프로야구단 가운데 유일한 여성 운영팀장이자 최연소 운영팀장인 이세영 역을 맡았다. 어릴 적부터 드림즈를 사랑해 온 이세영은 야구단에 입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기록원 노릇을 하는 등, 악착같이 일해 자신의 자리를 쟁취한 인물이다. 

박은빈은 이세영에 대해 "국내 프로야구단 여성 최연소 운영팀장이 갖고있는 에너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남녀를 떠나 유능하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고 (주변에) 민폐 끼치는 것 없이 자립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세영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전에 맡았던 역할들과 달리 세영은 조금은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느낌이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알고 맺고 끊음이 정확하다. (상사에게) 들이받는 면모도 있지만 아닌 걸 알았을 때는 발을 빼기도 한다. 감정적인 쪽보다는 이성적인 면을 갖추고 있어서 좋았다."

이세영 역할은 박은빈에게도 남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특히 SNS 다이렉트 메시지로 받았던 수많은 응원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이세영 캐릭터를 응원하고, 롤모델로 삼았던 팬들이 박은빈에게도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던 것.

"이세영 팀장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이세영 캐릭터를 롤모델로 삼고 자기가 사랑하는 팀을 남들도 사랑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이세영 덕분에 진로를 새롭게 정했다', '고민하고 있었는데 확실한 목표가 생긴 것 같다' 등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몰랐던 이 시대의 이세영들이 앞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날들이 머지않아 오겠구나 싶었다. 나도 그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정말 뿌듯했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배우 박은빈 인터뷰 사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배우 박은빈 인터뷰 사진 ⓒ 나무엑터스

 
드라마에서는 야구 전문가로 나오지만 실제로 박은빈은 '야알못'(야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라고 고백했다. 박은빈은 대본을 보고 가장 궁금했던 건 "성적이 안 좋은 팀을 응원하는 일"이었다고. 그는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응원할 수 있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오나 궁금했다. 야구 팬분들이 보여주는 진심이 이세영 캐릭터의 근간이 될 것 같았다. 대체 어떤 감정일까 생각도 많이 했다. (야구 팬을 연기하면서 보니) 그분들의 야구에 대한 애정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숭고한 어떤 감정이 아닐까 싶더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야구 말고 박은빈이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그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토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지하게 얘기해도 되냐"며 눈을 빛내더니 토끼와 함께 자랐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렸을 때 6마리 정도 키웠다. 흰둥이, 검둥이, 희동이, 얼룩이, 햄토리, 밤토리. 다 무지개 나라로 갔다. 시작은 제가 아동복 모델로 촬영하러 갔을 때였다. 미안한 일이지만 소품으로 토끼가 있었다. 촬영하고 나니 (제작진이) 토끼를 처치 곤란으로 여겼다. '제가 가져갈게요' 하고 두 마리 흰둥이, 검둥이를 데려왔다. 당시 9살이었는데 그때부터 토끼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 사이 한 마리씩 떠나보내기도 하고 외로울까봐 한 마리씩 다시 데려오면서, 유년 시절을 토끼와 함께 보냈다. 

토끼가 제게 영감을 많이 줬다. 글짓기 대회, 그림그리기 대회에 항상 제가 토끼를 끼워 넣어서 상도 많이 받았다. 그때부터 토끼는 내 소울메이트가 됐다. 그 뒤로는 일 때문에 바쁘기도 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끼게 됐다. 이제 함부로 함께 하기가 겁나더라. 또 보내야 한다는 상실감도 너무 아프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키우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 좋아하고 있다."


1998년 SBS 드라마 <백야 3.98>을 통해 아역으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23년 차 베테랑 배우가 됐다. 올해 그의 나이가 스물아홉 살이니까,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을 연기와 함께한 셈이다.

박은빈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다섯 살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땐 (배우 이외에도) 꿈이 많았다. 장래희망란에 매년 다른 꿈을 썼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기엔 이른 시점부터 연기를 시작한 만큼 그는 "이 직업이 내 적성에 맞나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배우 박은빈 인터뷰 사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배우 박은빈 인터뷰 사진 ⓒ 나무엑터스

 
하지만 꿈이 다양했던 어린이는 결국 배우를 택했다. 박은빈은 "많았던 꿈을 모두 실현해볼 수 있는 게 배우이지 않나. 내가 언제 운영팀장이 되어 보겠나. 늘 새로운 직업을 만나서 그 사람이 돼 인생을 살아보는게 값진 경험이더라"며 웃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촬영장을 누볐던 박은빈은 요즘 현장에서 만나는 어린 배우들에게 더욱 더 조심스럽게 대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촬영 현장, 연기, 배우라는 일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자신이 확신을 가지고 배우라는 직업을 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어릴 적 현장에서 좋은 경험을 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요즘은 촬영장에서 아역 배우를 만나면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한다. 왜냐 하면, 내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이 다 기억난다. '애 앞인데 말 조심해'라고 하시면서도 할 말 다하시던 분들.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인지는 기억이 다 안 나지만 내가 그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게 기억난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일찍 미디어를 접하고 성숙하지 않나. 저보다 더 많이 알 것이라 생각한다. (아역 배우들에게) 좋은 촬영현장,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저도 말을 조심하려 한다. 

저는 어렸을 때 꽤 예의 바른 어린이였기 때문에 어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칭찬도 많이 받았고 좋은 경험들을 하면서 자랐다. 그 속에서 '더 잘해야겠다, 내가 이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 제작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된다' 이런 책임감도 느꼈던 것 같다. (어른들의 기대가) 부담이 될 때도 있었지만 기분좋은 긴장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제가 견뎌야 할 무게라고 생각했고 버틸 만 하니까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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