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예계의 화제는 트로트 열풍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를 거치면서 한동안 소외되었던 트로트는 대중들에게 새롭게 각인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어 연일 신기록 행진을 수립중인 TV 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전작 이상의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 활용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시청자층을 아우르는 TV, 라디오 프로의 초대손님으로 인기 트로트 가수들이 속속 등장하는 건 어느새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탈락자도 인기... 체감되는 <미스터트롯> 열풍
 
 KBS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한 임도형, 양지원, 영기

KBS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한 임도형, 양지원, 영기 ⓒ KBS

 
​최근의 트로트 인기를 즉각 방송 제작에 활용하는 분야는 라디오다. 매일 다양한 초대손님을 모시고 진행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보니 청취자들 입장에서 반가움이 앞서는 인물이라면 섭외 1순위로 손꼽히기 마련이다.  

요즘 각종 방송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개그맨 출신 가수 영기다. 아쉽게 <미스터 트롯> 본선 경연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SBS < 2시탈출 컬투쇼 >, KBS <박명수의 라디오쇼> 등 각종 라디오 프로에서 자주 접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해졌다. 뿐만 아니라 MBC <사람이 좋다> 출연을 통해 크론병 투병, 가슴아픈 가족사 등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든든한 응원을 받고 있다. 트로트 뮤지컬 출연도 앞둘 만큼 요즘 그는 연예계 데뷔 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외에도 양지원, 노지훈, 이도진, 김중연 등 다른 참가자들 역시 각종 방송 출연과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높아진 인기를 실감케하고 있다.  

기성 인기 가수들에게도 긍정 효과
 
 지난 23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지난 23일 방영된 SBS <집사부일체>는 모처럼 활력을 보였다. 올해 들어 4~6%대 시청률로 주춤하던 프로그램이 모처럼  7.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훌쩍 뛰어 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을 빛낸 초대손님은 인기 트로트 가수 홍진영, 박현빈이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트로트 특강을 받는 내용으로 꾸몄는데 특유의 예능감에 힘입어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내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SBS는 남진, 김연자, 장윤정 등 특급 가수들의 베트남 버스킹 내용을 담은 새 예능 <트롯신이 떴다>를 3월 선보이면서 트로트 인기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엔 10~20대 나이 어린 아이돌 중심 프로그램에서도 기성 트로트 가수들의 등장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자사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섭외였지만 최근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는 <나는 트로트 가수다> 경연 참가자들인 조항조, 김용임, 박구윤 등 중견 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환갑을 훌쩍 넘긴 베테랑 가수 조항조는 방탄소년단 커버 댄스까지 선보이는 등 젊은이들 못잖은 열정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역시 비교적 젊은 청취자 + 초대손님 위주로 제작되는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에서도 얼마전 윤수현, 안소미 등 트로트 가수를 섭외, 색다른 재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존 연배 높은 고정팬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트로트 인기는 <미스터 트롯> 참가자 뿐만 아니라 기존 트로트 가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너도 나도 트로트 프로 제작? 단발성 설익은 기획은 곤란
 
 MBN '트로트퀸'의 한 장면

MBN '트로트퀸'의 한 장면 ⓒ MBN

 
반면 우후죽순식 신규 프로그램 등장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한다. 최근 MBN은 자사 인기 경연 프로그램 <보이스퀸>과 <미스트롯> 참가자 중 주목 받았던 출연진 위주로 <트로트퀸>을 4부작 편성했고 MBC에브리원은 계열사 채널 동시 방영을 통해 경연 프로그램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내밀었지만 모두 지금까진 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다.

<트로트퀸>은 인기 MC 김용만의 진행 속에 출연 가수들을 두팀으로 나눠 청백전 형식의 경연 무대를 갖는 기본 틀로 프로그램을 꾸몄지만 어찌된 일인지 방영 회차를 거듭할 수록 시청률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지난 2011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나는 가수다>의 트로트 버전으로 과거 명절 특집에 이어 올해 정규 편성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직까지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분명 인지도 있는 트로트 가수 중심으로 꾸몄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점에는 몇가지 이유가 목격된다. <트로트퀸>은 경연 형식이라곤 하지만 기본적으론 연예인 청백전식 구조를 담는다. 대결 구도 보단 특집쇼 형식이 강하다보니 긴 회차의 방송 소재로는 적합하지 않았고 이는 방영 첫회 이후 하락세로 귀결되었다.

​<나는 트로트 가수다>는 혼신을 다해 열창하는 참가자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소수 정예 가수들의 경연으론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해준다.  원작에 해당하는 <나는 가수다>만 하더라도 2011년 시즌 1을 제외하면 그 이후 방영분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조용히 방송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던가.   
​과거에엔 유효한 형식이었을지 몰라도 요즘 시청자들에겐 <트로트퀸> <나는 트로트 가수다> 식의 무대보단 대규모 참가자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긴 <프로듀스 101> <미스(미스터)트롯> 같은 류의 대형 오디션+서바이벌이 선호됨을 감안하면 두 프로그램의 선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요새 인기 있으니까"라는 단순한 발상 자체는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갈수록 상향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치밀한 기획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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